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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신인도 회복을 위한 공공외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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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12월23일 13시36분
  • 최종수정 2024년12월23일 13시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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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불확실성의 충격


  갑작스러운 정치적 불확실성이 우리나라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많은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떠났고, 태국에서는 원화의 환전이 거부되는 사태도 발생하였다. 다행히 유혈사태 없이 민주적 헌법적 절차가 작동하면서 정국도 수습되고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 보는 한국의 이미지는 바로 회복되지 않아서 우리나라의 대외적 신인도가 이전 수준을 밑돌고 있다. 경제금융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국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원화의 하락도 계속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우리 외교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스웨덴 총리의 방한도 연기되었고 일본 총리의 방한계획도 취소되었다고 한다. 당분간 정상외교는 불가능하여 보인다.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가 연기되는 등 정부 간 외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한때 한국을 여행 주의국으로 지정하였다.

 

| 공공외교 활용의 필요성

 

정상외교나 정부 간 외교 같은 정무외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는 공공외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공공외교란, 외국의 국민을 상대로 한국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는 외교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외국의 국민이란 개인뿐만 아니라 시장행위자, 언론, 시민단체 등 각종 비정부 행위자를 포괄한다. 공공외교의 대상이라 하면 보통 학자, 연구소, 언론기관 등을 떠올리지만 해외투자자, 경제분석가, 신용평가기관도 중요한 비정부 행위자로서 필요에 따라 당연히 공공외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공공외교가 정무외교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공공외교를 활용하여 정무 외교의 공백을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다. 실은 한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한국방문객이 줄어드는 있는 지금 시점에서 공공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며, 세계 언론이 한국을 주목하는 지금이 오히려 공공외교의 적기일 수도 있다.

 

  그동안 정부는 제2차 공공외교 기본계획 (‘23~’27년)에 의거, ‘세계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대한민국’이라는 비전하에 공공외교를 수행해 왔다.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의 공공외교가 이러한 비전을 갖고 수행될 수 있는지, 그리고 수행되어야 하는지는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은 단시간 내 빈곤과 독재를 극복하였고 얼마 전부터는 G7 가입을 추진할 정도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우리나라 문화와 예술도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발전 경험과 소프트파워 덕분에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와 위상이 제고되었고 글로벌 중추국가의 비전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그동안 공들여온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가 위협받고 있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던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가 하루아침 사이에 정치적으로 불안한 국가라고 인식되게 되었다. 경제 자체는 별로 바뀐 것이 없는데도 대외신인도가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외교를 통해 ‘세계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대한민국’의 비전을 추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공공외교를 통해서 손상된 국가 이미지를 다시 살리고 위상을 회복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실 국가 이미지와 위상을 제고하는 것이 공공외교 본연의 목적이기도 하다.

 

| 위기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시사점

 

   우리나라만 이미지의 위기를 경험한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수 많은 조직들이 위기를 경험하였고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 위기에 적절히 대처하고 이미지를 회복한 조직은 살아남았고, 적절한 대처와 이미지 회복에 실패한 조직들은 퇴출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 커뮤니케이션(crisis communication)’이라는 학문분야가 탄생하였다. 위기 커뮤니케이션 연구 내에서도 다양한 이론과 견해가 있지만 공통점은 위기관리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위기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위기는,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위협으로 정의된다.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위기로 인하여 발생할 손실을 최소화하고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 실행하는 커뮤니케이션 행동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우리의 현재 상황은 위기에 해당하고, 이미지 회복을 위한 공공외교는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위기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시사점을 알아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

 

  위기 커뮤니케이션 연구 내에서도 다양한 이론과 견해가 존재하고, 지면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위기 커뮤니케이션 연구가 우리나라 공공외교에 주는 시시점을 모두 언급할 수는 없다. 이 글에서는 예시적으로 다음과 같은 시사점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활용시기

 

  가급적 위기의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 위기의 초기에 사람들의 인식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초기 중국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비판에서 알 수 있듯이, 은폐나 무대응 등 ‘폐쇄적 커뮤니케이션’은 불신을 심화 시킨다. 한편, 위기가 끝난 후에는 오히려 침묵하거나 무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이미 잊혀 버린 위기의 기억이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상황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본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해 가능한 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여 대외신인도의 악화를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외신인도가 악화되면 그에 따라 자본이 더 유출되고 원화가치도 더 떨어져서 대외신인도가 나빠지는 자기실현적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만약 시장에서 정보가 부족할 경우에는 그 공백이 부정확한 추측이나 왜곡된 정보로 채워질 수 있기 때문에, 심지어 나쁜 소식이라도 숨기지 않고 신속하게 공유하여 근거 없는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신뢰감을 높여야 한다.

 

- 이미지 회복 전략의 유형

 

이미지 회복을 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부인(denial), 책임회피(evasion of responsibility), 사건의 심각성 절하(reducing the perceived offensiveness of event), 시정 행동(corrective action), 사과(mortification) 등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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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에 이들 전략을 대입해 보면, 극단적인 예이겠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전략 (단순 부인), 정치적 불확실성은 인정하지만 의도는 좋았다고 주장하는 전략(선의), 한국이 과거에 얼마나 정치적 불확실성을 잘 극복하였고 지금도 얼마나 평화적이고 헌법적으로 상황을 잘 수습하고 있는지 강조하는 전략(강화),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주는 영향이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전략(최소화),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약속하는 전략(시정 행동), 정치적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이해를 구하는 전략(사과) 등이 가능하다. 이들 전략은 단독으로도 사용될 수도 있고 여러 전략이 동시에 같이 사용될 수도 있다.

 

Benoit은 이들 전략 중에서 사과나 강화, 시정 행동을 효과적인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추천하였다. Benoit가 추천한 전략을 우리 상황에 적용한다면, 정치적 불확실성의 발생과 존재를 인정하되(사과), 한국은 정치적 혼란을 평화롭게 극복한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이며(강화),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는 조치들이 취할 것이라는 메시지(시정 행동)이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실증적으로 검증이 필요하고, 최종적으로는 효과가 검증된 전략을 채택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상황적 위기 커뮤니케이션 이론(situational crisis communication theory)’에서는 효과적인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유형에 따라서 다르게 결정된다고 본다. 따라서 먼저 위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실증적 검증도 필요하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위기의 유형을 막론하고 사과나 보상 등 수용적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많다. 또한 그러한 연구결과와 다르게 현실에서는 무대응이나 부인, 책임회피 전략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미지 회복 담론(image repair discourse)과 정보원의 중요성

 

  위기를 설명하고 부정적 인식을 해소시킬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narrative)가 필요하다. 어떠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사용하든지 전달되는 담론은 진실해야 하고, 다양한 청중(ex. 투자자, 언론인, 전문가, 일반 시민) 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담론이 청중의 특성에 맞게 맞춤화되더라도 맞춤화된 담론 간에는 모순이 없어야 한다.

 

  우리 상황에 대입하여 보면, 지금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왜, 어떻게 발생했고, 미래에는 이번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왜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인지를 설명하는 외국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내러티브가 필요하다. 아무리 우리가 한국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체감하더라도, 그러한 내러티브가 없으면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대해 갖는 국가 이미지나 신인도는 바뀌기 어렵다.

 

  기존의 공공외교 대상과 달리,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서 필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청중에는 시장 행위자, 특히 해외 투자자, 국내외 경제전문가, 국내외 경제신문, 신용평가기관 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특성에 맞게 메시지를 맞춤화하여야 한다.

 

  또 같은 메시지를 동일한 매체를 통해서 내보내더라도 누가 발신하는가에 따라서 설득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누가 공공외교의 대상을 접근할 것인가도 고민해 봐야 하는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정보원은 메시지의 효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서, 정보원의 전문성과 신뢰성이 중요하다. 우리 정부당국자가 공공외교의 대상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객관적이지 않을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꼭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타깃 청중에게 신뢰를 받는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먼저 커뮤니케이션 하여 타깃 청중에게는 우회적으로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 발상전환의 필요성과 한계

 

   그동안 우리나라는 단기간 내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 달성한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사례로 각광 받아 왔다. 한국의 발전 경험을 설명하는 내러티브(narrative)도 만들어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많은 국가와 국민들과 공유하며 희망을 주었다.

 

  이글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대외적 신인도 저하라는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 공공외교가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정상외교나 정부 간 외교가 제대로 수행되기 힘든 현재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공공외교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회복하고 대외신인도도 제고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공공외교와는 다른 발상이 요구된다. 그러한 발상의 전환에 위기 커뮤니케이션 연구가 주는 시사점이 유용할 수 있다.

 

  소수의 선진국을 제외하면 세계 다수의 국가들이 정치적 불확실성과 취약한 대외신인도 문제를 안고 살고 있다. 갑작스럽게 촉발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우리도 그들과 같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만약 우리가 공공외교를 활용하여 취약한 대외신인도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많은 국가들에게 또 다른 준거 사례가 될 것이다.

 

  국가는 일반적인 조직과 다르고 한국은 특히 다른 국가와도 다른 고유성이 있기 때문에 위기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결과를 우리의 공공외교에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열린 마음으로 참고해 볼 필요는 있다.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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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세종포커스] (2024.12.23.)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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