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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유럽 정세전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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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12월24일 14시32분
  • 최종수정 2024년12월24일 13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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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이 끝나가면서 유럽의 정치와 경제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유럽연합(EU)의 주요 3개국(독일, 프랑스, 스페인)은 정부가 부재하거나 소수 정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 외 국가들은 다수당 정부를 유지하고 있으나,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유럽 여러 국가에서 경제적 어려움, 부채 증가, 재정 긴축 필요성과 같은 이유로 정치적 불안정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럽은 지속적인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새로 취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NATO와 러시아 팽창주의에 맞선 유럽 방위에 대한 태도가 불확실하여 많은 유럽인들이 우려하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국방비를 대폭 늘리고 있으나, 다른 국가들은 고령화 인구로 인한 복지 국가 유지의 재정적 부담과 증가하는 위협에 대응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많은 유럽 국가에서의 성장 부진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2024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경기 침체에 빠져 있었으며, 프랑스, 영국 또한 저성장에 직면하고 있다. 그 결과, 보건 및 복지 예산은 증가하는 비용과 정체된 세수로 인해 계속해서 압박을 받고 있다.

 

러시아 역시 최근 동맹국 중 하나인 시리아의 붕괴를 겪었으며, 전장과 경제 양면에서 인력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2024년 6월 북한과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며 관계를 심화시켰다. 이후 러시아는 북한에 군지원을 요청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으며, 약 1만 명의 북한 병력이 전선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 및 마시일 공급을 계속하면서, 유럽 안보에 점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미래 기술과 관련해서는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유럽이 점점 더 중국에 의존하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유럽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디리스킹(위험 완화)을 추구하면서도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은 피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원국 차원에서 반도체와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일부는 중국 기업이 유럽 내 시설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동시에, 급증하는 중국산 전기차 수출에 대해 일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도 취하고 있다.

 

한-유럽 관계는 최근 몇 년간 더욱 가까워지고 있으며, 한국은 경제 및 방위산업 분야에서 유럽의 주요한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고위급 정치 협상과 정상회의 등 고위 외교 활동을 방해할 가능성이 크며, 한국의 헌정 위기가 해결되기 전까지 이러한 활동은 대부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의 근본적인 토대는 탄탄하며, 협력 가능성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주요 무기 생산 및 수출국 중 하나이자 첨단 반도체와 배터리의 주요 생산국으로서,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지만, 현재로서 미래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은 유럽 국가들과 협력하여 집단 안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유럽의 정치적 상황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회 2기는 2024년 12월에 임기를 시작했으며, 임기는 5년이다. 이 집행위원회는 새로 들어설 워싱턴 행정부와 외교 및 무역 관련 긴장 가능성을 포함한 중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문제는 유럽 전역에서의 정치적 분열이다. 유럽 내 정치적 분열은 한국과의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표면적이고 의례적인 외교 활동 이상으로 유럽과 한국간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미쳐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은 점점 더 정당 간 분열이 심화되고 있으며, 중도세력은 주요 국가들에서 취약해지고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프랑스에서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National Rally)은 큰 성과를 거두며 최다 득표율을 받은 정당으로 부상한 반면, 집권 여당인 앙상블(Ensemble)은 상당한 지지율을 잃었다.

 

독일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성과가 프랑스만큼 극적이지 않았고, 스페인에서도 보수 성향의 복스(Vox)가 약진했지만 그 폭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2009년 유로존 위기 이후 유럽 정치에서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전반적으로 부상하고 공고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이러한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이탈리아로, 포퓰리즘 정당인 이탈리아 형제들(Brothers of Italy)이 연립 정부를 이끌고 있으며,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과거에는 이러한 정당들 중 일부가 러시아와 연계되어 있거나 러시아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중도 정당들보다 우크라이나를 덜 지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탈리아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총리 조르자 멜로니는 강력한 대서양주의자로서 이러한 의심을 불식시키고 있다.

 

오히려 현재는 유럽 정부들의 장기적인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포퓰리스트 정당들은 필요한 재정 긴축 정책을 고려하는 데 소극적이다. 이탈리아가 주목할 만한 예외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현재 프랑스 상황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그의 정당이 큰 패배를 겪은 후 의회 선거를 소집했다. 7월에 치러진 선거 결과, 의회는 좌파 연합인 신인민전선(New Popular Front)이 의석수에서 1위를 차지하고,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National Rally)이 의석수로는 3위를 차지했으나 총 득표수에서는 1위를 기록하며 양분되었다. 결국 소수당 정부가 구성되었으며, 공화당(Les Républicains) 소속이자 소규모 우파 정당을 대표하는 미셸 바르니에(Michel Barnier)가 총리로 임명되었다. 그러나 이 정부는 지출 삭감을 포함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데 실패했고, 결국 국민의회에서 불신임 투표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프랑스 헌법에 따라 새로운 선거는 2025년 7월 이전에 치를 수 없다. 이로 인해, 마크롱 대통령의 영향력은 크게 약화된 상황이며, 2027년 임기 종료까지 직무를 완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헌법상 대통령이 탄핵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마크롱이 스스로 사임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이 역시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만약 마크롱 대통령이 내년에 사임한다면, 국민연합(National Rally)이 프랑스 대선을 승리로 이끌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이는 프랑스의 EU 및 NATO에 대한 입장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합은 미국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행정부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나리오는 내년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아직 없어 보인다. 오히려 프랑스의 정치적 마비 상태가 계속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내년 7월에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선거 결과가 정치적 교착 상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력 확충과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비용이 증가하면서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 우파 자유민주당(FDP)으로 구성된 신호등 연정(Traffic Light Coalition)이 붕괴되었다. 이 연정이 무너진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추가적인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세금을 인상할지 여부에 대한 의견 차이와, 새로운 부채 발행을 제한하는 독일의 부채제동장치(Debt Brake)를 둘러싼 갈등이었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당인 기독민주당(CDU)이 연방의회에서 최대 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들의 자연적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이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재 최대 정당인 사회민주당(SPD)과의 대연정(Grand Coalition)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러한 정당을 구성하면서 유럽과 다른 지역의 중도 정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정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워싱턴과의 관계는 다소 긴장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한 주요 위협은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예상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경우이다. 만약 AfD가 대거 의석을 확보한다면, 안정적인 다수 정부가 구성되지 못하고 독일 정치가 더욱 심각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스페인과 폴란드를 포함한 다른 주요 국가들 또한 정치적 분열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그 정도는 비교적 덜하다. 스페인의 경우, 정부는 2023년 이후 계속 집권하고 있지만 소수 정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2023년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으나, 대통령직은 여전히 극우 포퓰리스트 성향의 정당이 차지하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가지고 있어 일부 입법을 차단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나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특히 폴란드에서는 내년 5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통합된 정부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급진 우파의 부상은 EU의 안정성과 외교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유럽의 극우 정당 중 다수는 자유무역에 회의적이며(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EU를 재구조화하고 초국가적 권한을 약화시키길 원한다. 또한 이들은 대중국(對中國) 정서가 강하며, 보안 우려를 이유로 중국과의 무역 및 투자를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NATO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열되어 있다. 포퓰리스트 우파 정당들이 더 많은 유럽 국가에서 권력을 가지게 된다면, 이는 보호무역주의와 NATO에 대한 회의론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서유럽의 일부 극우 정당들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동유럽의 많은 포퓰리스트 정당들은 러시아에 더 강하게 반대하며 친-NATO 성향을 보인다.

 

EU의 자유무역 정책은 보호무역주의와 반중국 정서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유럽 전역에 걸친 급진 우파 정당들 간의 모순된 입장, 특히 대러시아 및 대NATO에 대한 상반된 견해는 EU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기보다는 정책적 마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더 크다.

 

| 외교 및 안보

 

유럽 정치에서 프랑스-독일 관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이는 2016년 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더욱 강화되었다. 따라서 현재 프랑스와 독일 모두에서 나타나는 권력 공백은 유럽이 정치적, 지정학적, 경제적 위기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결코 이상적인 상태라 할 수 없다.

 

이탈리아와 영국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7월 총선에서 다수당 정부를 출범시키며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영국은 EU를 탈퇴한 상태이기 때문에 EU내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이탈리아는 EU 회원국으로서 안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나, 유럽 전체의 불안정성을 완전히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의 새 행정부는 확대된 NATO 동맹과 마주하고 있다. 핀란드는 2023년에 공식적으로 NATO에 가입했으며, 스웨덴은 2024년 3월에 뒤를 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NATO 회원국들이 방위비 지출 의무를 충족하지 않을 경우 그들을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으나, 스웨덴과 핀란드는 이미 방위비 증액 의무를 충족한 상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탈리아 총리와 주요 정당이 미국 우파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탈리아를 방위비 분담을 많이 지출하지 않는 “문제 국가”로 지목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탈리아에 다른 NATO 회원국들—예를 들어,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크로아티아—처럼 GDP 대비 2%의 방위비 지출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압박하는 강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NATO는 회원국 간 갈등뿐만 아니라 점점 더 커지는 외부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2024년 초 이후 이미 상당한 영토를 상실했으며, 전쟁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에 따르면 그 면적은 수천 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25세 미만 남성 인구를 전면 동원하지 않았으며, 손실이 더 심각해져 국가가 분단될 위협이 현실화되지 않는 한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지만, 그 대가 또한 막대했다. 2024년 11월에만 45,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전장에서의 추가 진격을 지속하기 위한 군사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4년 6월 북한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으며, 2022년 말부터 물자 공급(포탄, 미사일 등)을 위해 북한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었다. 이 협정의 체결 및 비준은 북한군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할 기반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러시아가 군사적, 경제적으로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가운데, 전쟁 수행을 위한 새로운 자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러시아가 북한의 지원을 받아 전장에서 진격하는 위협이 미국이나 유럽의 추가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이어질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문제를 담당할 특사로 러시아 강경파 키스 켈로그(Keith Kellogg)를 임명했다. 켈로그는 과거 양측이 협상에 나서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할 가능성을 포함한 협상 의지에 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은 러시아를 합리적인 조건에서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현재 많은 유럽국가들과 NATO에 직접적이고 점증하는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러시아가 즉각적으로 가할 수 있는 위협은 2024년 12월 루마니아 대선 1차 투표에서도 드러났다. 이 선거로 러시아의 개입 증거가 발견되어 루마니아 대법원에 의해 무효화되었다. 유사한 혐의는 2024년 11월 몰도바 총선과 관련해서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러시아의 개입 우려는 러시아가 유럽 대륙 전체에 가하는 다차원적인 위협을 명확히 보여준다.

 

러시아가 북한에 기술 이전이나 다른 형태로 군사적 지원을 할 가능성은 한국에 우려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군이 현대전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할 가능성은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공동의 위험인식은 한국과 유럽 간의 공통된 이해관계를 형성하며, 이를 바탕으로 상당한 협력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국제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양측은 군사적, 기술적, 외교적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은 워싱턴의 입장을 신중히 고려하면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와의 조율은 양측 협력의 효과와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방위산업 생산은 특히 더 큰 협력이 요구되는 분야 중 하나이다. 한국이 폴란드의 오르카(Orca) 잠수함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이 한 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주고 있듯이, 현대전에 대비하려면 유럽과 한국 모두 포탄 비축과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신무기 개발이 필수적이다.

 

드론의 확산과 이를 활용한 비대칭 전력은 전장의 양상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정밀 타격 무기, 전자전 기술, 그리고 드론 방어 시스템 개발은 양측이 협력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동시에, 포탄 및 기타 탄약 생산능력을 증대시키는 데 필요한 공급망 안정화와 생산기술 공유는 장기적으로 유럽과 한국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양측은 각자의 방위산업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안보 환경에서의 공동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다.

 

| 유럽의 경제 상황

 

 많은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의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정부들은 긴급 복지 및 의료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차입해야 했으며, EU 자체도 회원국들의 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상당한 부채를 떠안았다. 유럽은 인플레이션의 충격을 받았으며,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더욱 악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유럽 경제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회원국들간 협력과 경제 정책 조율이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팬데믹과 지정학적 충격의 여파로 유럽은 복지 및 의료 시스템에 대한 재정적 압박과 동시에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유럽 내부의 정치적 불안정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서유럽의 많은 국가들(프랑스,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등)은 이미 대규모 국채량과 증가하는 재정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독일과 같은 일부 국가들은 과도한 부채보다는 부채 회피 성향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유럽 각국 정부에 외부 안보 위협, 국내 실업률 증가, 그리고 인구 고령화와 금융 위기 이후 정체된 생산성 성장으로 인한 구조적 비용 부담을 해결하는 데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부채제동장치(Debt Brake)와 같은 엄격한 재정 규칙은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한 추가 지출을 제한하며, 유럽 전체적으로 재정 정책 조율을 어렵게 만든다. 한편,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로 인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어, 유럽의 경제 및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혁신적이고 협력적인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유럽은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의해 주도된 에너지 가격이 미국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높은 에너지 비용은 유럽의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비야디 자동차를 선두로 한 중국의 전기차 산업의 급부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가 계획되었거나 이미 진행 중이다. 유럽의 녹색 전환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었던 스웨덴 배터리 회사 노스볼트(Northvolt)의 파산은 이러한 도전에 대한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는 차세대 녹색 기술 공급망에서 많은 부문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유럽이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중국의 기업들은 생산 규모, 비용 효율성, 그리고 광물 및 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통제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에 비해 유럽은 에너지 비용 부담, 정책적 분열, 그리고 자체적인 공급망 구축의 미비로 인해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 공급망 다각화, 그리고 연구개발 투자 강화와 같은 전략적 조치가 필요하다.

 

유럽의 대응은 모순적이다. 한편으로는 유럽의 경쟁력을 해친다는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과 주요 유럽 자동차 제조사 스텔란티스(Stellantis)가 41억 유로 규모의 리튬 배터리 공장을 스페인에 건설할 예정인 상황이다.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서 유럽은 중국과의 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유럽 내 외국인 투자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독일 정부의 보조금을 통해 인텔(Intel) 투자를 유치해 유럽의 '자립적' 생산 역량을 구축하려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에 필적할 유럽식의 반도체법은 공동 재정 제도의 부재와 추가 차입 여력 부족으로 인해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유럽 시장의 규모와 관세 장벽을 활용하여 중국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유럽에 설립하고, 이러한 투자 협정의 일환으로 기술을 유럽 파트너에게 이전하도록 유도하려는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투자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유럽형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기구는 유럽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차단할 권한을 EU에 부여하게 된다. 이 규제는 중국 기업을 포함한 일부 첨단 기술 보유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통신 기술 등 유럽의 경제 및 안보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들이 주요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조치들은 유럽이 기술 주권(technological sovereignty)을 강화하고, 공급망 독립성을 확보하며, 전략적 자산 보호를 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는 EU와 중국 간의 경제 관계에 추가적인 긴장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일부 유럽 회원국 내에서도 경제적 이해관계와 안보 우려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논쟁을 촉발할 수 있다.

 

유럽판 CFIUS가 도입될 경우, EU는 미국과 유사하게 외국인 투자 심사 체계를 통해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더 강력한 도구를 갖추게 된다. 다만,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EU 회원국 간의 정책적 조율과 규제의 일관성이 중요한 과제로 남을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 접근법은 유럽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으나, 중국 기업들과의 협력은 기술 의존도 심화와 전략적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유럽은 정책적 일관성을 확보하고, 공급망 독립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략적 투자 유치와 기술 주권을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의 첨단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유럽에 중국의 대안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유럽 내 생산 시설을 신설하고 R&D 협력을 강화한다면, 유럽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뿐만 아니라 한국과 유럽 기업 간의 지식과 전문성을 공유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은 특히 반도체, 배터리, 친환경 에너지 기술, 차세대 통신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서 상호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공급망 다각화를 통해 유럽의 기술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유럽의 지속 가능한 경제 전환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이 유럽 내에서 현지화된 투자와 협력을 강화한다면, 이는 EU에서 발생하고 있는 무역 보호주의의 영향을 피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유럽 시장 내 생산 기반을 확대함으로써, 한국 기업들은 EU의 규제 프레임워크 내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유럽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며, 양측의 경제 및 기술 협력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공동의 안보 및 경제적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의 대응 방향

 

유럽의 정치적 분열은 한국 정부가 내년에 일부 유럽 국가들과 실질적인 외교 및 경제 협력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의 정치적 교착 상태는 2025년 동안 파리와 서울 간 관계 확대에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독일은 2월 이후 치러질 선거에서 안정적인 다수 정부가 구성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교착 상태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기타 유럽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이지만, 여전히 내부 분열은 남아 있다.

 

이러한 분열과 정치적 교착은 유럽과 NATO의 통합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와 맞물려 중대한 도전 과제를 형성하고 있다. 트럼프가 복귀하는 시점에서 많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GDP 대비 2% 방위비 지출이라는 그의 요구를 충족시킨 상황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를 어떻게 다룰지는 불확실하며, 그는 이전에 평화 중재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이러한 안보 상황에서, 한국은 살상 무기지원 제공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파병한 데 따른 대응으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한편, 한국과 유럽은 이미 무기 수출 확대와 탄약 관련 투자에 대해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일부 유럽 국가들은 한국을 방위산업 경쟁자로 간주할 가능성도 있어, 협력과 경쟁 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

 

양측의 공동 관심사는 무기 시스템 확보보다도 미사일과 포탄 조달에 집중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 NATO와 한국 간 협력이 강화된다면, 모두에게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유럽은 미래 기술 분야에서 점점 더 중국에 대한 의존이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국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의 주요 안보 동맹국인 미국이 중국과 지정학적, 경제적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유럽은 중국 대안이 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을 필요가 있으며, 유럽은 중국 기업에 부과할 관세 및 투자 규제에 따라 한국은 많은 미래 산업에서 유리한 경쟁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국은 유럽과의 협력을 통해 군사·안보 분야뿐만 아니라 미래 첨단 산업에서 상호 이익을 창출할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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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정세전망 2025-특집호-제8호]​​(2024.12.24)에 게재된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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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12월24일 14시32분
  • 최종수정 2024년12월24일 13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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