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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경제정책방향의 주요 내용과 한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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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1월14일 21시50분
  • 최종수정 2025년01월14일 21시50분

작성자

  • 강인수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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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으로 늦어진 ‘2025년 경제정책 방향’ 발표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인해 정부의 ‘2025년 경제정책 방향’ 발표가 늦춰지다가 올해 1월 2일 발표되었다. 80쪽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이 급작스럽게 준비된 것은 아니지만 시국이 어수선하다 보니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경제정책 방향은 작년 7월 3일에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3대 축으로 설정한 혁신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 이동성 강조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내적으로 가장 시급한 것이 민생 개선이고, 대외적으로는 신인도를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우선순위가 조정되었다. '역동경제 10대 과제'로 설정했던 △생산성 높은 경제시스템 구축 △생산요소 활용도 제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핵심 생계비 경감 △약자보호·재기지원 강화 등의 내용이 이번 발표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기는 하다. 환율이 달러당 1480원을 넘고 소비가 급랭하는 등 경제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민생경제 회복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 △대외신인도 관리 △미국 신정부 출범 대응 등을 강조하였다.

 

이번 ‘경제정책 방향’은 길어야 6개월짜리일수도 있고,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져

그러나 대통령에 이어 국무총리가 탄핵되어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가 출범하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정치적 사안 때문에 최상목 권한대행이 언제 또 탄핵될 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고,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곧바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내용 여하를 떠나 이번 ‘경제정책 방향’은 길어야 6개월짜리라는 자조적인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지난 2년 동안 정부가 ‘(내수)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내놔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진 점도 경제정책 방향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 이번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을 2.1%에서 1.8%로 하향 조정했지만, 이조차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외국계 IB가 늘고 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대비한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세부정책을 강조

정국 혼란으로 인해 정책 추진을 책임진 공직 사회가 정세만 바라보게 되면서 주요 정책들이 표류하고 있는 것도 ‘경제정책 방향’의 이행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과제였던 '4+1 개혁(교육·노동·연금·의료 개혁+저출생 대책)'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중단되었고, 전력수급계획 등 경제·산업 분야 주요 정책들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예외' 조항을 제외하고는 여야 간 이견이 없었던 반도체특별법안도 입법화되지 못했다. 이처럼 핵심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여야 간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과도기에 집행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2025년 경제정책 방향’에서는 ‘역동성’이라는 큰 프레임을 내세우지 않고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대비한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세부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인 민생경제 회복과 대외신인도 관리를 중심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민생경제 회복 방안과 추경 가능성

 

정부는 급격히 위축된 내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였다. 예를 들어, 소비 진작을 위해 승용차 개별소비세율 한시 인하(5%→ 3.5%), 비수도권 숙박쿠폰 100만장 신규 배포, 전기차 보조금 조기 지급, 역대 최대인 5조 5천억원 규모의 온누리상품권 발행 등을 계획하고 있다. 고속도로·고속철도·신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상반기 중 70%, 1분기 내 52%를 조기 집행해 경제 회복을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미국, 일본 등 6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전자여행허가제도(K-ETA) 한시적 면제 적용 기간을 1년간 연장하고,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한 한시 무비자 시범시행을 적극 검토하기로 하였다. 서민 생계비와 간병 부담 경감을 위해 재정지원을 확충하고, 청년·중고령층·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정책들 대부분은 새로 도입되었다기보다는 기존 내용을 일부 보강하거나 예산 규모를 확충한 것이다. 예산 조기 집행, 감세 등이 내수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 조치들이다. 그러나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도 추경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없었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관리를 위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국고채 발행 규모를 연간 160조원 내외로 억제해왔다. 그러나 세수결손이 지속되면서 국고채 발행 규모가 2024년 158조 4천억원에서 2025년 197조 6천억원으로 24.7% 확대될 예정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이 편성될 경우 국고채 발행 규모는 이보다 더 늘어나게 된다. 이에 더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최대 20조원 규모의 원화표시 외평채 발행이 추가될 예정이기 때문에 GDP 대비 부채비율 상승폭도 훨씬 커질 전망이다. 급격한 부채비율 상승은 한국의 상환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경기 침체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추경이 내수를 살리지 못하면 국가 부채비율만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추경의 규모와 속도, 특히 내용이 중요하다. 예산 조기집행 효과가 미약할 경우 상반기 안에 최소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추경이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경제정책 방향’에 추경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를 어떻게 편성할 것인가가 상반기에 가장 큰 쟁점으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신인도 관리

 

환율 급등과 자본 이탈 위험성이 커지면서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적 관리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정부는 외환 유입이 촉진되도록 선물환포지션을 확대하는 등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고, 외화대출 제한도 완화하였다.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 규모도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확대하고, 이종통화 결제를 확대함으로써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를 안정화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였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는 탄핵 정국과 맞물려 가로막혔던 주주환원 촉진 세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 강화 등 밸류업 촉진 세제지원 패키지를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세계국채지수(WGBI) 실제 편입 때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국채를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전면 개편하고, 외환시장 인프라·접근성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2025년 경제정책 방향’에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재정·세제·금융을 포괄하는 패키지 지원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헤드쿼터’(지역 본부)를 만들면 올해 한시적으로 투자액의 75%까지 현금 보조금을 지원한다. 정부는 잠재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60조원 규모로 운영하고,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도 경상 성장률 이내로 관리하기로 하였다. 일시적 경영 위기를 겪는 유망 중소기업을 위한 ‘선제적 구조개선 프로그램’ 지원 확대와 함께 ‘기업구조조정’과 ‘도산’ 관련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이처럼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지만 대외신인도 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조속히 줄이는 것임은 명확하다. 

 

산업경쟁력 강화와 통상환경 불확실성 대응 

 

정부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 회의)를 민관합동 산업정책 컨트롤타워로 확대 개편해 운영하기로 했다. 산업별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기획형 규제샌드박스도 대폭 확대하기로 하였다. 예를 들어, 2032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1조 8천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 중 기업부담분에 대해 국가가 절반 이상 지원하고, 반도체 기업에 대한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공제율도 현행 대비 5% 포인트 높인다. 그러나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글로벌 경쟁 심화를 감안하면 더디고 충분하지 못한 지원의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한편, 불확실한 통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지원 규모를 지난해 355조원에서 올해는 역대 최대인 360조원으로 확대하였다. 수출 다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인공지능(AI)·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로 수출품목을 늘리거나, 글로벌사우스 국가로 수출지역을 확대할 경우 금융 우대를 제공하고, ‘사전금융제도’ 적용 국가 범위도 넓힌다. 수출지원 예산은 지난해 2조 1천억원에서 올해 2조 9천억원으로, 환변동보험 지원 규모는 1조 2천억원에서 1조 4천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하였다. 교역환경 악화로 인한 중소·중견 수출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긴급 유동성 공급프로그램’을 올해 상반기에 신규 도입해 유동성을 적기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공급망 리스크 대응을 위해 국내 경제안보품목 등 생산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러한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당장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비한 ‘패키지 딜’ 준비는 사실상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2025년 경제정책방향 평가

 

올해 경제정책 방향이 숲보다는 나무를 바라보는 형국이고 새로울 것이 거의 없는 과거 정책의 재탕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한경협이나 경총 등 재계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우호적이다. 보호무역 강화, 정치적 혼란 등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대외 신뢰를 견고히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기업 설비투자 세액공제율 상향, 중소·중견기업 임시투자세액공제 한시 도입 같은 방안들은 산업 전반의 투자 확대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국회에서 경제문제만큼은 초당적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변하고 있다.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2025년 경제정책 방향’은 이행 측면에서 명백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생경제 회복과 대외신인도 관리를 강조한 점은 적절한 조정으로 평가된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지금과 같은 혼란이 지속되는 것이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말로만 ‘민생’이나 ‘먹고사니즘’을 내세우는 정치권의 이전투구로 인해 경제의 정치화가 심화되서는 안된다.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로부터 ‘죽은 권력’으로 간주되어 대화 채널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글로벌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과도기적 상황이기는 하지만 발표된 정책들이 차질 없이 집행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조급한 마음에 대증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악수가 나와서는 안된다. 지금의 위기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여·야·정 협의를 통해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시급한 정책과 입법 과제를 처리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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