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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마이너스 금리 해제, “금융 정상화의 첫걸음, 완화적 금융 환경은 계속”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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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3월22일 09시30분
  • 최종수정 2024년03월23일 09시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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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19일, 이틀 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치고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할 것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마이너스 0.1%’였던 정책금리(은행들이 BoJ에 예치한 당좌예금 잔액을 거래하는 무담보 콜 익일 물에 부리(附利)하는 금리 유도 목표)를 0.0~0.1%로 인상했다. 이와 함께, 장기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시행해 오던 장단기 금리 조작(YCC; Yield Curve Control) 및 양적 금융 완화(QE)를 위해 거래소에 상장된 투자신탁(ETF) 및 부동산 투자신탁(REIT) 등 리스크 자산을 매입하는 조작도 종료할 것을 결정했다.

 

이날 결정으로, BoJ는 지난 2007년 2월 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17년 간 유지해 오던 금리 ‘인하’ 기조를 ‘상승’ 기조로 전환한 것이고, 2016년 2월 디플레 탈각을 위해 전임 구로다(黑田東彦) 총재가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이제 일본의 ‘양적 · 질적 수단을 통한 대규모 금융 완화’ 노선은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다. 주요 해외 미디어들은 ‘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마감했다’고 평가했다. 아래에, BoJ의 이번 금융정책 전환 배경 및 향후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 전망 등을 Nikkei 등 해외 미디어들의 보도를 참고해서 정리한다. 

 

■ 우에다 총재 “임금과 물가의 好순환 확인,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  

 

이날 BoJ 우에다(植田和男) 총재는 역사적인 결정으로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고 정책 금리 인상을 결정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2% 물가 안정 목표에 대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실현해 갈 수 있다고 전망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은 그 역할을 다했다” 고 설명하고, 그러나 당분간 완화적 금융 환경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우에다 총재는 이번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금년 ‘춘투(春鬪)’(주; 일본 기업들의 연례 임금 협상)에서 작년에 이어 확실한 임금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서, “임금과 물가의 호순환이 강해지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고 말하고, 이에 따라 역사적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우에다 총재는, 그러나, BoJ의 이번 정책 금리 인상 결정으로 예금 금리 및 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는 보고 있지 않다는 견해도 함게 밝혔다.

 

동 총재는 양적완화(QE) 수단인 장기국채 매입 조작과 관련해서, 향후에도 “대체로 종전과 같은 정도 금액을 상정하고 있다” 고 언급했다. 동 총재는 과거의 이차원(異次元)적 완화의 유산은 당분간 남아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지금 대규모 완화를 종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서, 장래적으로 “BoJ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야에 두고 나아갈 생각” 이라고 말해, 향후 언젠가는 국채 매입 규모를 감축할 것을 생각하고 있음도 암시했다. 그러나, 대차대조표 축소를 ‘언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다’ 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이날 결정으로 일본이 10여년 넘게 지속해 온 대규모 금융 완화 노선을 사실상 종료하고, 금융 정책의 정상화를 향한 새로운 단계로 들어갔다. 주요 중앙은행들은 2008년 Lehman 사태 및 Covid-19 사태를 거치면서 금융 완화 및 긴축으로 대응해 왔으나, BoJ은 금융 완화로 일관해 왔다. 이제 BoJ도 정상화를 향해 첫걸음을 시작하게 됐고, 전세계 금융 정책에도 일대 전기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 “향후 금융 정책은 ‘단기 금리 조작’ 위주의 통상적인 조절이 될 것” 


우에다 총재는 현 시점의 경기 인식에 대해 “경기는 일부 약한 움직임도 있으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고 언급했다. 향후 일본 경제의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는 “글로벌 금융 자본 시장에 마이너스(부정적) 충격이 일어날 리스크” 와 함께, “일본 국내 소비가 생각하는 만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할 가능성” 을 꼽았다.

 

향후의 금융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단기 금리를 조작하는 보통의 금융 조정 형태가 될 것” 이라고 언급해, 통상적인 금융 정책 노선을 지향할 것임을 밝혔다. 이번에 결정한 일련의 정책 결정에 대해 별도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다고 밝히고, 이번 정책 결정은 ‘제로 금리’ 정책으로 불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향후의 금리 인상 페이스에 대해서는 “현상의 전망을 전제로 말하자면, 급격한 금리 상승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향후 물가 전망이 확실하게 상승 기미를 보이다면 금리 인상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한편, 19일의 금융정책결정회의 직후 외환시장에서 ‘엔 약세’ 방향으로 반응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외환시장 상황에 대한 언급은 회피하겠다” 고 응답했다. 

 

지난 15일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발표한 2024년 춘계(春季) 노사 협상 1차 집계 결과, 기본급 인상분인 ‘Base Up’과 정기 승급을 포함한 임금 인상율은 평균 5.28%에 달해, 1991년 이래 33년만에 5%를 넘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우에다 총재는 “실제로 이번 정책 판단에 큰 참고 자료가 됐다” 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의 임금 인상 상황은 아직 확실하게 집계되지 않았으나, “어느 정도 수준은 되지 않을까” 하고 보고 이번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를 결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 “일본 경제가 ‘금리가 있는’ 새로운 역동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것”  

 

일본 금융시장의 기준이 되는 BoJ의 정책금리가 상승하면 금융기관들의 단기 프라임 금리가 상승하고, 이어서 통상적으로 ‘단기 프라임’ 금리에 연동하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가중된다. 지금까지 0.2%라는 초저금리 수준의 금리로 차입이 가능했던 금융 환경에 변화를 가져올 것은 분명한 것이다. 반면, 금리 상승이 부담이 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예금주들이 은행에 예금을 맡겨도 거의 제로 수준의 보상을 받을 뿐이었던 것이나, 이제 은행들은 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예금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 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2023년 12월 히미노(氷見野) BoJ 부총재는 “일본이 금리가 있는 세계로 돌아가게 되면, 저축 초과 상태인 일본의 가계 부문은 총체적으로 수지(收支)가 개선될 것” 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이와 연관해서, 우치다(內田) 부총재는 “금리가 있는 세계는 BoJ가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와 물가 상황이 개선되고 금리를 인상하는 것에 적합한 상황을 실현해야만 비로소 가능한 것” 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Nikkei는 이번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해제는 일본 경제가 이제 “임금도 상승하고, 물가도, 금리도 상승하는 역동적인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총평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대기업들의 ‘춘투’ 결과에 대한 응답에서 임금 상승률이 평균 5%대를 넘어서며 기록적으로 높았던 것이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BoJ도 이번 마이너스 금리 해제 결정에 이러한 양호한 금년 ‘춘투​’ 결과를 예년에 없던 의미를 갖는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했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한편, 수익의 절대적 부분을 예대(預貸) 마진에 의존하는 은행들에게는 이번 금융 정책 정상화는 일종의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일차적으로는 금리 상승으로 수익이 개선될 여지가 있으나, 금리 상승으로 차입자들의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히 상정되고, 따라서, 변동형 금리부 주택 론 비중이 높은 은행들은 대손충당금 적립 확충 등으로 일부 차입자들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커지는 것이다. 일본 주택 론의 약 80% 정도가 변동금리부 대출로 알려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금융 기술 혁신 등의 전략 강화도 필요하다.        

 

■ “향후 금리 상승이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려; ‘엔 케리’ 유인은 여전”


시장은, 대다수 예상대로 BoJ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고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전환한 것에 대해 대체로 ‘이미 상정한 범위 내’ 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 BoJ의 정책 결정 발표문에서 “당분간 완화적 금융 환경은 계속한다”는 문언이 들어간 것을 보아,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매도/달러화 매입’을 부추기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BoJ 당좌예금 부리(附利)를 익일 영업일부터 개시한다는 것 등으로 보아 금융 긴축에 적극적인 요소도 나타나, 시장에서는 ‘엔 약세’ 가 진행됐다.

 

그러나, BoJ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전환한 것은 커다란 분기점이 될 것만은 분명하나, 이번 결정은 단지 금리 수준이 ‘수면 아래에서 수면 위로’ 올라온 단계에 불과하고, 이제 시장의 관심은 향후 BoJ가 어떤 페이스로 금리를 인상해 나아갈 것인가에 쏠려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일본 금리 수준이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도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지난 2월 BoJ 우치다 부총재는 금융경제간담회에서 “계속해서 금리를 인상해 가는 노선은 상정하기가 어렵다”고 언급,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에도 완화적인 금융 환경을 유지할 생각임을 거듭 강조한 적이 있다. 단, 시장에서는 기준이 되는 정책금리가 2024년에 0.25%, 2025년에 0.50% 페이스로 완만하게 움직여 갈 것을 예상하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최근 미 연준처럼 1년 동안에 5%씩 인상한 것에 비해서는 매우 완만한 페이스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대세다. 

 

또한, 흥미로운 전망으로, 이번 마이너스 금리 해제 결정에도 불구하고, 엔화 가치 트랜드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엔화 강세를 연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본 기업들 및 기관투자자들이 해외 자금을 본국으로 환류(環流)하는 소위 ‘Repatriation’ 움직임을 보여야 하나 그런 징후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다. Goldman Sachs사 Kamakshya Trivedi 통화 · 금리 전략가는, 앞으로도 BoJ는 당분간​ 시장 개입을 계속하면서 완화적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미 일 간 금리 차이 해소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엔 케리(Yen-Carry)’ 거래 유인은 계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Bloomberg 통신도 일본 금리가 이제부터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도 ​대체로 ​미 연준처럼 적극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Bloomberg 조사에서도 대부분 해외 시장 전문가들은 금년 말 정책금리 수준이 0.1%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향후 1년~1년 반 기간을 두고 보면 0.5%~0.75% 수준으로 인상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은 BoJ의 정책금리 인상의 최고점을 0.5%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 견해도 편차가 매우 커 아직은 분명한 전망이 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WSJ “마이너스 금리, 만병통치는 아니나 없는 것보다 효험” 평가


한편, 해외 주요 미디어들은 이날 BoJ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 전환 결정에 대해 ‘역사적인 전환’ 이라고 평가하면서 신속 보도를 이어갔다. 영국 Financial Times는 BoJ가 선진국 중앙은행 가운데 마지막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 수단을 해제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이런 정통적인 상궤를 벗어난 이례적인 금융정책 도입으로 예금주들의 원성을 사왔던 사실을 환기했다. 아울러, 은행들에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초저비용성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좀비’ 기업을 양산한 부작용도 지적했다.

 

FT는 2016년에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반대했던 게이오기주쿠대학(慶応義塾大學) 시라이(白井 Sayuri) 교수(당시 금융정책위원)의 ‘경제 상황이 아직은 추가 금리 인상 여건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BoJ는 이번 한번 인상만을 결정한 것’ 이라는 언급을 전했다. 그는 “우에다 총재의 결의와 용기에 대해 칭송한다” 고 말하며, 우에다 총재가 점진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방도를 택하지 않고,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제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견해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Masamichi Adachi UBS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안정된 것으로 확신하기 어려워 BoJ가 다시 한 번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일부 위원들이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 더욱 확고해질 때까지 마이너스 금리 및 YCC 수단을 해제하지 말도록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WSJ은 일본이 ‘마이너스’에서 ‘제로’ 금리로 이행하면서, 12년여에 걸친 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실험 무대의 막을 내렸다고 전했다. 아울러,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중앙은행들이 택할 수 있는 수단 중에 정책의 잠재적 이득이나 리스크가 가장 불확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이너스 금리 제도는 그 자체로 경제 둔화를 탈출하고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할 수단으로 충분치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만병통치(panacea)가 아니긴 했어도 엔화 가치를 낮은 수준에 유지하고 수입 물가를 상승시키는 데 다소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Bloomberg 통신도 BoJ가 마이너스 금리 해제 결정으로 거의 20년 전에 불신과 공포 속에 도입됐던 혐오 정책 수단을 끝냈다고 전했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는 이런 담대한 전환에 따른 단기적 영향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아직도 BoJ는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정책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별다른 충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에다 총재도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당분간 완화적 정책 스탠스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미국과 일본 국채 수익률 격차는 지난 20여년 동안 가장 큰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결국, 시장 동향은 큰 충격을 보이지 않고 있고, 그렇다면, 역설적이나 이번 우에다 총재의 담대한 정책 전환 결정은 충격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라는 느낌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지난 8년여 동안 실험적인 마이너스 금리 체제 하에서 풀려나간 4조달러 상당에 이르는 엔화 자금의 움직임에 쏠리게 될 것이다. 이 거대한 규모의 유동 자금은 지금 일본은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찾아 흘러 다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자 및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투자 의사결정에 다음 단계의 위협을 충분히 감안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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