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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과 한국 외교의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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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8월23일 10시30분
  • 최종수정 2023년08월23일 10시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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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자 정상회의는 그 지향성이 너무나 분명하다. 한미일 3국이 거의 동맹에 준하는 수준으로 다차원적 협력을 심화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중국이 그 대상이란 것도 숨기지 않았다. 공동성명에는 인도·태평양 수역에서 “위험하고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국가가 중국임을 적시했다. ‘규칙 기반 국제 질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과 같은 표현으로 중국의 도전 문제를 돌려 표현했던 기존 한국 정부 입장보다 한참 나간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소위 ‘협의 공약’이다. 즉, 한미일 3국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을 통해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서로 신속하게 협의한다”라는 공약을 명문화했다. 그리고 이 협의가 정보 공유, 메시지 동조화, 그리고 대응 조치 조율이 목적임을 명확히 했다. 조약상의 의무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최고위급 문서를 통한 정치적 약속인 것만은 확실히 한 것이다. 아울러 금번 회담은 한미일 협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화하는 데도 역점을 뒀다. 매년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 외에 외교·국방·산업장관 간 협의도 최소 연 1회 개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되돌리기 어려운 제도적 틀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또한 안보 분야뿐 아니라 공급망, 금융 등 경제 안보와 첨단기술 분야를 망라하여 다층적인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렇다면 금번 캠프 데이비드 회담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오랜 외교적 숙원을 이뤘다고 할 만큼 값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된다. 미국은 그간 중국 견제를 위해 가능한 한 촘촘하게 우방국을 묶는 반중 네트워크 구축 노력에 매진해 왔다. 2017년 호주, 인도, 일본이 참여하는 쿼드를 발족시키는가 하면, 2021년엔 호주, 영국이 참여하는 오커스 협정을 탄생시켰다. 쿼드가 인도의 입장 때문에 보건, 기술, 사이버 등 비전통 안보 위주로 운영되는 한계가 있는 반면, 오커스란 앵글로 색슨 협의체를 통해 호주를 대중 군사 견제에 확실히 끌어들인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또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나토를 재결속시키는 가운데 대서양 동맹과 인도·태평양 동맹 간의 연계를 위해서도 노력해 왔다. 중·러를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진영 블록화에 대항하여 유라시아 서쪽과 동쪽 양 끝을 연결해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해 가기 위해서다. 그런데 미국의 대중 봉쇄망 중 가장 약한 부분이 한미일 연대였다. 과거사 문제로 인한 한일 갈등, 반중 노선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부담 등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은 이제껏 느슨한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번 3자 회담이 기존 한계를 극복하고 전례 없는 결속을 이루어냈으니 가히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적 성공이라 할 만하다.

 

일본으로서도 만족할만한 성과였다. 일본 기시다 내각은 방위비 두 배 인상, 적기지 반격 능력 확보 등 전후 평화주의 기조를 사실상 뒤엎는 일대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평화주의 헌법의 굴레를 벗고 경제력에 걸맞는 외교·안보적 위상을 되찾겠다는 것이 아베 정부 이래 일본이 추구하는 국가전략 노선이다. 북핵 위협, 중국의 부상이란 도전이 일본 안보 전략의 보수화를 추동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환경적 어려움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캠프 데이비드 회담을 통한 한미일 협력의 제도화는 이런 일본의 구상을 정당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으니 일본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갈수록 진영 대결이 심해지는 국제 질서 하에서 우리 외교가 미국, 일본과 기본적인 보조를 맞추는 것은 이해가 간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정체성으로 보나, 중국의 부상이라는 역내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보나, 민주 진영과의 연대는 필요하고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과 종합적 시각이다. 방향이 맞더라도 선을 넘는 것은 곤란하다. 또한 한미일 결속이 주는 안전감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북·중·러 연대라는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난달 북한 전승절 열병식엔 중국과 러시아의 국방 고위관계자가 대거 참석했고, 특히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회담 이후 북러 연합군사훈련 재개, 러시아 핵미사일 기술 이전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센카쿠 열도,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에서 역내 위기가 발생할 경우 연루 문제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번에 합의한 협의 공약에 따르면 지역적 도전, 도발이 있을 경우 한미일 3국은 “메시지를 동조화하고 대응 조치를 조율”하게 되어 있다. 행동 통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내 문제를 한국의 문제라고 못 박음으로써 조율된 대응을 요구하고 있음은 명확하다. 문제는 이런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이다. 과연 한국은 이런 역내 위기를 어느 정도까지 우리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방식과 수준으로 역내 충돌에 개입할 것인지 입장 정리가 되어 있는가? 치열한 고민과 국가적 토론을 통해 우리의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자칫 원치 않는 분쟁에 원치 않는 수준으로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 동조화와 조율 이전에 우리 입장 정리가 우선이다.

 

한국은 북한 위협을 마주하는 분단국이다. 또한 우크라이나처럼 강대국 세력권이 부딪히는 지정학적 중간국이다. 이 점에서 미국은 물론 일본과도 국익 구조가 다르다. 진영 간 대결 구도로 가장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의 과제는 동맹국, 우방국과 국익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되어야지, 동조화나 일체화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향후 한미일 협력 과정에서 우리의 국익을 기초로 한 능동적 외교가 전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세종논평](2023.8.22)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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