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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완식의 생동하는 문화예술 <26> ‘겨울연가’ 다시 한번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12월23일 10시55분
  • 최종수정 2024년12월23일 11시48분

작성자

  • 전완식
  •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교수, 국가미래연구원 부원장

메타정보

  • 5

본문

1. 한류의 영원성(永遠性) 확보 전략


1-1.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

 

KBS2 2002.01.14. ~ 2002.03.19. 20부작으로 방영했던 ‘겨울연가’는 결혼을 앞둔 한 여자에게 죽은 첫사랑과 닮은 한 남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드라마로 ‘욘사마’ 신드롬을 만들면서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20여 년 전에 방송된 드라마가 지금도 남이섬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특별한 섬을 만든 겨울연가는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의 23년도 남이섬 방문객수 통계는 1,504,063명이다. 관광객 수가 많을 때인 2017년에는 330만 명이었고 외국인 관광객의 수도 130만명에 달했다. 중국(35만 명), 대만(18만 명), 홍콩(15만 명), 태국(14만 명), 말레이시아(13만 명), 베트남(10만 명), 인도네시아(9만 명) 싱가포르와 필리핀(6만 명) 순으로 분석됐었다. 현재도 외국인 방문 분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남이섬의 성공으로 지역의 많은 관광지에 스토리텔링을 얹는 작업이 2010년 전후로 전개되었고 각 지자체는 앞다투어 영화, 드라마의 촬영지를 제공하고 촬영지를 공원화하는 사업 붐이 일어났지만, 실제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고 사람들이 찾지 않아 흉물로 전락한 경험이 있다. 흉물촬영지 문제는 드라마나 영화의 제작 단계에서 지자체가 참여를 해야 하므로 추후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안타깝게도 세트장을 제공했던 영화나 드라마는 대체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성공하여도 그 제공 지역이 매력적으로 나오지 못하여 관광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한 결과가 있었다. 

 

1-2. 성공 예측이 불가한 선지원 문제의 해법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 원칙은 필자가 몇 번에 걸쳐 지적했던 ‘팔길이 원칙’이다. ‘팔길이 원칙’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이다. 따라서 지원의 결과를 담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의 원칙은 26년 동안 진행되고 있다. 팔길이 원칙은 영국을 롤 모델로 시행한 정책이지만 영국의 경우 중산층인 젠틀맨뿐만이 아니라 귀족과 왕족이 있어 수준 이하의 콘텐츠는 바로 시장에서 퇴출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시민 문화 수준이 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선정의 과정도 불합리한 것이 도처에 있다. 본 내용에서는 이 문제를 크게 다룰 생각이 없지만 이해를 돕기 위한 기초 설명이 필요하여 적시하였다. 이런 팔길이 원칙이 작동하므로 가능성을 보고 지원을 하는 문제가 있다. 

 

그 가능성의 가치는 이미 성공한 모델이 있으면 다 이룰 수 있다는 정형화를 연출한다. 소위 ‘누군가가 성공했다면 우리도 성공 못 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 라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해법에 빠지게 된다. 막연한 가능성으로 지원하는 것은 멈춰야 한다. 가능성으로 지원하며 나타난 문제 중 하나가 영화, 드라마의 세트장 지원 사업이었다. 따라서 불완전한 가능성의 지원은 멈추고 이미 성공한 콘테츠나 성공이 확실한 콘텐츠를 선별 지원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콘텐츠 중에서 K-POP은 누가 봐도 성공한 장르이다. 빌보드 1위를 하는가 하면 전 세계 최고의 팬덤을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엔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많이 있지만 대표적인 회사 하이브가 팬 관리를 위해 운영하는 플랫폼인 위버스 가입자 수는 방탄소년단 2,709만명, 엔하이픈 1,062만명, 투마로우바이투게더 1,010만명, 세븐틴852만명, 르세라핌 296만명, 아일릿 104만명, 투어스 75만명 등 하나의 플팻폼에서만 6,108만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의 작년 기업 개요에서는 잠재적 팬수는 3억명에 달한다고 밝힌 적도 있다. 이외에도 와이지엔터테인머트, 에스엠,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 등의 회사에 소속된 가수들의 팬수를 합하면 가공할 만한 숫자에 이를 것이다.

 

K-POP의 성공 요인 중에는 ‘수준 높은 영상 콘텐츠’가 있다. 뮤직비디오의 연출 효과는 신비롭기까지 하다는 해외 팬들의 반응이 나온다. 우리나라 뮤직비디오는 조성모 가수의 영화가 연상 될 정도의 수준 높은 뮤직비디오를 선보인 이후 급성장하여 3~4분의 노래 속에 엄청난 양의 스토리를 농축시키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가수들이 직접 만드는 동영상이 유튜브나 동영상 플랫폼으로 지속적으로 송출되고 있다.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세븐틴의 경우 ‘고잉세븐틴’이라는 자체 예능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매주 수요일 유튜브와 V LIVE에 동시 업로드되는 세븐틴의 정기 영상 콘테츠는 2017년 29부작, 18년 24부작, 19년 28부작, 20년 47부작, 21년 35부작, 22년 29부작, 23년 33부작, 24년 26부작으로 총 222개의 예능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였다. 이 예능 콘텐츠의 대부분은 학교, 강당, 사무실, 팬션 등에서 촬영되고 있다. 세트나 특별한 공간에서 촬영되는 비중은 높지 않다. 세트나 특별 공간에서 촬영하지 않는 이유는 비용에 대한 부분일 것이고 이를 지자체가 보완할 수 있다. 즉, 팬덤이 큰 K-POP 아이돌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지자체는 공간을 제공하며 시너지를 얻는 방식이다.


2. 한류의 영원성(永遠性) 확립


2-1. 지역의 공간에 향기를 남길 기회를 줘야 한다.


욘사마의 향기는 22년째 남이섬에서 진행형으로 피어나고 있다. 대장금의 향기는 산청의 동의보감촌에서 피어나고 있다. 하나의 성공한 콘텐츠는 상당히 오랜 기간 수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머니 머신’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한류의 붐을 조성한 수많은 성공한 콘텐츠가 있으나 손가락에 꼽히는 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한류의 향기를 피어나게 하는 지역은 드물다. 

 

문제는 콘텐츠를 제작한 공간이 소멸형이라는 문제가 있다. 위에서 거론한 것처럼 세븐틴의 222개의 콘텐츠는 분명히 어딘가에서 촬영이 되었다. 그러나 공간의 성격이 학교, 강당, 사무실, 팬션 등의 이미 고유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므로 촬영이 끝나면 본래의 영업 목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속성이 있으므로 세븐틴의 향기는 이내 지워지는 문제가 있다. 반면 남이섬의 경우는 촬영지가 잘 보존되어 있고 각종 이벤트를 ‘겨울연가’에 맞춰 진행하므로 관광객에게 언제나 향기를 느끼게 하는 심리적 반응을 유기적으로 끌어내고 있다.

 

스타를 늘 곁에 두고 싶어 하는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세븐틴의 경우처럼 예능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경우가 많다. 이를 예를 들어 순천의 순천만국가정원과 같은 곳에서 마음껏 촬영하라고 허가를 해주고 주변에 있는 관광지에서 다양한 영상을 제작한다면 영구히 보존해야 하는 국가 정원이나 관광지는 본래의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아이돌의 향기를 남기게 되므로 서로에게 시너지를 줄 수 있다. 또한 남이섬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상관없이 눈사람을 만들어 겨울 연가의 이미지를 추억할 수 있는 장치가 곳곳에 숨어있어 관광객이 회상을 통해 겨울연가의 스토리를 자기화시키는 작업이 용이하게 만들어 놨다. 마찬가지로 아이돌의 콘텐츠와 연관된 상징적인 조형물이나 시설들을 곳곳에 남긴다면 이는 당장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수단이기도 하겠지만 문화재 지정 연한인 50년 뒤에는 문화재가 될 수도 있다. 

 

bc0bc9704b4e8341352fbebd0052c4fc_1734918<학교에서 촬영하고 있는 고잉세븐틴 - [GOING SEVENTEEN] EP.32 영상 캡처>


2-2. 아이돌을 추억하기 위한 굿즈의 확산


팬들은 스타를 사랑한다. 스타를 사랑하기에 스타의 분신과 같은 어떤 상징물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자발적으로 나타난다. 그 결과물이 브로마이드, 의상, 이미지 책, 씨디, 응원봉, 열쇠고리 등등 스타의 이미지가 들어가 있는 유형의 생산물인 굿즈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 이는 아이돌이 수익을 발생시키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팬들의 욕구를 해소해 주는 방안이기도 하다. 굿즈 문화가 발전된 일본의 경우 유형의 생산물을 소유하는 것을 넘어 호텔, 팬션 등의 내부를 아예 스타의 분위기가 나는 이미지로 단장하여 소유를 넘어 체험하게 하는 영역까지 발전시켜 놨다. 

 

현재도 많은 지자체에서 유명인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특정 이벤트에 그들이 무대에 올라 홍보하게 하는 앰버서더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벤트가 사라지면 그들의 이미지도 사라지는 문제가 있다. 팬과 스타의 관계를 상품으로 연결하는 것 외에도 지역이나 상점, 기관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2-3. 지역 문화와 융합돼야 할 아이돌


남이섬에는 22년 넘게 매년 약 150만명 이상이 방문을 한다. 이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이돌이 지역에 문화를 남기면 아이돌의 인기도 지속 가능하고 지역도 관광 및 수익 창출로 넉넉한 지역이 될 수 있다. 서로에게 함께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지역이나 아이돌 어느 쪽이 먼저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맞는 지역이나 아이돌을 찾아야 하겠다. 

 

필자는 유명 아이돌의 공연을 보기 위해 방한한 해외 팬들이 국내에 체류하는 기간을 수차례에 걸쳐 조사했으나 대체로 공연이나 특별 이벤트가 끝나면 바로 자국으로 돌아가고 있는 현상을 목격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어디를 가도 그들이 사랑하는 스타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서이다. 그리고 대체적인 방한 팬들은 우리나라와 근접한 국가의 국민들이 많아서 밤 비행기로 떠나도 충분한 시간적 환경이 제공된다. 이점을 주목해 보자. 필자도 청년 시절 록 가수의 공연을 보고 나서는 그 흥분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며칠간 마음이 동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 팬들도 그 감정의 여운은 동일할 것 같다. 그렇다면 그 감정선이 유지되는 동안 우리나라의 어딘가에 그 사랑하는 스타의 향기가 피어나는 곳이 있다면 당장 그곳으로 떠날 것이다. 그들이 가진 사랑의 감정을 충족시켜 줄 필요가 있다. 스타를 사랑하고 스타의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을 사랑하게 하는 것이 한류의 문화영토를 확대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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