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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 문제점과 개선방안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12월10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12월10일 10시09분

작성자

  • 박해식
  •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메타정보

  • 2

본문

 <요약>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은 해외점포가 2010년 333개에서 2022년 488개로 150개 이상 늘어나는 등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양적 성장을 지속함.

그러나 현지에서의 국내 금융회사 간 경쟁 심화, 은행 중심의 불균형적 진출 지속, 대형화 및 현지화 미흡에 따른 현지 인지도 및 경쟁력의 한계 등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됨.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현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의 독자적 진출 방식에서 탈피하여 은행과 비은행이 협력하여 전략적 투자자로서 현지 대형 금융회사의 지분을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

특히, 은행의 경우 현지 대형은행의 지분인수를 통한 해외진출은 현지 경쟁력 강화의 기회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당금 확보, 자문수수료 취득 등을 통한 비이자이익 창출의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음.

다만, 지분인수 방식의 해외진출은 출구전략 리스크, 투자부실화 리스크, 규제 리스크 등이 상존하기 때문에 현지 금융당국과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한 국내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함


해외진출 현황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금융회사는 저금리 및 저성장기조의 영향으로 국내시장 위주의 영업전략에서 탈피하여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차원에서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였다. 2010년 333개를 기록하였던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점포는 2015년 390개, 2022년 488개로 늘어났다.1) 이러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은 여전히 은행이 주도하는 불균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0-2022년 중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점포 증가분(155개) 중 절반 정도(46.1%, 72개)가 은행에 의해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2022년 현재 국내 금융회사의 전체 해외점포 중 은행의 비중은 41.8%로 2010년의 39.6%보다 소폭(2.2%p)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에 비은행의 해외점포도 늘어나긴 하였으나 은행과 비교하면 미흡한 수준이다.2)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점포는 점포 수 확대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자산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은행의 해외점포가 보유한 자산은 2017년에 1,000억 달러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었으나 2022년에는 2,000억 달러를 넘는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코로나19 기간(2020-2022년)이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자산 규모가 불과 6년 만에 94.1%나 늘어난 것이다. 보험사의 해외점포가 운용하는 자산의 규모도 같은 기간에 48.3억 달러에서 63.3억 달러로 31.1% 증가하였다. 증권사는 해외점포의 자산 규모가 증가세를 유지하다가 2021년에 크게 감소하였으나 2022년에는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점포는 자산 규모가 확대되었으나 수익성 측면에서는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은 해외점포의 자산이익률(ROA)이 국내부문의 ROA를 지속적으로 상회하였다. 그러나 2022년에는 해외점포의 ROA가 0.49%로 국내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홍콩, 뉴욕 등지에서 현지법인을 운용하는 대형 증권사는 일부 현지법인이 두 자리 수 이상의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보이는 등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권사 현지법인은 5% 미만 또는 마이너스의 ROE를 기록하고 있다. 보험사의 해외점포는 2022년 중 1.2억 달러 정도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였으나, 이는 보험사 해외점포가 보유한 총자산의 1.9%에 불과한 수준이다.

 

해외진출의 문제점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과 관련하여 지적되는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는 동일지역 · 동일고객 · 동일업무의 성향이 강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로인해 국내 금융회사는 현지에서 고객확보를 위해 현지 금융회사나 외국 금융회사와 경쟁하기 보다는다른 국내 금융회사와 경쟁하는 경향을 보인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 간 출혈경쟁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2022년 현재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점포 중 60% 이상이 국내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중국, 동남아, 인도 등 아시아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업권별로 보면 해외점포의 아시아지역 비중은 증권사가 72.7%로 가장 높고 은행이 65.2%로 그 다음으로 높다. 또한, 아시아지역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는 현지 고객보다는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대출 중심의 업무나 채권인수 및 운용, 주식위탁매매 등의 제한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둘째, 은행과 비은행 간 불균형적 해외진출이 어느 정도 개선되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즉, 과거에 비해 비은행의 해외진출이 많이 늘어나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것이다. 2010-2022년 중 은행의 해외점포는 72개가 늘어났다. 비은행의 해외점포는 은행보다 11개 많은 83개가 늘어났다. 해외점포 중에서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사무소를 제외할 경우에는 비은행의 해외점포 증가분(102개)이 은행의 해외점포 증가분(53개)보다 훨씬 더 많다. 이에 따라 사무소를 제외하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점포 중 비은행 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52.7%에서 58.3%로 증가하였으며 은행의 비중은 47.3%에서 41.7%로 감소하였다. 그럼에도 은행의 해외점포 비중이 다른 업권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22년 현재 사무소 제외 시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점포 중 증권사, 보험사, 자산운용사, 여전사의 비중은 은행보다 훨씬 낮은 각각 14.9%, 12.4%, 14.1%, 16.9%를 기록하고 있다.

 

셋째,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는 현지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대형화 및 현지화가 미흡하여 현지에서의 경쟁력 및 영향력 확보가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은행은 해외점포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상당부분을 지점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2010년에 은행의 해외점포 중 41.7%가 지점으로 구성되었으나 10여년이 지난 2022년에도 지점의 비중(42.6%)은 크게 변함이 없다. 이처럼 은행이 지점설립 위주의 해외진출을 고수할 경우 현지 고객이나 시장점유율 확대에 필요한 현지 네트워크 확보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은행은 해외점포의 대형화 및 현지화 측면에서도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은행의 총자산(은행계정 기준) 대비 해외점포의 자산 비중은 지난 수년간의 지속적인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7%(2022년 현재)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의 현지화지표에 따르면 은행의 해외점포는 현지 직원 및 간부 채용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으나 현지 자금운용 및 예수금 분야에서는 낮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비은행도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점 위주의 해외진출을 선호하는 은행과 달리 비은행의 해외진출은 현지법인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현지화 측면에서 비은행이 은행보다 우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2년 현재 증권사 및 여전사의 해외점포 중 현지법인의 비중은 각각 80.3%와 82.9%를 차지한다.자산운용사 및 보험사의 현지법인 비중도 각각 69.6%와 41.8%로 은행의 29.9%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비은행의 현지 경쟁력이나 시장지배력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에 진출한 대형 증권사 현지법인의 시장점유율은 주식약정 수 기준으로 1-3%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어 현지에서의 시장지배력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난다.

 

개선방안

 

향후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은 국내 금융회사 간 출혈경쟁을 완화하고 비은행의 해외진출을 촉진하며 현지시장에서의 경쟁력 및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과 같이 특정 금융회사가 독자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방식보다는 은행, 비은행, 정책금융기관 등이 협력하여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로서 시장지배력이 있는 현지 대형 금융회사의 지분을 공동으로 인수하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인수금융 노하우가 있는 국내증권사가 현지 대형 금융회사의 지분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펀드를 설립하여 GP(General Partner)의 역할을 수행하고, 복수의 국내 은행과 비은행이 LP(Limited Partner)로서 해당 펀드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증권사는 GP의 역할을 단독으로 수행할 수도 있지만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투자은행이 공동 GP로 참여하거나 산업은행 등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이 LP의 일원으로 참여할 경우 LP투자자의 모집이 훨씬 용이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하면 지분인수 딜(deal)의 신뢰도를 제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지 대형 금융회사의 지분을 인수한 이후일정기간이 지나서 정책금융기관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해당 펀드에 참여한 다른 LP 투자자에 매각하는 것이 가능할 경우에는 지분 인수에 참여한 국내 금융회사의 경영권이 더욱 강화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업모델은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핵심지역으로 부각되고 있는 동남아지역에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동남아지역은 대형은행이 비은행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동 지역 진출에 관심이 있는 국내 은행 및 비은행 금융회사의 지분인수 참여 유인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비은행 금융회사는 현지 대형은행의 지분인수 참여를 통해 비은행 자회사에 대한 투자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동남아지역에서 현지 은행의 지분인수가 비은행 자회사의 지분인수로 이어진 사례는 하나은행과 베트남 국영은행인 BIDV(Bank of Investment and Development of Vietnam)간에 이루어진 거래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9년 하나은행은 BIDV의 지분(15%)을 인수한 바 있는데,지분 인수 이후 3년이 지난 2022년에 하나증권은 BIDV의 증권 자회사 지분을 35% 인수하는데 성공하였다.

 

은행의 경우에는 현지 대형은행의 지분인수를 통한 해외진출은 현지 경쟁력 강화의 기회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이자이익 창출의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비이자이익 비중의 확대는 은행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022년 말 현재 은행의 비이자이익은 총이익(59.4조원)의 5.9% 수준에 불과하여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간 균형 성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세어지고 있다. 은행이 현지 대형은행의 지분을 인수하면 배당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비이자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은행이 현지 대형은행의 지분을 인수하여 획득할 수 있는 현지 기업에 대한 정보는 국내 투자자의 현지 기업에 대한 투자 및 M&A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자문수수료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지분투자 방식의 해외진출은 출구전략 시행이 어려울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원하는 시기에 투자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고 지분매각 대상을 선정할 때 현지 금융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무 및 회계의 불투명성이 높은 지역의 경우에는 지분인수 대상 금융회사의 정확한 가치 산정이 어려워 자칫 잘못하면 투자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외국인에 대한 지분취득 한도규제 등을 통해 외국인의 현지 금융회사에 대한 지분투자를 규제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지분투자 방식의 해외진출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현지 금융당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한 국내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K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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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고에서 해외점포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자산운용사, 여전사가 해외에 보유한 현지법인, 지점, 사무소를 대상으로 하였다.

2) 2022년 현재 국내 금융회사가 보유한 전체 해외점포 중 증권사, 보험사, 자산운용사, 여전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3.5%, 16.2%, 14.1%,14.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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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32권 23호](2023.12.9) '논단'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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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2월10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12월10일 10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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