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續)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4> 나는 알고 있다. 네가 지난 여론조사에 찍은 후보를… (中)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4월30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4년04월30일 12시48분

작성자

메타정보

  • 2

본문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졸저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중)​ 

 

“안녕하십니까. 이 전화는 20대 총선 서울 서초을 지역구 일반 정치 여론조사입니다. 다음 후보 중 귀하가 지지하는 후보는 누구입니까. 1번 강석훈, 2번 박성중.”

 

같은 여론조사 전화가 다시 왔다. 후보가 4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는 점만 다를 뿐. 1차 여론조사 경선에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정옥임 의원이 탈락하고,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이 결선을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전화를 건 조사원은 여전히 일반 정치 여론조사라고 했고,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사는 곳과 나이는 묻지 않았다. 이번에는 진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친박 후보에 대한 반감으로 “2번 박성중 후보요”라고 답한 뒤 바로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에게 전화했다. (친한 건 아니지만 전화해서 누구라고 하면 아는 사이기는 했다.)

 

“형님, 방금 경선 여론조사 전화 받았는데… 이거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조사업체는 내가 1차 여론조사 때 누구를 찍었는지 알잖아? 표본을 바꿔야 하는 거 아냐?”

 

“이형, 나도 지금 그런 전화를 여기저기서 많이 받고 있어. 저놈들이 장난치는 것 같아.”

 

물론 우리가 이름을 아는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업체라면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당의 경선 여론조사는 대부분 그런 회사가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작은 업체가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업체 선정은 전적으로 당이 한다. 더욱이 설문조사가 끝난 뒤 모든 자료는 폐기하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제대로 됐는지 검증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올 1월 선관위에 등록된 선거 여론조사 업체 88곳 중 30곳의 등록을 취소했다. 지난해 7월 선거 여론조사 회사의 등록 유지 요건을 △분석 전문 인력 3명 이상 △상직원 5명 이상 △연간 매출액 1억 원 이상으로 상향했는데 무려 30곳이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 기준은 분석 전문 인력 1명, 상직원 3명, 연간 매출액 5000만 원이었다. 왜 여론조사마다 수치가 들쑥날쑥하고, 조사 전망치가 실제와 큰 차이가 나는지 알만하지 않을까? 더욱이 등록이 취소된 30곳 중 17곳은 2017년 5월 선거 여론조사 기관 등록제 시행 이후 공표용 선거 여론조사 실적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선관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선거 여론조사 실적이 없는 업체도 20곳이나 됐다. 여론조사 실적이 없었다고 하지만 6년여 동안 정말 아무 조사도 하지 않았을까? 그사이에 대선(2022년), 총선(2020년), 지방선거(2022년, 2018년)가 숱하게 있었는데? 더욱이 여론조사업체가 정치, 선거 여론조사만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여론조사의 결과 공표금지 등을 다룬 공직선거법 108조 3항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려면 여론조사의 목적, 표본의 크기, 조사 지역·일시·방법, 전체 설문 내용 등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사항을 여론조사 개시일 전 2일까지 관할 선거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서면으로 신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 열거된 두 번째 단체가 ‘정당’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중앙선관위에 물었더니 “정당이 의뢰하는 여론조사는 표본 크기, 조사 지역, 일시, 방법, 설문 내용 등 자료를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4월 1일 오전 10시 40분 중앙선관위 공보과에서 답한 내용이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대중에 공표되는 여론조사를 말하는 것이고, 총선 후보를 선정하는 경선 여론조사는 아예 이런 범주에 들지도 않기 때문에 자료 제출 의무가 없다고 한다.)

 

이쯤 되면 왜 갑자기 낙하산으로 불과 며칠 전에 내려온 소위 ‘듣보잡’ 후보가 적게는 4년 많게는 8년, 12년을 해당 지역구 맹주로 군림한 현역의원을 경선에서 이길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말이 좀 길어졌는데, 정리하면 내게 전화를 건 설문 조사업체는 내가 누굴 찍었는지 안다. 몇 명에게 물어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응답자가 누굴 지지했는지 안다는 말이다. 그 응답자 표본을 그대로 다시 쓴다면 조사 대상을 어떻게 선정하는지에 따라 원하는 후보를 1등으로 만드는 건 너무 쉬운 일일 것 같다. 앞서 말했지만 2023년까지 여론조사업체 등록 기준은 분석 전문인력 1명이었다. 그나마 선거 여론조사 기관 등록제가 시행된 게 2017년 5월이다. 그 이전은 말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정말, 정말 아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했고, 우연의 우연이 겹쳐서 내가 두 번 선정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박성중 후보에게 나처럼 전화를 건 사람이 많다는 걸 보면 나만 우연히 두 번 선정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거참…. 인생은 알 수 없는 거다. 정의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일까?

 

강석훈 후보가 떨어졌다!

(계속)

 

<ifsPOST>

 

 

2
  • 기사입력 2024년04월30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4년04월30일 12시48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