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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K방산 수출 지원 위한 수은법(輸銀法), 여야 협치로 조속 개정해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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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1월25일 10시09분

작성자

  • 공명재
  • 계명대학교 교수(경제학박사), 전 한국재무관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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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무기수출 2차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폴란드 정부는 2022년 7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전투기 FA-50 48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672문, 현대로템의 K2 전차 980대를 도입하기로 하고 기본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K9 자주포와 K2 전차 물량은 계약을 1차와 2차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2022년 8월에 체결된 17조 원 규모의 1차 계약의 경우 현재 양산 및 납품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약 30조 원 규모의 2차 계약은 2023년 상반기에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계속 미루어지고 있다. 1차 사업 금융지원을 담당했던 수은이 2차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 당시 한국은 폴란드에 무기 구매 자금을 빌려주고, 폴란드는 이 자금으로 무기를 구입한 후 상환해나가기로 했다. 1차 계약 때 수은과 무역보험공사는 각각 6조 원씩 총 12조 원을 폴란드에 지원하였다.

 

한국수출입은행법(이하 수은법) 제4조는 수출입은행의 자본금은 15조 원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제17조의 5에 따라 수은은 동일차주에게 자기자본의 40%까지만 대출해줄 수 있다. 2023년 6월 말 현재 수은의 자기자본은 자본금 15조 원을 포함해 18조6,300억 원이다. 그 40%인 7조4,520억 원 가운데 6조 원은 이미 1차 계약에 썼기 때문에, 2차 계약에선 1조4,520억 원 정도만 폴란드에 빌려줄 수 있다. 수은의 추가 금융지원은 법정 자본금을 확대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와 폴란드가 약 30조 원 규모의 2차 계약을 맺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다. 폴란드 정부가 30조 원의 80%에 대해 금융지원을 요청했기 때문에 약 24조 원 규모의 지원이 필요하다. 

 

민간금융을 담당하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폴란드 방위산업 2차 수출 계약에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금융지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금리도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수은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수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다른 국가나 정부의 경우 동일차주 등에 대한 현행  신용공여한도에 대하여 추가적 예외규정을 두는 것도 고려해 볼 수도 있겠지만, 수은의 건전성을 위하여 한도상향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결론은 수은의 법정자본금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수은의 자본금 한도는 이미 7차례나 확대된 바 있기에 여야가 공감대를 이루면 자본금을 늘릴 수 있다. 사실 여야 모두 그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모두 수은 자본금 한도상향을 위한 수은법 개정안 3건이 계류 중이다. 국민의 힘 Y의원은 30조 원, 더불어민주당의 Y의원은 35조 원, J의원은 25조 원으로 수은 자본금 한도를 높이는 법안이다. 그러나 여야는 국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해당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2023년 폴란드 정권이 교체되면서 계약을 재검토한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기도 하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어 4월 총선 전에 개정되지 않는다면 폴란드 2차 무기수출 계약은 대폭 축소되거나 무산될 수밖에 없다. 수은 자본금을 높이는 것에 대해서는 여야가 공감대를 갖고 있으니, 문제는 그 규모일 것이다. 여야가 제 21대 국회를 마무리하기 전에 폴란드 방산 수출뿐만 아니라,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 향후 글로벌 대형 중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를 위해 정책금융을 제공하는 수은의 자본금 규모를 변화하는 국제경제 환경에 맞추어 유연하게 큰 폭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3년마다 수시로 자본금 규모를 늘리는 상황은 피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수은은 수은법 제1조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대외 경제협력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21대 국회가 여야 협치로 자본금 규모를 유연하게 확대하여 수은이 그 기능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모처럼 21대 국회도 그 과정이야 어떻든 4월 총선 전 모처럼 박수 받고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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