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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동의 문화시평<30> LA 카운티뮤지엄(LACMA)의 한국미술전 위작 시비를 보며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3월18일 17시01분
  • 최종수정 2024년03월18일 01시09분

작성자

  • 김찬동
  • 전시기획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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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문화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비해 외국의 손꼽히는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한국미술에 관한 전시가 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그 규모나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뉴욕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과 LA 해머미술관(Hammer Museum)을 순회하며 열리고 있는 한국실험미술전인 <Only the Young: Experimental Art in Korea, 1960s–1970s> 전은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이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기회였고 호평 속에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요한 뮤지엄에서의 해외 전시는 대개 우리 미술관이 기획하거나 공동 개최하면서 그 내용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시의 내용이나 수준이 유지된다. 하지만 해외미술관이 독자적으로 기획이 될 때는 검증을 거치지 않아 그 수준이나 내용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왕왕 있다. 

 

  미 서부 최대의 공립 미술관이라 할 수 있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개최되고 있는 <체스터와 카메론 장 컬렉션의 한국 보물> 전이 그것이다. 지난 2월 25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개최되고 있는 이 전시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국내 언론에 의해 전시 작품 중 일부에 대한 위작 논란이 제기되었다. 이 전시는 명성황후의 후손으로 알려진 체스터와 카메론 장의 가족 소장품 35점을 최근 LACMA에 기증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라 한다. 체스터 장(한국명 장정기)은 1939년 서울서 태어나 아버지인 장기환씨가 초대 LA 총영사관의 사무총장으로 임명되면서 1949년 미국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시된 소장품들은 가족이 100년 넘게 소장해 왔던 한국 전통 회화, 서화 병풍, 고려와 조선 시대의 도자기, 그리고 20세기 중반 남북한의 유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술관 측은 전 시대에 걸친 한국미술에 대한 풍부함과 다양성, 진화를 보여주며, 회화, 서예, 조각, 도자기, 칠기, 가구 등을 다양한 매체를 포괄하고 있어 한국 예술 전통에 관한 다차원적인 탐구를 제시하는 것으로 전시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20세기 중반 남북한 유화 작품인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 4점이 위작 시비에 휘말렸으며 북한에서 구매해 온 김관호의 작품으로 알려진 작품도 의심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전시는 중국미술과 한국미술의 권위자인 미술관의 큐레이터 스티븐 리틀(Stephen Little)씨가 기획한 것인데, 위작 시비가 일자 소장자 가계와 소장 과정의 신뢰성을 내세워 시비를 일축하다가 작품이 그려진 용지가 당시에 생산된 종이와 재질이 같다는 과학적(?) 입장을 제시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시 준비 과정에서 현장을 방문했던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해당 작품들이 위작으로 의심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고, 신문에 보도했던 국내 언론사의 미술 담당 기자 역시 현장에서 수준 낮은 엉성한 작품들을 보고 한 눈에 위작임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필자를 포함한 국내의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실제 작품을 보지 못했고 국내 언론에 보도된 도판만을 본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안목만으로도 이중섭의 작품은 유사 작품들을 조잡하게 조합한 것이며, 박수근의 작품 역시 유족들의 증언처럼 필치나 구도가 작가의 그것과 거리가 멀뿐더러 뜬금없는 ‘와이키키 해변’을 그린 풍경화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이 작품들이 진품이라면 미술사를 다시 써야 할 지경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작품 중 일부는 북한을 통해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과거 2000년대 초반 남북 교류가 한창일 때, 북한의 만수대창작사나 북의 인사들을 통해 작고한 월남 작가들이나 월북 작가들의 작품 중 많은 위작이 유통되던 시절이 있었다. 극단적으로는 한국의 업자들이 중국의 접경 지역에서 위작을 만들어 북에서 구매해 온 것처럼 국내에 들여온다는 소문이 일었던 적도 있다. 단정할 순 없지만 기증자들이 가지고 있던 작품들의 출처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러한 과거의 상황 속에서 구입한 작품은 아니었는지도 추론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 

 

   최근 K-ART에 관한 관심 때문인지 해외의 중요한 뮤지엄에서 한국 전시가 심심치 않게 열리며, 특히 해외미술관이 조성한 한국실에서도 자체적으로 전시를 기획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한국의 전문기관과 공동 주최를 하거나 협력사업으로 개최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번, LACMA의 경우는 좀 드문 일이다. 큐레이터인 스티븐 리틀씨는 중국미술의 전문가로 그동안 많은 전시 경력이 있고 현지의 한국계 큐레이터들과의 공동작업을 한 경력이 있지만, 한국미술에 대한 전문성은 알려진 바 없다. 물론 전문가라 하더라도 국내의 전문가들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위작을 가려낼 정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이번 LACMA 전시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기한다. 국내 언론보도 이후 취해진 후속 조치에 대해 알지 못한다. 현재까지도 위작에 대한 문제가 미해결로 남아있다면 정부가 되든 국립현대미술관이 되든 이 문제는 공식적인 조사를 거쳐 정확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공식적 행위 하나하나가 국가의 문화적 역량을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내 공립 미술관에서 미국 전시를 개최하는 중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대사관이나 관계자들의 공식적인 항의와 빈축에 큰 곤란을 겪었을 것이다.  

 해외에서의 한국 전시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물론 과거보다는 체계가 많이 잡혀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준 높은 전시를 위해서는 여전히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국내의 기관들과의 공동 전시는 좀 더 한국미술의 진수를 보일 수 있도록 다양하면서도 새로운 콘텐츠 개발이 필요한데, 이 콘텐츠는 국제적 맥락에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담론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수준 높은 담론 생산을 위해서는 내부적인 연구와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도록 비평가나 큐레이터 등 국내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화된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해외 뮤지엄에서의 전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그곳에서 개최되는 한국 전시나 행사를 전략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직접적인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민간재단이나 한국의 기업들이 참여하는 간접적인 지원이 훨씬 자연스럽고 세련된 방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단순한 지원뿐만 아니라 한국문화나 미술에 정통한 해외전문가들을 확충하는 방안이다. 국제적으로 지명도가 있는 유력한 인사들이 한국미술에 관한 관심을 넘어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특히 브리티시 뮤지엄과 같이 유수한 해외 뮤지엄에 개설된 한국관의 담당 큐레이터들이 한국문화나 미술에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지원프로그램이 절실하다. 그들은 대부분 중국이나 일본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한국미술을 중국이나 일본과 유사한 것으로 다룸으로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한국의 전문가를 파견하여 함께 일하게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국내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같은 기구에서 해외의 젊은 큐레이터를 선발해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연구할 수 있는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나 공립 미술관에서 해외의 큐레이터를 대상으로 한 교환프로그램을 확대한다든지, 해외 큐레이터를 대상으로 한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한국문화와 미술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LACMA 전시에서 벌어진 위작사태를 보면서 한국미술의 국제화를 위한 좀 더 체계적이며 적극적인 정책과 정교한 전략이 필요함을 느낀다. 정부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조속히위작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함께 해외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을 대상으로 한국미술에 대한 전문성을 확충시키는 방안의 강구가 시급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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