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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인식과 대응에 관한 기후 경제학의 시사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1월13일 14시04분
  • 최종수정 2024년01월13일 13시33분

작성자

  • 송민기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메타정보

  • 2

본문

 

 <요약>

▶ 기후 경제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노드하우스는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팬데믹과 전쟁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파국의 위험을 인지하고 대응하기 위한 접근방식을 종합적으로 제시한 바 있음.

▶ 사회적 파국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근원적 불확실성(radical uncertainty)을 인정하고, 그러한 상황에서도 경제시스템이 강건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완충 여력을 확보하는 데 충분한 자원을 투입할 필요가 있음.

▶ 또한 특정 경제행위가 제3자에게까지 미치는 영향인 외부효과를 적정하게 반영하지 못할 경우 과도한 화석연료 소비를 통한 기후위기 등 다양한 사회적 파국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정부는 부정적 외부효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시장가격에 반영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음.

▶ 특히 금액으로 환산되기 어려운 성격의 사회적 비용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외부효과는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것보다 현저하게 클 수 있음에 따라 기후위기를 비롯한 사회적 파국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음.

▶ 이는 금융위기 방지와 관련하여 금융기관들은 충분한 수준의 완충자본을 적립하려는 노력이 요구되고, 정책당국은 금융시스템의 강건성과 회복력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함.​

 

기후변화는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 중 하나이다. 기후 경제학으로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노드하우스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접근방식을 과학적 지식에서부터 시작하여 정치, 경제 및 윤리적 측면까지 광범위하게 다룬 바 있다.1) 2)

 흥미로운 사실은 노드하우스가 팬데믹이나 전쟁처럼 정치 · 경제 ·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역경을 초래하는 사회적 파국(societal catasꠓtrophe)에 대해서도 다루었다는 점이다. 노드하우스는 다양한 사회적 파국의 위험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식과 기후위기 대응 사이에 본질적인 공통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본고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노드하우스의 접근방식을 소개하고, 코로나19 팬데믹 경험에 대한 주요 학자들의 사후 분석과 연계하여 고찰함으로써 향후 다양한 사회적 파국을 방지하기 위한 시사점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위험의 인식과 방해 요인

 

기후위기 대응의 시작점은 다가오는 위험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위기의식이 없으면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인들이 현실에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로 노드하우스는 정보의 부족을 지목한다. 기후변화 초기에는 과학적 증거가 뚜렷하지 않아서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시기도 분명 존재했다. 그런데 이제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히 축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후위기 자체가 부정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노드하우스는 우려를 표한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기후변화를 부정했던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고, 그 결과 미국이 일시적으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상황까지 초래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도 수많은 전문가들의 경고가 위험 인식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이다. 단적인 예로 2017년 1월 조지타운대학에서는 새로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팬데믹 대비 방안에 대한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는데, 훗날 미국 코로나19 대응의 주역이 된 파우치 미 감염병연구소장은 당시 기조연설을 통해 팬데믹은 단지 시기의 문제일 뿐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팬데믹 위험은 충분히 인식되지 않았고, 따라서 대비 역시 미흡하였다. 노드하우스에 의하면 심지어 2021년 기준으로도 새로운 팬데믹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예산은 미국인 한 명당 12센트 수준에 불과하였고, 그나마도 신종독감에 대비한 것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카산드라의 저주에 비유하면서 전형적인 고전 비극의 재현이라고 평가한다.3) 카산드라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그 예언을 믿어주지 않는 아이러니한 저주를 받은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이다. 아울러 퍼거슨은 전문가들의 일관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위험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던 원인으로 다양한 행동주의적 이상현상(behavioral anomaly)을 지목한다. 방관자로서의 무관심, 선입견에 의한 가치판단, 확증편향 등 인간의 타고난 한계에 사로잡힌 결과 다가오는 사회적 파국의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근본적 불확실성과 완충 여력 확보의 필요성

 

영란은행 총재였던 머빈 킹은 확률 계산이 가능한 위험(risk)과 그렇지 않은 근본적 불확실성(radicaluncertainty)을 구분해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4) 확률의 정확한 계산은 차치하고, 어떤 시나리오들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파악조차 불가능한 문제들이 현실에는 만연해있다는 것이다. 근본적 불확실성을 애써 외면하고 마치 확률 계산이 가능한 위험인 것처럼 취급하면 일견 엄밀한 분석과 처방이 가능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정작 현실 속의 원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지적의 시작은 프랭크 나이트(Frank Knight)와 케인즈까지 거슬러 올라갈만큼 오래되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Kay & King(2020)의 문제의식이다.

 

근본적 불확실성 하에서 중요한 것은 강건성(robustness)과 회복력(resilience)이다. 강건성은 예기치 못한 긴급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시스템이 계속해서 동작할 수 있는 능력이고, 회복력은 일단 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에서 신속하게 다시 복구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Kay & King(2020)은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강건성과 회복력을 잃지 않도록 기준 시나리오(reference narrative)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Wolf(2023)5)와 Brunnermeier(2021)6) 역시 정확하게 일치하는 견해를 갖고 있다. 이는 각각의 위험상황이 발생할 확률을 계산한 후 기댓값이 최대가 되는 전략을 선택하는 접근방식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런데 강건성과 회복력을 갖춘 시스템을 원한다면 완충 여력을 예비로 유지하는 데 따르는 비용을 지불할 용의도 있어야 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석 경제논설위원인 마틴 울프는 지적한다. 예비적 시스템은 정의 그대로 평시에는 유휴 상태이거나 비효율적인 수준에서 동작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의 완충자본은 일정 수준의 수익률 저하를 감수하는 선택이고, 공급망 다변화를 원한다면 최고 품질이나 최저 가격이 아닌 상대방과의 거래도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 만약 일말의 유휴 상태나 비효율도 용인하고 싶지 않다면 시스템의 강건성과 회복력도 같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Covid Crisis Group(CCG)은 미국의 의료시스템이 이와 같은 자멸적 선택을 했다고 평가한다.7) 9·11테러 조사위원회 사무총장이었던 필립 젤리코를 포함한 34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CCG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19 당시 미국에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초래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의료시스템의 미흡했던 완충 여력이었다. 미국 의료시스템이 수십년에 걸쳐 효율성을 추구한 결과로 적시공급방식(just-in-time)이 정착됨에 따라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력 및 의료장비 측면에서의 예비적 공급 여력은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하자 의료장비는 순식간에 고갈되었고, 의료시스템에는 과부하가 초래되었다. 이에 따른 의료진의 번아웃으로 인해 2020년에만 약 20%의 의료인력이 사직 · 은퇴 · 해고 등을 사유로 이탈하였고, 2022년 미국 감염병 분야 펠로우쉽 프로그램에서는 44%의 정원 미달이 발생하였다.

 

근본적 불확실성 하에서 완충기능의 중요성을 보다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Plokhy(2021)8)가 분석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이다. 당시 소련은 전략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B-59 잠수함에 핵탄두를 탑재했고, 미국도 동일한 차원에서 알래스카 공군 기지의 F-102 전투기에 핵탄두를 탑재했다. 그리고는 완충지대도 없이 양국이 맞붙어 대치하는 상황이 이어졌으나, 이내 양국의 전략 모두 근본적 불확실성 하에서 강건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절박한 상황에 몰린 소련 B-59 잠수함장 사비츠스키가 독자적으로 핵어뢰 발사명령을 내리는 상황이라든가 방향을 착각한 미 공군 조종사 몰츠비의 U-2 정찰기가 소련 영공을 침범하는 등 우발적 사건이 발생하자 걷잡을 수 없이 핵전쟁직전까지 사태가 악화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경제위기 예방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수 있는 근본적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그러한 상황에서도 경제가 강건하게 동작할 수 있도록 완충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채무,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등이 어느 수준까지위기를 촉발하지 않는지는 확실한 답이 제시될 수 없는 영역이다. 경제위기의 특징적 요소는 복수균형(multiple equilibria)이며, 경제 주체들의 기대 쏠림에 따라 안정적 균형에서 불안정한 균형으로 급격하게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9) 

 

따라서 예기치 못한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불안정한 균형으로의 기대 쏠림이 촉발되지 않을만한 수준으로 경제 펀더멘털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완충 여력 확보에 수반되는 비효율과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여부이다. 국제금융시장의 위험회피성향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국가채무 상환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유발하지않으려면 국가채무 수준을 충분히 낮은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에서는 일정 부분 조세부담 증가도 수반되게 마련이다. 에너지 위기와 수출 부진 충격이 동시에 발생한 상황에서도 경상수지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관리하려면, 에너지를 비롯한 수입 재화 및 서비스가 평시와 동일한 수준으로소비되기는 어렵다는 현실인식도 필요하다.

 

외부효과 반영의 한계와 윤리적 기준

 

노드하우스는 현대 환경주의를 인간의 활동에 따른 주요 외부효과(externalities)를 분석하는 지적·법적 분석체계라고 규정한다. 그만큼 외부효과는 기후 경제학에서도 핵심적인 개념에 해당된다. 외부효과는 어떤 행위가 거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후생에까지 미치는 파급영향을 의미하며, 만약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외부효과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면 해당 거래가 최적 수준보다 과도하거나 부족한 문제가 야기된다. 예를 들어, 화석연료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래는 기후변화를 통해 전 인류에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미치는데, 시장에서 형성되는 화석연료 가격에는 기후변화 해결 비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그만큼 낮게 형성된 시장가격 하에서 화석연료가 과도하게 소비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노드하우스가 외부효과 개념을 기반으로 윤리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노드하우스의 기준에서는 어떤 행동이 제3자의 후생에 미치는 외부효과가 없을 때 윤리적으로 중립적인 행동이 되고, 만약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발생시킨다면 각각 윤리적으로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행동으로 분류된다. 이는 시장가격의 정보 효율성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만약 화석연료의 시장가격이 기후변화를 상쇄하기 위한 모든 비용까지 이미 효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면, 화석연료 소비가 기후변화를 추가로 발생시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노드하우스 기준에서 윤리적으로 중립적인 소비가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상적인 경우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 속의 시장가격은 모든 부정적 외부효과를 반영할 만큼 높게 형성되지도 않고, 화석연료 가격의 일부가 기후변화를 상쇄할 만큼 충분한 조치를 취하는 데 사용되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화석연료의 소비는 그만큼 추가적인 기후변화를 초래하게 마련이고, 비록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정당하게 지불했다고 하더라도 노드하우스기준에서는 윤리적으로 부정적인 행동이 된다. 참으로 엄격한 기준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제도경제학으로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이 또 다른 경제학계의 거장인 케네스 애로우와 한 목소리로 강조한 바와 같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정책은 결국 사회적 규범이나 신념의 영구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있어야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10)

 

외부효과 개념과 노드하우스의 윤리 기준은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적 파국 위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이 0.8을 하회하면서 이례적으로 심각한 초저출산 현상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 추세가 어떻게 귀결될지 다른 국가들조차도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11) 최근 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의 심층연구12)에 의하면 주거비 · 양육비 · 고용 측면의 불안정이 초저출산의 주요원인으로 분석되었고, 그 결과 저성장 및 소득 불평등 심화가 초래될 것으로 예측되었으며, 수도권 집중완화와 주택가격 안정화를 비롯한 광범위한 대책이 제안되었다. 이때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주거비를 예로 들어 해석해 보면, 높은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률이 주택거래 당사자들이 아닌 청년층의결혼 및 출산 결정에까지 미치는 외부효과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시장에서 수도권 주택가격상승률이 높게 형성되는 이유는 Glaeser(2012)13)가 주장하는 도시의 시너지를 비롯해서 다양한 경제적 요인들로 정당화될 수 있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게 유지되는 만큼 초저출산 현상이 초래되는 것도 현실인 것이다. 노드하우스의 관점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의문점은 수도권 주택 보유에 따른 높은 시장 수익률이 과연 초저출산이라는 외부효과에 수반되는 사회적비용까지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

 

한편, 외부효과에는 비금전적(non-pecuniary) 요인까지 종합적으로 감안될 필요가 있다고 Stiglitzet al.(2019)14)는 지적한다. 스티글리츠가 위원장을 맡았던 경제성과 및 사회발전 측정위원회(Commission on the Measurement of Economic Performance and Social Progress)가 발간한 동 보고서에서는 특히 전 세계가 직면한 세 가지 위기로서 기후변화 및 불평등과 더불어 민주주의의 위기를 지목한다. 기존 연구에서 제시된 저성장과 소득 불평등 이외에 민주주의 역시 초저출산에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 논의에서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간과되는 측면이 있다. Sobolewska & Ford(2020)15)는 노동력 부족에 따른 외국인 노동력 유입 과정에서 영국 민주주의가 직면했던 도전의 크기를 상세하게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외국인 노동력은 원하면서도 외국인 이민자는 거부하는 영국 국민들의 모순된 태도는 문제의 근본적 난해함을 선명하게 보여준다.16) 

 

하버드 법대의 마이클 클라만은 2020년 Harvard Law Review의 서문17)을 통해 인류 역사상 진정한 다문화 민주주의를 이룩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한 바 있으며, Levitsky & Ziblatt(2019)18)과 Mounk(2023)19)를 비롯한 학자들도 견해를 같이 한다. 다문화 민주주의가 전례없이 높은 지향점이라는 사실은 그만큼 충분한 대비와 자원투입이 요구된다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초저출산의 원인인 주거비 · 양육비 · 고용 문제를 완화시키는 데 훨씬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간에게는 범위의 무시(scope neglect)라는 행동주의적 이상현상도 존재한다고 니얼 퍼거슨은 지적한다. 전례없이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면 그에 상응하는 희생을 각오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인간에게는 그러한 합리적 대응을 방해하는 인지편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맺음말 

 

케임브리지 대학의 역사학자 크리스토프 클라크는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해 상세하게 분석한 저서에 “몽유병자들(The Sleepwalkers)”이라는 제목을 붙였다.20) 전쟁 발발 직전까지의 매 사건마다 유럽 각국은 마치 치밀한 전략적 판단 하에 행동하는 주체인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이 파국을 초래하고 있다는 현실을 자각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기후위기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파국이 초래되는 과정에서도 모든 주체들의 의사결정은 정당화될 여지가 분명 존재한다. 그렇지만 사회적 파국을 방지하고 싶다면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비금전적 외부효과까지 감안하는 동시에 다양한 행동주의적 이상현상을 극복함으로써 우리가 직면한 위험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나아가 근본적 불확실성 하에서도 시스템이 강건성과 회복력을 갖추도록 완충 여력을 확보하는 데 충분한 자원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환위험 관리에 수반되는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예기치 못한 환율변동 하에서도 기업활동의 강건성과 회복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예상손실 전망모형 운용 시 과거회고적(backward-looking) 부도확률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신중한 시나리오 설정을 통해 충분한 수준의 완충자본을 적립하려는 자체적 노력이 요구된다. 정책당국 역시 근본적 불확실성 하에서의 강건성 및 회복력 확보에 주안점을 두고 스트레스완충자본 제도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시장의 의구심이 촉발되지 않을 만큼 충분한 완충여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등을 선제적으로 활용할 기준과 계획을 사전에 수립해놓을 필요가 있다. <K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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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ordhaus (2021). The Spirit of Green: The Economics of Collisions and Contagions in a Crowded World. Princeton University Press.

2) 노드하우스 (2023). 그린의 정신: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한 그린 경제학(김홍옥, 역). 에코리브르

3) Ferguson (2021). Doom: The Politics of Catastrophe. Penguin UK.

4) Kay & King (2020). Radical Uncertainty: Decision-making beyond the Numbers. WW Norton & Company.

5) Wolf (2023). The Crisis of Democratic Capitalism. Penguin.

6) Brunnermeier (2021). The Resilient Society: Economics After Covid. Endeavor Literary Press

7) Covid Crisis Group (2023). Lessons from the COVID War: An Investigative Report. Public Affairs.

8) Plokhy (2021). Nuclear Folly: A History of the Cuban Missile Crisis. WW Norton & Company.

9) Claessens, Kose, & Valencia (2014). Financial Crises: Causes, Consequences, and Policy Responses. International Monetary Fund

10) Kinzig et al. (2013). Social Norms and Global Environmental Challenges: The Complex Interaction of Behaviors, Values, and Policy.BioScience, 63(3), 164-175.

11) Douthat (2023, Dec. 2). Is Korea Disappearing? New York Times.

12) 한국은행 (2023)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 경제전망보고서(2023.11).

13) Glaeser (2012). Triumph of the City: How Our Greatest Invention m Makes Us Richer, Smarter, Greener, Healthier, and Happier.Penguin

14) Stiglitz et al. (2019). Measuring What Counts: The Global Movement for Well-being. The New Press.

15) Sobolewska & Ford (2020). Brexitland. Cambridge University Press.

16) The Economist (2023, May 25). British Voters Want More Immigrants But Less Immigration.

17) Klarman (2020). The Degradation of American Democracy-and the Court. Harv. L. Rev., 134, 1.

18) Levitsky & Ziblatt (2019). How Democracies Die. Crown.

19) Mounk (2023). The Great Experiment: Why Diverse Democracies Fall Apart and How They Can Endure. Penguin.

20) Clark (2012). The Sleepwalkers: How Europe Went to War in 1914. Penguin UK.

 

<ifsPOST>

 ※ 이 글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33권 01호] (2024.1.12.) ‘논단’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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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1월13일 14시04분
  • 최종수정 2024년01월13일 13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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