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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기조 속의 거품 붕괴와 양극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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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2월04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2월04일 12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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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부가 외면한 저성장

  한국경제가 1962년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 지난 62년 간에 2%이하 성장률을 기록한 경우는 모두 네 번 있었다(<그림 1> 참조). 이 중 세 번(1980년, 2009년, 2020년)은 세계 경제위기로 인한 것이며, 한 번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부실이 원인이 되었던 외환위기(1998년 △5.1%)이다. 이 네 번의 경우는 왜 이런 참담한 성장률을 기록했는지 의문을 가질 필요조차도 없다. 

그러나 2023년의 1.4% 성장률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미국(2.5%)·일본(1.6%)보다도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작년의 낮은 성장률의 주된 요인은 수출 부진으로 순수출의 GDP 성장률 기여도가 △0.1%포인트였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GDP 성장률을 미국과 비교해 보고, 또한 분기별로 살펴보면 이유가 여하 간에 정부가 성장률을 포기했다고 할 만한 증거가 있다(<표 1> 참조). 미국의 경우, 개인소비지출의 성장률이 2.2%, 순수출 성장률이 2.7%로 호조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출 증가율은 4.0%에 달하여 0.68% 포인트의 성장기여도를 보였다. 그러나 한국은 개인소비지출 증가율이 2022년 4.1%에서 2023년 1.8%로, 수출증가율이 2022년 3.4%에서 2023년 2.8%로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소비 증가율은 2022년 4.0%에서 2023년 1.3%로 낮아졌다. 특히 분기별 정부지출 증가율은 1분기 0.4%, 2분기 △2.1%, 3분기 0.2%, 4분기 0.4%로 낮아져 정부는 경기침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도 정부의 총수요 보완 역할을 외면했다. 그 결과 정부부문의 분기별 성장기여도는 1분기 1.0%p, 2분기 0.3%p, 3분기 0.2%p, 4분기 0.0%p를 기록하여 연간 성장기여도는 경기침체 양상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2022년 0.5%p에서 2023년 0.4%p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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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성장으로 인한 거품 붕괴

  2000년이후 한국 경제의 성장추세를 세계적 위기 기간의 충격을 제외하고 기간별 평균 성장률을 살펴보면, 2001~2007년간 5.2%, 2011~2019년간 2.9%, 2022~2023년간 2.0%로 계단식 하락추세를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경제는 이미 성장률 2%를 중심선으로 하는 저성장기조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인 만큼 저성장 자체는 놀라울 것이 없다. 저성장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저성장기조가 진행됨에 따라 앞선 고성장시대를 전제로 한국 경제에 형성된 거품들이 경제력 약화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곳곳에서 붕괴하는 양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작년 말 종합주가지수는 2년 전보다 11% 낮은 수준이며, 서울 아파트 가격은 작년 12월 현재 1년 전 대비 2.2%, 2년 전 대비 9.8% 하락했다. 또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작년 8월 3,899건에서 12월 1,167건으로 격감했으며, 같은 기간에 평균 매매가격은 무려 15.5% 떨어졌다. 한 조사(‘부동산 플래넷’)에 따르면 작년 11월 전국 부동산 매매래금액은 2020년 11월의 38% 수준으로 감소했다. 한편 8개 전업카드사 작년 3분기 연체액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작년 하반기에 들면서 부동산시장에서 소매판매에 이르기까지 경제활동의 위축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금융안정의 최대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PF와 자영업자 대출 부실 우려는 바로 한국 경제의 거품 붕괴 현상이 표면으로 드러난 문제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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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양극화

  주목해야 할 거품 붕괴와 더불어 산업별 양극화가 현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업 총지수는 2019년 12월 대비 2023년 12월 13.7% 증가하였으나, 이는 동기간 금융보험업 43.3% 증가가 주도한 결과이며, 반면에 대부분의 자영업종은 4년 전에 대비하여 적게는 10%에서 크게는 30%가 하락하였다(<표 2> 참조). 종합소매업은 8.5%, 음식료소매업은 34%, 가전 및 정보통신소매업은 27%, 섬유·의복·신발·가죽은 13%, 음식점업은 10.4% 감소하였다.

한편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작년 12월 현재 4년 전 대비 1.3% 감소했으며, 음식점 및 주점업 판매액지수는 동기간 10.4% 감소하였다. 국세청이 공시하는 ‘100대 생활업종’에 따르면,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수는 2019년 11월 대비 2023년 11월 26.4% 증가했다. 특히 커피 음료점의 경우 57.6% 증가했다. 그 결과 시장규모는 4년 전에 대비하여 10~30%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자 수는 26% 증가했으므로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날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편 제조업의 양극화도 진행되고 있다. 제조업 생산자 제품출하지수는 2019년 12월 대비 2023년 12월 5.9% 증가하였으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오히려 5.5% 감소했으며, 전자통신과 자동차를 제외하면 6.3% 감소했다. 
  한편 제조업의 수입점유율은 2016년 22%에서 2023년 3분기 27%로 높아졌다. 특히 소비재는 10% 포인트, 중간재는 5.2% 포인트가 높아졌다. 이것은 기술집약도가 낮은 제조업은 무너지고, 그 자리를 주로 중국산 수입품이 차지해 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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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의문은 상기한 한국 경제의 양상들이 일시적인지 또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침체의 서막인지의 여부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4년 1월 수정 전망에 따르면, 미국 경제 성장률은 2024년에서 2028년간에 평균 2.0%, 중국은 4.0%, 한국은 2.2%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 20년간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 왔던 중국 경제의 성장률은 2011년에서 2019년간 평균 7.3%에서 2024년에서 2028년간 4.0%로 무려 3.3% 포인트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경제도 중국 경제의 거품 붕괴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 전망은 보다 비관적이다. 그래도 2% 성장률을 지속할 수 있다면,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아직은 한국 경제에 양극화의 한편에 반도체·조선·자동차·방산 등 상당한 글로벌 역동성이 살아 있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시작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우리 경제가 향후 5년간 거품 붕괴와 양극화를 어떻게 대응하고, 글로벌 역동성을 제고하느냐에 따라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할 것인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5. 대책은 각자도생

  정부는 저성장기조를 개선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거품 붕괴와 양극화에 대응하지도 못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정책대안을 국민들에게 제시해 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각자도생’ 원칙이다. 현 정부는 다음 세대에게 정부의 빚을 넘기는 사태를 막기 위해 적자재정으로 경기대책을 해서는 안 되며, 정부가 조세로 고소득층의 소득을 저소득층으로 이전하는 것은 오히려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저소득층의 생활을 어렵게 한다는 경제정책 원칙을 국민들에게 설파해 왔다. 그런 만큼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국민들에게 주는 명확한 메시지는 ‘각자도생’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거품 붕괴와 양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구조조정과 재정투입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그럴 능력도 그럴 의지도 없는 만큼 굳이 정부의 ‘각자도생’ 원칙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국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희망고문을 시작했다. 특히 여당은 국정기조라고 할 만한 ‘각자도생 원칙’은 갑자기 잊은 듯하다. 지금까지 경제를 망쳐온 정치가 다음 국회라고 해서 달라질 까닭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날로 어려워져 가는 이 시대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해서 현 정부는 국민들에게 분명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답은 결국 국민들은 거품 붕괴와 양극화라는 시대흐름을 직시하고 각자 살 길을 치열하게 고민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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