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일본 정세 전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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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부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부로 자민당 내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자민당 내 비주류 출신 이시바 정부의 출범으로 나타난 일본의 국내정치, 한일관계, 북일관계의 특징을 분석하고, 2025년 세 분야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본 정세를 전망한다. 마지막으로는 한국 정부가 이시바 정부를 대상으로 한일관계와 북일관계에서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 이시바 소수내각 출범과 자민당의 약화
2023년부터 계속된 자민당 파벌 ‘세이와정책연구회(清和政策研究会, 아베파)’의 정치자금 파티를 둘러싼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사건으로 2024년 1월초부터 아베파의 핵심인물들이 체포되었다. 자민당은 2024년 4월 4일, 아베파, 니카이파(二階派)의 의원 39명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였다. 시오노야 류(塩谷立) 전 문부과학상,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전 참의원 간사장이 탈당 권고,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전 문부상과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전 경제산업상, 다카키 쓰요시(高木毅) 전 국회대책위원장이 당원자격정지,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전 정무조사회장 등 17명이 당무 정지, 그 외 17명이 경고처분을 받았다. 이들 대부분은 아베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물들로 자민당 최대파벌이었던 아베파는 정치자금 문제로 세력이 약화되었다.
기시다 정부는 불법정치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월에는 개정 정치자금규정법을 통과시켰지만, 국민들의 자민당 정치에 대한 불만은 계속되었다. 결국 기시다 총리는 8월 14일, 9월에 실시되는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퇴진할 의향을 표명하였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결국 중의원 해산을 통해 중의원총선거가 실시되었을 때 선거 승리를 위한 자민당의 ‘간판’을 누구로 내세울 것이냐가 관건이었다. 결국 기시다 총리로는 승리하기 어렵다는 자민당 내부 의견이 결집되면서 기시다 총리는 출마를 포기하였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9월 27일에 실시되ᄋᅠᆻ고 이시바 전 간사장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산업상,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 등을 물리치고 제28대 총재로 선출되었다. 이시바는 10월 1일 소집된 임시국회에서 총리로 지명되면서 이시바 내각을 발족시켰다.
이시바 총리는 내각 발족 직후 바로 중의원을 해산하였고 제50회 중의원총선거가 10월 27일에 실시되었다. 자민당과 공명당을 포함한 연립여당의 획득 의석은 총 215 의석에 그치면서 과반수 의석인 233 의석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에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은 의석을 크게 늘렸다. 이와 같은 자민당의 패배는 총선거에서 최대 이슈였던 ‘정치자금’ 문제에 자민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이것이 연립여당에 대한 불신으로 표출되었다. 그리고 자민당 총재선거 과정에서 기대를 받고 총리가 된 이시바에 대한 불신도 크게 작용하였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총재선거 과정에서 중의원총선거 실시를 좀 더 시일을 갖고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총리 취임 직후 바로 실시할 것이라고 입장을 선회하고 중의원을 해산하였다. 이 외에도 선택적 부부별성문제1) 등 각종 정책현안에 대해서도 총재선거 과정에서 밝힌 것과 다른 입장을 표명하면서, 선거 간판으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시바 총리는 기존 아베파 중심의 자민당 주류에 도전하는 이미지로 국민적 인기를 얻었고 총리에 취임하였다. 하지만 비주류 총리로서 당내 장악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국정운영에서도 소수내각의 한계상 야당과 부분적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정권의 장기집권이 예상되면서 야당으로의 정권교체의 비현실성이 부각되었지만, 이제 이시바 소수내각 출범과 함께 일본 내에서 다시 한 번 여야간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타난 것이 2024년 일본 국내정치의 가장 큰 특징이다.
| 이시바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의 한계 노정
이시바 총리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아시아판 나토’, ‘미일 지위협정 개정’, ‘북일 연락사무소(도쿄, 평양) 설치’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다른 후보들과 차별되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취임 이후 첫 국회연설에서 상기 문제들을 비롯해서 일본의 안보 및 대외정책과 관련된 사항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충분한 논의 및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발표한 이시바의 안보 구상은 결국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시바 총리는 ‘아시아판 나토’를 통한 집단안보체제 수립,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완화, 미국과의 핵공유 및 미일 지위협정 재검토 등을 주요 안보정책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현재 아시아판 나토 구상이 실현되기에는 일본 국내외적으로 제약 요인이 많다. 무엇보다 집단안보체제를 인정하기 위한 평화헌법 개정이 필요하고,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당 역시 신중한 입장이다. 미국 역시 공식적으로 아시아판 나토 구상을 부정하며 적극적이지 않다. 향후 미국이 참여하고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판 나토 구상에 특히 한국의 참여 여부가 큰 관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를 위협대상으로 상정하는 집단안보체제에 한국의 참여는 신중해야 하며, 일본이 주도하는 집단안보체제에 한국이 어떤 위치와 입장을 가지고 참여하는지에 대한 한국 내 확신이 아직 없다는 점이 최대의 과제이다.
미국과의 핵 공유 역시 국내적으로 제약이 많다. 이시바 총리는 과거부터 일본의 비핵3원칙(핵 제조, 보유, 반입 금지) 중 현실적으로 제3원칙(핵 반입) 수정을 주장해왔다. 핵 공유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비롯한 일본 내 보수강경 세력과 의견이 일치하지만, 현재 기시다파 등 보수온건세력의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강하게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일본 국민들 대다수가 ‘핵 알러지(nuclear allergy)’에 기반한 비핵3원칙에 대한 절대 지지가 있는 여론 상황에서 미국과의 핵 공유 논의는 수면 위로 드러나기 쉽지 않다. 최근 한국에서 핵무장 및 핵잠재력 보유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핵 공유 논의는 한국에서의 핵무장 논의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이시바 정부의 핵정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미일 지위협정 재검토 문제는 ‘미일동맹의 대등화’를 추구하면서 일본의 국제적 역할을 확대하려는 이시바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과 연결된다. 그런데 과거 ‘미일동맹의 대등화’를 주장하면서 오키나와현외 미군 이전 등을 요구했던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부가 미일관계 악화를 초래하면서 1년 재임의 단기간에 끝난 전례가 있다. 이시바 정부의 ‘미일관계 대등화’의 방향이 일본의 역할 증대에 따른 ‘대등화’로 미국에게 인식될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국익 침해에 따른 미일관계 악화로 진행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일 이시바 정부가 미일관계에서 악화 현상을 초래한다면 구 아베파 혹은 다카이치 세력의 이시바 ‘정권 흔들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 ‘불완전한 65년 체제’와 한일관계
2023년 3월, 강제동원피해자 문제에 대한 ‘제3자 변제안’ 발표와 곧이은 윤석열-기시다 정상회담 이후 한일관계는 개선되었고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도 복원되었다. 기시다 총리는 퇴임 전인 2024년 9월 6일 한국을 방문해서 윤석열 대통령과 12번째 정상회담을 가질 정도로 윤석열-기시다 정부는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였다. 그동안 한일 양국은 중단된 정부 간 협의체를 재가동하고 신규 협의체를 출범하면서 활발한 소통을 진행하였고, 경제안보, 첨단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넓혀나갔다.
또한 북한의 계속된 도발과 북러 밀착 상황에 긴밀히 소통하고 단호히 대처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특히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한반도의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을 지지’한다고 표명하였고 2024년 9월 정상회담에서도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 표명은 한국의 통일 노력에 대한 일본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일관계 개선은 한미일 3국 협력 체계의 발전과 함께 한일중 프로세스 재활성화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한일관계 악화로 중단되었던 한일중 정상회의가 2019년 이후 약 4년 반 만에 5월 27일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정상회의에서는 정기개최 지속, 기후변동, 재해재난 등 6개 분야에서의 협력을 담은 공동선언을 채택하였다.
한편 10월 이시바 총리 취임 이후 이시바 총리의 전향적인 과거사 인식이 대한국정책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이시바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한다는 인식을 나타냈고, “일본이 한국을 합병한 역사를 인식해야 한다”(2018년 11월 와세다대 강연)고 언급하는 등 전향적인 과거사 인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2019년 8월 한국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관련해서는 이례적으로 일본의 전쟁 책임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드러내면서 일본의 책임을 언급하였다.
하지만 1910년 일제 강제병합의 ‘불법성’ 문제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이른바 ‘65년 체제’)에 따른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기본 입장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대표적으로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문화유산등재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이 대규모로 이뤄졌던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이 7월 27일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강제동원 사실을 기념관에 기술하고, 사도광산에서 희생된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렇지만 일본은 기념관의 기술과 추도식의 추도사에서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11월에 열린 추도식 과정에서도 일본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生稲晃子) 외무성 정무관의 야스쿠니 참배 논란(후에 교도통신이 오보임을 인정)과 함께 추도식 내용 및 형식을 둘러싼 한일 외교 당국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한국 대표단이 참석하지 않은채 추도식이 진행되는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했다. 이것은 ‘불완전한 65년 체제’에서 비롯된 한일관계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아직 갖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한 사례였다.
| 해결책이 없는 북일관계 지속
아베 정부 이후 일본은 김정은과의 ‘조건 없는 정상 만남’을 주장하고 있지만, ‘조건 없는(납치문제 해결)’을 둘러싼 북일 간 해법이 다르다. 북한은 2002년 북일 정상회담시 김정일의 사과 및 납치자 현황 통보를 통해 일본인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은 납치자 전원 생존 귀환을 목표로 대북 교섭에 나서면서 양국 간 문제 해결의 방도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2023년 5월 27일,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조기실현을 위해 “총리 직할의 하이 레벨(고위급 수준)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싶다”라고 언급하였다. 이미 3월과 5월에 동남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두 차례의 북일 간 비밀접촉이 있었다는 보도(『아사히 신문』 2023년 9월 29일자)가 있었고, 이에 따라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북일 간 비밀접촉의 긍정적 결과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었다.
2024년 1월 일본 이시카와현에서는 대규모 강진으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하였다. 1월 6일 김정은은 기시다 총리 앞으로 ‘각하’ 호칭과 함께 지진 피해에 대한 위로 서한을 보냈다. 2월 15일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일본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라는 담화 발표를 통해 기시다 총리의 ‘조건부 방북’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하지만 3월 25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이 납치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납치자 문제’의 배제 불가를 언급하였다. 이에 김여정 부부장은 다음날 일본과의 ‘접촉 거부’ 입장을 표명하였고,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3월 29일 담화 발표를 통해 ‘접촉 불가’를 선언하였다.
이처럼 북한은 공개적으로 일본과 모든 접촉을 거부한다고 했지만 5월 중순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에서 북한의 정찰총국, 외화벌이 관계자 등 3명과 일본의 유력한 가문 출신의 정치인이 일원인 대표단이 만났다는 보도(『중앙일보』 2024년 6월 13일자)가 있었다. 여전히 일본 정부는 이러한 보도에 대해 “답변을 삼가겠다”라고만 언급하였다. 북일은 계속해서 비공식적인 접촉을 제3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10월에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취임하기 전 각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일이 도쿄와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해서 북한이 납치피해자의 소식을 공식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 방북과 같은 갑작스러운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연락사무소 개설을 통한 점진적 접근을 중시하는 입장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일본 강경보수세력과 납치자 가족회는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이 북한에게 시간벌기용으로 이용되고, 북한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발신하는 여론전을 펼칠 것이라고 하면서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2024년 기시다 정부에서 이시바 정부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지만, 북일관계에서는 여전히 ‘조건 없는 정상 만남’을 표명하면서 제3국에서 비공식적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북일의 최대 현안인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한 상호 인식의 차이-즉 해결이 완료되었다는 북한 입장과 미해결된 납치자 문제의 해결을 주장하는 일본 입장-는 해결책이 없는 북일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 2025년 일본 정세: 두드러지는 이시바 소수내각의 한계
2025년에 들어서도 이시바 정부는 자민당-공명당 연립정권을 바탕으로 국민민주당을 중심으로 야당과 정책별로 협력하는 ‘부분연합’을 통해 정국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소수여당내각으로서 이시바 내각은 정권 운영에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중의원총선거를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된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정권 교체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국회 운영에서 예산과 법안 통과를 둘러싸고 자민당 견제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따라서 선택적 부부별성문제, 정치자금 문제를 포함한 정치개혁문제, 헌법개정문제 등에서 이시바 총리는 야당과의 협력도 중요하겠지만, 얼마나 주도권을 갖고 적극적인 개혁의 모습을 보이느냐가 향후 이시바 정부가 장기정권으로 갈 수 있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미일관계와 관련해서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해 일본은 2022년 국가안보전략 개정 이후 지속된 방위비 부담 증가(GDP 대비 1%에서 2%로 증가) 노력이 트럼프로부터 평가받고 있다고 판단한다. 비록 정권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취임 전 해외정상 중 최초로 면담한 것과 달리 트럼프와의 면담을 거절당했지만, 일본 정부는 트럼프와 친분이 있는 아베 전 총리 부인인 아키에 여사를 통해 트럼프 부부와의 식사를 추진하는 등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 관계 재구축을 시도할 것이다.
소수내각으로서 정권 기반이 취약한 이시바 정부 상황을 고려할 때 2025년에도 한일 간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이시바 총리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이시바 총리의 약한 당내 지지기반, 중의원총선거 패배로 인한 소수여당내각, 일본 국민들의 관심사(정치개혁, 경제개혁 등)를 감안했을 때 이시바 총리가 단기간에 과거사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는 어렵다. 게다가 1910년 일제 강제병합의 합법성 주장, 65년 체제의 유지, 독도(일본명 다케시마) 영유권 주장 등 이시바 총리 역시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2024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한국의 정치적 대혼란으로 한일관계도 향후 전망을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먼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12월 방한을 계획했지만, 계엄령을 둘러싼 한국 정세의 혼란 속에서 방한을 취소하였다. 이시바 총리 역시 통상국회 소집 전인 2025년 1월로 예정된 한국 방문을 단념하였다.
한일은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2025년을 앞두고 2023년 한일관계 개선 이후 지속된 양국 관계의 발전을 확인하려고 하였다. 예를 들어 한일관계의 획기적 이정표로 평가받는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잇는 제2의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발표를 비롯한 다양한 협력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분간 한국의 국내정치상황에 따라 한일협력 및 한미일 안보협력의 향방은 유동적인 상황에 빠질 전망이다.
한편 2025년에도 일본과 북한의 관계에서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시바 정부는 납치자 가족회의 입장을 고려해서 이전 총리들이 주장했던 ‘김정은과의 조건 없는 만남’ 방침을 계승할 것이다. 국내정치적으로 중의원총선거에서 자민당-공명당 연립정권이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시바 정부가 대북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정치적 여유가 없어졌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북한군의 러시아 전쟁 파병 상황에서 비롯된 동아시아 정세 변화, 즉 북러 밀착과 북중러 연대 가능성에 대응하면서 미일동맹 및 한미일 공조체제 강화, 일본 자체적 군사력 강화를 통한 군사안보적 대응을 우선적으로 강화할 것이다.
| 한국정부의 대응 방향
한국 정부는 이시바 총리의 정권기반이 약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서도 이시바 총리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인식을 자주 발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1990년대 호소카와(細川) 담화 이후 2010년 간(菅) 담화로 이어지는 일본의 과거사 인식(반성과 사죄)의 발전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2015년 아베 담화에서 나타난 퇴행적 인식(“다음 세대에게 사과를 더 이상 하지 않게 하겠다”, “일본은 1930년대 이후부터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일뿐이다”)으로 인해 한일 과거사 문제가 후퇴되었음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향후 이시바 총리의 2010년간 담화 수준으로의 과거사 인식 표명 혹은 ‘담화’ 형태까지 발전하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북일관계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북일 접근의 공간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미일 협력체제 및 한일관계가 공고화되고 강화될 때 북일 대화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즉 한미일 협력체제를 통해 외교적 고립감을 느끼게 된 북한은 일본에 접근할 수 있는데 북일 접근을 통해 북한은 일본으로부터의 지원도 고려할 수 있고, 북미대화를 위한 일본으로의 우회 통로로서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한국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시에도 일본과 북한은 서로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한국은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대외정책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북일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음을 인식한 대외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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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택적 부부별성’은 가족의 성씨를 통일할지 말지를 당사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종전처럼 가족의 성씨를 통일해도 좋고, 개명이 부담스러우면 별성을 써도 좋다는 것이다.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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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정세전망 2025-특집호-제4호](2024.12.20)에 게재된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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