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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세로 돌아선 가계부채, 위험 경고등 다시 켜지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8월1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8월13일 16시46분

작성자

  • 이창선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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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지난해 4분기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가계부채가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가계신용 규모는 지난해 3분기말 1,871조원에서 올해 1분기에는 1,854조원으로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나 2분기에는 다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해 6월말 1,255조원에서 올해 4월말 1,222조원으로 감소했으나 5월 이후에는 증가세로 돌아선 상태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집계되는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6월말 1,061조원에서 올해 3월말 1,050조원 수준으로 11조원 가량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7월말까지 18조원 정도 늘어났다. 7월말 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1,068조원으로 이전 정점 수준을 넘어서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줄어들던 가계부채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금리 상승세가 주춤해진 데다 대출규제 완화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오름세로 돌아서고 있는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지적되어 온 가계부채 문제가 완화되는 듯했으나, 이제 다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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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금리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의 충격에도 가계부실 정도는 아직 크지 않은 편​

 

지난해 중반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던 가계부채가 지난해말과 올해초 감소세를 보였던 것은 금리상승과 주택가격 하락 때문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지난 2020년 5월에 사상 최저인 0.5%로 인하되었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021년 8월부터 인상되기 시작하여 2023년 1월에는 3.5% 수준으로 높아진 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기준금리 상승을 반영하여 잔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2021년 중반 2.7% 수준에서 현재 5% 수준으로 높아졌다. 은행의 가계대출 중에서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낮아졌다고는 해도 2021년 이후 70%를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과 더불어 가계의 대출 이자 부담이 빠르게 커지게 된 것이다. 

 

한편 지난 2022년 중 아파트 실거래 가격(한국 부동산원 집계 기준)이 전국적으로 평균 20% 하락하고, 서울 지역의 경우는 25% 정도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어 주택가격 하락은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가계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리 상승과 주택가격 하락의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가계가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다. 2023년 5월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5%로 2021~2022년 중의 0.2%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가계대출 연체율이 2013년 무렵의 1%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부실로 인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자산건전성이 크게 훼손되고 금융불안정이 높아질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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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규제, 가계에 대한 재정지원, 높아진 저축률이 가계부실 억제 요인으로 작용 

 

대규모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던 데 비해, 지난 코로나19와 금리인상 및 부동산 가격 하락 시기 동안 큰 탈 없이 무사히 지나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이유로는 우선 전체 대출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데다,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로 인해 주택가격 하락에도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정도가 크지 않았던 데 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LTV 비율은 2022년말 현재 서울의 경우 35%, 광역시의 경우 45% 내외에 머무르고 있다.1) 코로나19 시기 중에 개인사업자에 대한 소득 지원 및 원리금 상환 유예 등으로 가계대출 부실화를 사전에 차단한 것이 효과를 크게 발휘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이 위축되었던 시기에 가계가 소비를 크게 줄인 결과로 저축이 크게 늘어난 것도 가계가 금리인상에 대응할 여력을 지니게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2019년 7.4%이던 가계 저축률은 2020년 11.1%으로 크게 높아지고, 2021년 9.7%, 2022년 9%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코로나 19 이전 시기보다는 높다. 가계의 현금성 자산은 2019년말~2023년 1분기말 사이에 무려 570조원이 늘어나 이전의 2016년말~2019년말 기간 동안의 301조원과 비교할 때 증가 폭이 크다. 

 

그로 인해 2023년 1분기말 현재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규모는 45% 수준으로 2019년말의 47% 수준보다 다소 낮아진 상황이다. 주택가격이 지난해 하락함으로써 주택가격 상승기의 막바지에 담보대출을 동원하여 주택구입에 나섰던 일부 가계는 현재 주택가격이 구입가격에 비해 낮아진 경우가 있다. 그러나 많은 가계는 아직 주택가격이 구입 시보다는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비롯한 실물자산까지 감안하면 가계의 자산 대비 부채 규모는 훨씬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시스템 위기 야기할 정도 아니더라도 가계부채의 부정적인 영향 증가 우려

 

한국은행을 비롯한 대다수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현재 과다한 것은 분명하지만 금융시스템에 크게 손상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은행들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그 동안 가계대출 부실화에 대비하여 대손충당금을 지속적으로 적립해 온 결과 가계부채로부터 발생되는 손실에 대한 흡수력도 높다는 평가이다. 

 

그렇지만 가계부채 부실이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안심하기는 이르다. 아직 미국과 우리나라의 물가가 중앙은행이 목표로 하는 연 2% 수준을 달성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예상인 만큼 단기간 내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가, 곡물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불안이 이어질 경우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해질 가능성도 있다. 고금리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지는 데다, 연간 성장률이 1%대 중반에 그칠 정도의 경기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리금 연체가 현재 20~30대 및 영세 자영업자 등 일부 취약 차주에서만 나타나고 있지만, 앞으로 가계부실이 점차 확산될 우려가 크다.

 

가계부채로 인해 금융 및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더라도 가계부채 규모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는 수준을 넘어선 것은 분명하다. 가계부채는 차입을 통해 현재의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과다해질 경우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부진으로 작용하게 되는 양면성이 있다. GDP 대비 106%(2022년말 기준) 수준인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수준에 가까워졌거나 또는 이미 넘어섰다는 평가이다. 

 

일관된 대출 규제와 주택가격 안정을 통한 가계부채 증가 억제 노력 필요

 

가계부채로부터 비롯되는 잠재적 위험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커지지 않도록 제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것이 요구된다. 가계대출 줄이기 차원에서 금리 인상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금리인상이 가계의 이자부담을 높여 가계대출 부실을 앞당기는 결과를 낳는 부정적인 면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가계대출의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에 앞서 미시적인 대출 규제 방식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다만 대출 규제에 있어서도 가계대출 억제라는 목적 외에도 금융 소비자의 편의성과 연령 및 소득 수준 관련 형평성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LTV, DTI, DSR 같은 가계대출 관련 규제는 경제 및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자주 바꾸고 예외를 허용하기보다는 대출의 건전성 차원에서 원칙을 세우고 일관된 규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가계대출의 가장 큰 이유가 주택 구입에 있는 만큼, 최근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는 주택가격이 가계대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 고소득 가계는 차입을 통해 자산 구입에 쉽게 나설 수 있는 반면, 차입이 어려운 젊은 세대나 저소득 가계는 차입에 의한 자산 불리기가 여의치 않다. 그로 인해 차입 접근도에 따라 가계 간 자산불평등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인식한 젊은 세대나 저소득 가구는 무리한 차입과 자산 구입에 나섰다가 금리인상과 자산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금리가 높아지는 시기에 어려움에 처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17년 이후의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난 바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주택담보대출이 서로 상승 작용을 하면서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과다하고 무리한 가계대출 수요가 급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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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은행(2023), 장기 구조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및 연착륙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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