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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전쟁 결심’에 대한 미국 내 논쟁 평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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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3월06일 12시56분
  • 최종수정 2024년03월06일 15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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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김정은 전쟁 결심’ 주장


갈수록 한반도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은 핵공격 모의작전 등 군사연습의 빈도 및 강도를 높였고 유사시 한국에 핵무기 사용할 수 있음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지속적으로 개발,시험하고 있으며 미국 본토를 위협할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9년 말부터 북한은 아예 미국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있으며, 김정은은 작년 12월 말에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한국을 더 이상 같은 민족, 동족으로 보지 않으며 ‘주적’이자 ‘교전국’으로 선언했으며 “자국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전쟁으로 간주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현재 남북 해양경계선인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 무력충돌의 위험성을 높이고 의도적 군사행동의문턱을 낮추기도 했다.

 

이런 맥락 속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칼린(Robert Carlin)과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소장 출신인 헤커(Siegfried Hecker)는 대북 전문 매체인 38North에서 김정은이 전쟁 발발을 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고 제기하면서 1950년 6월 25일 직전의상황만큼 이후 어느 때보다 지금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주장했다.김정은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미국관계 개선 외교 노선을 그대로 이어받아 하노이 회담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협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한반도 위기 관리를 했다. 그런데 하노이 회담이후 언급하기 시작한 ‘새로운 길’을 이제 선택했으며 특히 작년부터 여러 번 언급한 ‘전쟁준비’라는 문구의 등장과 북방한계선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했고 북미 외교가 안되어 그 새로운 길은 전쟁까지 하기로 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칼린과 해커는 북한을 여러 번에 걸쳐 방문했고 대북 협상에도 역할을 했기 때문에 북핵 문제 분석에 있어 저명한 전문가인 만큼 이런 분석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 북한학계에서의 논쟁

 

그러나 그들의 주장에 반박하는 전문가가 한두명이 아니다. 평양 주재 전임 독일대사인Thomas Schäer는 북한의 대미 관계 개선 의지와 진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북한의 현재적대적 수사가 전례가 없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북한당국은 곧 전쟁을 개시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켜 미국 대선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제재 완화의 빅딜을 겨냥하는 전술이라 판단한다. 결국 기존의 행동 패턴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자세한 맥락까지 보게 된다면 북한 당국에 주어진 조건이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위한 북한의 대러 무기제공과 러시아의 대북 기술 이전에 따른 북러관계의 밀착 및 미중 적대적 경쟁 구도 속에서 북중관계가 좋아졌다고 해서 전쟁까지 용인할 상황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북중관계에 있어, 전쟁 용인 시나리오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왔던 Atlantic Council 국장인Markus Garlauskas는 현재 선전의 수사에 끌리지 말고 실전배치된 무기체계와 현재 개발중인 무기프로그램을 보아도 문제가 크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군사적인 측면에서 북중러 간의 상호 연계는 대만 전쟁 사태가 벌어질 경우 북한이 제2전선을 한반도에서 열 수도 있다고 한다. 통일은 북한의 멸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국통일을 포기하는 것은 놀랍지 않지만 군사력의 고도화는 도발과 공격의 문턱을 낮추기 때문에 앞으로는 서해같은 지역에서 백령도, 연평도 등의 섬을 공격하게 되면 한미동맹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고 한미간에 쐐기를 박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Garlauskas는 미군 전략 전문가 출신이라 그런지 북한당국의 무기체계의 개발에 따른 기회구조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한미 동맹의 격화 가능성을 보고 있는 반면에 Schäer는 북한이 위기 조작을 하나의 외교 전술로 삼아 북미 외교에서 빅딜을 타개할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대비된다. 그러나 북한과의 제네바 합의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국무부 차관보 출신인 Robert Gallusci도 대북관계에서 외교를 최후의 수단으로 삼을 경우 무력충돌의 가능성,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북한의 참전으로써 한국 공격 가능성, 그리고 북한은 핵보유국인 만큼 핵전쟁마저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Gallusci는 외교를 통해 이러한 위험들을 풀어야 한다고 하면서 비핵화를 후순위에 두고 제재완화 등의 대가로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Bruce W. Bennett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군사적 충돌이 공산이 크고 앞으로 북한의 군사 능력이 더욱 고도화되어 미국 본토를 위협할 것으로 보아, 인도적 지원의 대가로 6개월동안 북한 도발 중단을 약속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미국 국가정보국 북한정보담당관이었던 Sydney Seiler은 통일 포기 선언이 군사행동의 가능성의 예측 변수로 볼 수 없으며 김정은은 지금 지방공업 등 경제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곧 전쟁을 발발할 가능성의 여지가 희박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앞으로 대중외교를 통해 북핵이 불안정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중국에게도 위협된다는 것을 설득시켜야 북한의 위협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 논쟁과 미국 대선

 

미국의 북한학계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의 외교목표와 가능한 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이 많다. 북한의 위험수용도, 대만 사태 가능성 등 여러 변수들이 현재 북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사실 우리는 북한당국의 행동과 담화 등 공식 입장을 볼 때 여러 해석이 가능하고 쉽게 예측할 수 없다. 그런데 북한 당국의 위험수용도, 최근 행동과 수사학, 군사 능력과 외교관계에 비추어 볼 때 현재 전쟁을 발발할 의지도 능력도 없을 것으로 보이면서도 무력충돌과 국지전의 위협이 커 보인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군사행동이나 우발적 군사충돌의 공산이 커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북한의 남북통일 포기론과 북방한계선을 절대 용납할 수없다는 김정은의 강경론적 주장은 군사행동의 문턱을 낮추었기 때문이다. 즉 Garlauskas 등의 미국 전문가들과 국내 전문가들도 서해 국지전의 위험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듯이 빅딜의 전단계인지 한미동맹 이간질의 목표인지에 따라 크게달라질 부분이 있지만 사실 서로 양립될 수 있는 목표이기도 하다.

 

NLL 관련 분쟁이 수십년의 역사가 있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북한의 해군력이 한국보다 열세했기 때문에 큰 우려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고도화와 더불어 특히 최근 2월 14일에 보도된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 시험으로 북한은 지상대해상미사일(지대함미사일)능력을 과시하였다. 이러한 능력을 통해 NLL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고의적 군사행동으로 한국의 경비정, 해군 전함 등을 공격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능력의 구축으로 인해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은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작전을 다시벌이거나 백령도나 서해 5도 일부를 포격할 수도 있다. 포격과 관련해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어 왔지만 북한 당국에 고 고위험고수익형 (high risk high return) 작전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왜냐하면 그러한 작전을 벌여 성공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한미동맹에 “코피 작전”(Bloody Nose Strike) 같은 타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피 작전이란 적국에 제한적 타격을 입힘으로써 행동 조정을 유발시키는 것을 말한다.대남 포격 작전으로 미국 현 행정부에 큰 타격을 주어 미국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미국의 군사력에 대한 의구심도 품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각에서 서해 국지전을 벌여 북한군은 서해 섬을 하나 침공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나오기도 했다. 한미 합동군 혹은 한국군이 북한군을 바로 격퇴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바이든 행정부 대북 정책 실패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로써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매우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재래식 해군과 육군이 한국보다 열세하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에 노골적 핵사용 위협까지 해야 격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볼 수있다. 즉, 격퇴작전의 조짐이 포착되는 순간에 중국의 개입이 없을 경우 전술핵 등 핵사용으로 대응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 가능성이 배제될 수는 없지만 미국의 군사력에 대한 신뢰성(credibility)이 걸린 문제인 만큼 핵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자 핵 위협까지 할지 의문이다.

 

정책제안

 

그런 승산계산이 있어, 북한은 전쟁을 발발하기는커녕 NLL에 대한 국지전조차 의도적으로 벌일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다양한 우발적 위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NLL과 관련해서 일종의 무력충돌 혹은 포격 사태 등의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준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가능할 지 의문스럽지만 한미동맹 협력뿐만 아니라 한일,한중, 한중일 그리고 미중 외교에서도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긴밀한 공조가 시급하다.

 

특히 대남 도발에 대응하는 중국의 역할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한국 정부가 중국과 북한도발 가능성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함으로써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조성된다면 대남 도발에 대한 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있어 국지전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2017년 6차 핵실험 이후 단 한번도 핵실험을 하지 않았던 북한 당국은 중국의 외교 성과로 인정할만하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북한과의 특수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앞으로 서해에서 전략 자산 전개 등의 위험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서해 무력 충돌을 방지하는데에 있다.

 

또한 중국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함께 일본도 적극 동참하여 중국 정부를 설득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의 연장선상으로서 다자간 외교를 실현할 수 있다. 특히 현재 대북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시다 정부는 중국 정부와 북한 당국에게 서해 도발 등의 국지전이 있어서 안된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한국 정부의 대중 외교 접근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ifsPOST>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정세와 정책 2024년 3월호 (통권 372호)](2024.3.4)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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