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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의 사이버보안 이야기 <24> 양자컴퓨팅 시대의 사이버보안: 파괴냐? 혁신이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1월13일 17시54분
  • 최종수정 2025년01월14일 11시37분

작성자

  • 이준호
  • 시그넷파트너스(주) 부사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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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양자컴퓨팅 시대의 서막

얼마 전, 구글이 공개한 최신 양자 칩 ‘윌로우(Willow)’는 기술계를 다시 한번 흔들었다. 구글은 이번 칩을 통해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로 수백만 년이 걸릴 연산을 단 5분 만에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단순한 연구 단계를 넘어 상용화로 가는 길목에 다가섰다는 의미였다.

비슷한 시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는 양자컴퓨팅이 인공지능(AI)을 잇는 차세대 기술로 부각되었다. 엔비디아는 슈퍼컴퓨터 ‘에오스(Eos)’를 활용해 양자 프로세서의 물리적 모델을 시뮬레이션하고, IBM은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팅 서비스를 공개하며 경쟁의 불씨를 지폈다. 이제 양자컴퓨팅은 빅테크 기업들 간의 패권 경쟁의 중심에 서 있다.

양자컴퓨팅의 발전은 과학, 의료,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약속한다. 예를 들어, 복잡한 분자 구조를 시뮬레이션해 신약 개발 속도를 대폭 단축하거나, 금융 포트폴리오의 최적화를 위한 새로운 연산 모델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발전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양자컴퓨터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RSA, ECC 등의 암호화 체계를 순식간에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현대 인터넷 보안의 근간을 이루는 암호화 기술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양자컴퓨팅 시대에, 우리의 데이터는 안전할까?"

이제는 기술 발전에 경탄할 때가 아니다. 다가올 위협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글에서는 양자컴퓨팅 시대가 가져올 보안의 위협과 기회, 그리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방안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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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팅과 암호화 체계의 위협

1) 양자컴퓨팅의 강력함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기존 컴퓨터가 0과 1이라는 이진법으로 데이터를 처리한다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antum Bit)를 활용해 동시에 0과 1의 상태를 가질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수학적 문제를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이 능력은 단순히 과학 연구나 경제 모델링에서의 유용성을 넘어, 사이버보안에 있어 치명적인 위협을 제기한다. 대표적인 예로,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은 양자컴퓨터가 RSA, ECC와 같은 현대 암호화 알고리즘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2) 기존 암호화 체계의 위기

오늘날 인터넷과 금융 시스템의 보안은 공개키 암호화 알고리즘에 의존한다. 이들 알고리즘은 큰 소수를 곱한 값을 소인수분해하는 데 걸리는 계산적 복잡성에 기반한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쇼어 알고리즘을 통해 이 문제를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다.

즉, 양자컴퓨팅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해커들이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금융 거래, 의료 데이터, 국가 기밀 등 민감한 정보를 탈취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 특히 해커들이 현재 암호화된 데이터를 수집한 뒤,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는 시점에 이를 해독하려는 “지금 수집하고, 나중에 해독(Harvest Now, Decrypt Later)” 전략은 이미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양자내성암호(PQC)의 탄생과 한계

1) PQC란 무엇인가?

양자컴퓨팅 시대의 도래에 대비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양자내성암호(PQC, Post-Quantum Cryptography)다. PQC는 양자컴퓨터의 강력한 연산 능력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새로운 암호화 체계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격자 기반 암호화(Lattice-Based Encryption)다. 격자 기반 암호화는 수학적으로 양자컴퓨터가 풀기 어려운 문제를 기반으로 설계되었으며, 현재 미국 NIST(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는 이를 표준화하려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2) PQC의 한계와 도전 과제

그러나 PQC는 완벽하지 않다. 기존 암호화 알고리즘보다 연산 속도가 느리고, 처리 비용이 높다는 점은 대규모 시스템으로의 도입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각국의 기술 표준화 작업 속도가 달라 글로벌 협력 부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이는 한 국가의 PQC 체계가 다른 국가에서는 호환되지 않을 가능성을 의미하며, 글로벌 보안 협력 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

 

양자컴퓨팅 시대의 사이버보안 전략

1) 예방적 조치: 데이터의 장기적 보호

양자컴퓨팅의 위협이 현실화되기 전에, 민감한 데이터는 새로운 암호화 체계로 이전되어야 한다.

• 우선 암호화 데이터 보호: 금융, 의료, 정부 데이터처럼 민감한 정보는 현재부터 PQC로 보호되는 환경으로 옮겨야 한다.

• 데이터 수명 주기 관리: 데이터를 암호화해 저장하는 모든 조직은 해독 가능성을 고려한 장기적 데이터 보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2) 기술적 협력과 혁신

양자암호통신(QKD, Quantum Key Distribution)은 PQC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QKD는 양자물리학의 측정 불가역성 원리를 이용해, 해커가 키를 가로채려는 시도를 즉시 탐지할 수 있다. 이는 PQC와 달리 물리적 원리에 기반하므로, 양자컴퓨터의 연산 속도와는 무관하게 높은 보안성을 유지한다. 두 기술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로, 양자컴퓨팅 시대의 보안 체계를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3) 국제 협력의 필요성

양자컴퓨팅의 상용화는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

• 국제 기구를 통한 양자보안 표준화 작업 가속화.

• 기술 기업과 정부 간의 협력을 통해 보안 기술 개발을 촉진.

•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사이버공격을 공동으로 방어하기 위한 정보 공유 네트워크 구축.

 

결론: 양자컴퓨팅 시대, 보안의 재구성

양자컴퓨팅은 인류가 마주한 가장 혁신적인 기술 중 하나로, 문제 해결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신약 개발에서부터 복잡한 금융 모델의 최적화, 기후 변화 예측까지, 이 기술이 우리 사회에 가져올 잠재적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이 혁신의 이면에는 암호화 체계의 붕괴와 같은 심각한 보안 위협이 숨어 있다.

 

"양자컴퓨팅은 위협인가, 아니면 기회인가?"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보안 패러다임을 단순히 무너뜨리는 도구로 머물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과 대응 전략을 통해 우리는 오히려 한층 더 강력한 보안 체계를 구축할 기회를 얻었다. 양자내성암호(PQC)는 양자컴퓨팅 시대의 첫 방어선이 될 것이며, 양자암호통신(QKD)은 물리적 차원에서 데이터의 무결성을 보장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술 개발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글로벌 협력에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우리는 각국이 기술 주권과 표준화를 둘러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보안 문제만큼은 국경을 초월한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과 정부, 학계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정보와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 양자컴퓨터로 인한 위협은 단일 국가나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보안 체계를 재점검하고, 점진적으로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다. 기업은 단순히 해커들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와 시스템의 장기적인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 역시 "내 데이터는 안전하다"는 안일한 믿음을 버리고, 디지털 보안의 주체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양자컴퓨팅은 단지 기술적 혁명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보안과 신뢰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술은 중립적이다.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 손에 따라 위협이 될 수도, 혁신이 될 수도 있다.”

양자컴퓨팅 시대의 문턱에 선 지금, 우리의 선택은 단순히 데이터를 지키는 것을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준비된 자만이 이 기술 혁명의 파도 속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양자컴퓨팅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우리의 대비가 그것에 응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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