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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담; 印 모디 총리가 챔피언, 바이든은 ‘빅딜’ 성공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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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9월12일 11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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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뉴델리에서 열렸던 금년 G20 정상회담이 지난 10일 폐막됐다. G20 정상회담이라는 자리가 원래 참가국 간의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의견 일치를 도출하기가 지극히 어려워서 대체로 문서 상의 합의에 그치게 마련이다. 그렇다 해도, 금년 G20 정상회담은 이런 특징이 유난히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의장국 인도는 중국 시진핑 주석 및 러시아 푸틴 대통령 불참으로 실망감이 클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이를 자국의 이익으로 바꿨다는 평가다. 

 

이번 G20 정상회담 초반에 이례적인 만장일치로 채택된 ‘정상선언(G-20 New Delhi Leaders’ Declaration)’은 주로 의장국 인도 모디(Narendra Modi) 총리의 적극적 조정 노력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책임을 명기하지도 않고 단지 힘에 의한 국경 현상 변경을 배격한다는 상투적 표현에 그쳤다. 이로써 침공 당사자 우크라이나에는 실망을 안겨줬고, 자국의 큰 이익이 걸린 러시아에는 안도감을 안겨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동시에, 인도는 국제 사회 조정자 역할을 충분히 과시했고, 모디 총리는 큰 존재감을 굳힌 챔피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즉, 인도는 이번 G20 정상회담 기회를 활용해서 전무후무할 정도로 국제 사회의 헤드라인 기사 거리로 올라서는(headline-grabbing)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이다. 모디 총리의 글로벌 챔피언이라는 개인적인 승리는 차치하고라도, 인도는 이제 국제 정치 및 경제 리더십 측면에서 중국에 필적할 수 있을 만한 위치로 부상할 것인지를 주목받게 된 것이다. 아래에, 이번 뉴델리 G20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블룸버그 등 해외 미디어들이 전하는 평가 및 분석 내용을 간략히 요약한다. 

 

■ 블룸버그 “中 시 주석 불참으로 인도와 미국에 기회를 제공한 셈”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뉴델리 G20 정상회담이 폐막된 뒤 회담 결과를 종합한 분석 기사에서, 이번 G20 정상회담의 의미를 “모디 총리는 대승을 거뒀고, 시 주석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빅딜에 성공했다(Modi’s Triumph, Xi’s Own Goal, Biden’s ‘Big Deal’)”고 요약했다. 동 통신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정상회담 선언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절제된 표현을 넣음으로써 인도의 체면을 살렸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 좋은 뉴스인 것은 틀림없다고 전했다. 

동 통신은 사실, 당초에 중국 시 주석 및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불참하게 되자 의장국 인도 모디 총리에게는 다소간 실망감을 갖고 시작했으나, 이내 적대적 인접국 중국의 손실을 바탕으로 많은 소득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직 G20 정상회담은 허장성세의 공동성명문이 보여주는 것처럼, 많은 국가들이 모여 내실 있는 의견일치를 이루는 게 어렵고, 그 자체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G20 정상회담의 성과를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인도 Modi 총리의 대성공(triumph); 모디 총리의 성공 예감은 회담 첫날인 토요일에 나왔다. 통상, 이런 정상회담에서 공동 성명은 회담 일정 마지막에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나, 이번에는 모디 총리의 장시간에 걸친 사전 조정 노력으로 개회 벽두에 나온 것이다. 또한 이런 공동 성명은 흔히 구체적 실적을 내기보다는 비공식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기도 하나, 이번 모디 총리의 성과는, 최소한 국내에서는, 국제적 지도자의 위상을 높인 것이다. 그리고, 높아진 개인적 이미지는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에서 거듭해서 긍정적 영향을 발휘할 것이 틀림없다. 

 

둘째; 중국은 자신만의 목표 달성; 글로벌 G2 국가인 중국의 최고 지도자 시진핑 주석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이번 G20 정상회담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불참으로 자신들의 경쟁국인 인도 및 미국이 회담을 주도할 여지를 마련해 준 결과가 되고 말았다. 즉, 중국은 인도의 주도적 역할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인도가 Global South의 주도권을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한 것임과 동시에, 가장 극단적인 대립 관계에 있는 미국에게 개도국들과 보다 친근한 유대 관계를 구축할 기회를 준 제공한 셈이다. 단지 중국이 얻은 것은 최종 단계에서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문구가 우회적으로 바뀐 것뿐이다. 2026년 G20 정상회담 개최도 미국에게 돌아갔다. 

 

셋째; 바이든 대통령의 ‘Big Deal’ 성공;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 기회를 이용해서 인도, 중동 각국, 그리고 EU 각국을 철도 및 해양 루트로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개발한다는 야심 찬 플랜에 서명했다. 이는 모디 총리, 바이든 대통령, 사우디 모하마드 빌 살만 왕세자 간의 강력한 정치적 성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이 성과는 바이든 대통령과 사우디 빈 살만 황세자, 모디 총리가 참여해서 이뤄낸 기념비적인 지역 인프라 건설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말 빅딜이고, 게임 체인지 투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플랜을 통해 그간 중국이 같은 지역을 아우르며 글로벌 패권 사업으로 추진해 온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맞설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넷째; 아프리카 연합 가입(‘Global South’ 부상); 이번 뉴델리 G20 정상회담에서 가장 현저하게 떠오른 그룹은 ‘아프리카 연합(AU; African Union)’이다. 아프리카 대륙 55개 국가로 구성된 AU는 이제 G20 정상회담 구도 하에서 EU와 필적하는 지위로 급격히 부상했다. 이 역시 인도 모디 총리가 적극 노력한 결과로 EU의 강력한 지지를 얻어내 성사된 것이다. 앞으로 이들 AU 그룹 가맹국들은, 자신들에게 중요한 ‘개도국 및 신흥국 채무 구제 문제’, ‘기후 변화’ 등, 국제 사회의 수많은 주요 이슈들과 관련해서 보다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바이든, G20 회담 내내 對 중국에 전념, 시 주석에 정상회담 압박”  


일본 Nikkei는 미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담 기간 내내,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무디게 하는 데 전념했다고 분석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관계가 깊은 인도가 의장국을 맡은 점을 감안하면, 대 러시아 강경 메시지를 내는 것은 당초에 어려웠다. 따라서, 미국은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예정인 APEC 정상회담에 중국이 참석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기회로 이용한 것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 사우디 지도자들과 함께 인도에서 출발해서 중동 지역을 거쳐 유럽까지 철도 및 해상 수송망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인도 ↔ 중동 ↔ 유럽 경제 회랑(回廊)” 구상 실현을 주도한 것이다. 비이든 대통령의 이런 구상도 중국이 광역 경제 구상 일환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일대일로’ 플랜을 통해 경제 협력 등에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것에 대항, 견제하려는 속셈에 다름없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그간 미국이 주도해 온 기존의 국제 질서를 바꾸려는 중국과 대치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에서 존재감이 높아가는 ‘Global South(남반구에 존재하는 신흥국 및 개도국들 총칭)’ 그룹을 끌어안는 것이 불가결하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흥국들 뿐만 아니라 G7 국가들도 미국을 향해서 민주주의 및 법의 지배라는 이념적 가치의 추구뿐 아니라 실제적인 이익을 통한 연계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전하고 있었다. 이를 감안해서, 최근 설리밴(Jake Sullivan)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런 인프라 투자 사업은)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추진할 것” 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전략적인 필요성을 감안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와중에,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틈을 타서 이 두 나라가 주도하고 있는 ‘BRICS’ 회원국 중, 중국 및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회원국 정상들과 연쇄 정상회담도 가졌다. 아울러, 이번 의장국인 인도를 비롯해서 2024년 이후 의장국이 되는 3개국 정상들과 만나 G20을 ‘국제 경제 협력을 위한 가장 중요한 구도’ 로 인식하고 계속 관여한다는 점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한편, 시 주석을 대리해서 이번 G20에 파견된 2인자 리창(李强) 총리는 G20 현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하기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폐막일인 10일, 기자회견에서 리창 총리와 접촉한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그의 이름은 거명하지 않고 단지 ‘중국 지도부 2인자’와 만났다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일련의 언급들을 감안하면, 그는 시 주석과 직접 대화를 하는 것에 의욕을 보이는 것과 동시에, 가능하면 오는 11월 열릴 APEC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열기를 원하는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11월 대선에 자신의 재선이 걸려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의회 여 · 야 당 모두에서 대 중국 강경 입장으로 돌아서기가 쉬운 사정임을 감안해서, 대만 해협 등 위기 지역에서 우발적 군사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이 관계를 안정시킬 필요성도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양국 정상 간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계산도 바닥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 “美, 인도의 G20 성공에서 중국의 부상에 대처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편, 앞서 소개한 블룸버그 통신은 다른 기사에서 “미국은 인도가 G20 정상회담에서 성공을 거둔 것을 보고 중국의 글로벌 부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를 얻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각 회원국들이, 자신들의 가장 중요한 연례 외교 행사인 G20 정상회담을 위해 뉴델리에 모이기 불과 며칠 전까지도 합의가 이루어질지 의문시되던 공동성명문에 합의를 이끌어낸 것을 두고, 인도 모디 총리의 성공적 노력에 대해 입을 모아 칭찬하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난제였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문언이 외형상 상당히 부드러워진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물론 펄쩍 뛰었고 서방국들도 불만을 가졌으나, 모디 총리의 조정 노력 끝에, 실질 내용면에서는 10개월 전 발리(Bali) 정상회담 공동성명 내용과 대차가 없는 형태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당초 G20에서 인도가 역할을 하는 것에 비판적이던 중국도, 그리고 침공 당사국 러시아도 수용하는 것으로 낙착된 것이다. 이런 성과들은 국제 사회에서 인도가 향후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는 ‘떠오르는 강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 불참은 인도가 G20에서 기회를 누리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던 때문일 수도 있으나, 모디 총리는 오히려 미국 및 EU와 손을 잡고 중국의 글로벌 부상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할 방도를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사례로, AU를 EU와 같은 반열로 G20에 정식으로 받아들이게 만든 것은 벌써부터 모디 총리의 획기적인 성공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최대 과제인 ‘중국과 러시아 고립화’,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 확립’을 이루기 위해 인도를 주축으로 한 소위 ‘Global South’와 연계하는 논법을 터득한 것이다. 또한, 인도 입장에서는 미국, 사우디와 협업해서 합의를 이룬 것이긴 하나, ‘인도 ↔ 중동 ↔ 유럽 경제 회랑’을 구축하는 야심 찬 국제 인프라 건설 플랜을 두고도, 모디 총리가 삼각(三角) 협력을 이끌어낸 역할이 높이 평가되는 것이다. 

 

결국, 이런 많은 실질적 성과들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글로벌 사회가 양극단으로 분단된 현실에서,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모든 참가국의 의견일치와 찬동을 이끌어낸 인도 모디 총리가 보여준 ‘탁월하고 유연한’ 조정 수완에서 미국을 위시한 다른 나라들이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향후, 미국 등은 ‘포괄적이고, 공정하고, 지속적인’ 글로벌 평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Global South와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통해 인도가 이루어 낸 이번 성과를 오래 되새기게 될 것이다. 반면, 한 EU 관리의 표현처럼 중국은 이번 G20에서 ‘제 발등에 총을 쏜’ 격이 됐다. 앞으로, 인도가 Global South를 대변하는 역할을 상정하며, 모디 총리의 선언처럼 새 역사가 창조될지, 기대가 커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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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9월12일 11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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