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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 사건과 변호사 중개 플랫폼 규제 혁신의 필요성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8월15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8월18일 09시31분

작성자

  • 나승철
  • 법률사무소 리만 대표변호사, 前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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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지난 2021년 8월 법무부는 로톡이 변호사를 중개하는 대가로 금전적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광고료를 받는 것이므로 합법적인 서비스라고 판단했다. 검찰 역시 같은 이유로 로톡이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참고로 법무부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도 중개의 대가로 돈을 받는 중개형 플랫폼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만, 온라인상의 광고공간을 제공하는 대가로 광고료를 받는 광고형 플랫폼은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법무부와 검찰이 수익창출 방식을 기준으로 로톡의 위법 여부를 판단한 것은 변호사법 제34조 제1항 및 제2항이 변호사 유상 중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으로, 변호사를 무상으로 중개하는 것과 유상으로 중개하는 것 사이에 어떠한 차이가 있기에 무상 중개는 허용하고, 유상 중개는 처벌하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대답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우리가 로톡 사건에서 생각해 볼 점은 단지 로톡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보다 설사 로톡이 변호사 유상중개 서비스에 해당되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규제가 과연 적절한지 여부이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변호사 유상 중개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제34조 제2항의 입법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헌법재판소 2013. 2. 28. 2012헌바62)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변호사가 법률사건의 수임에 관하여 알선을 받는 대가로서 금품을 제공하거나 이를 약속하는 것을 금지하고, 변호사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행위를 저지르는 비변호사와 결탁하거나 이를 유인·조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법률사건의 수임을 추구하는 것을 제한한다. 이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며,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변호사가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윤리적 의무에 배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직접 억제하여 법률사무 처리의 공공성과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변호사에 의하여 조장될 수 있는 비변호사의 알선행위를 억제함으로써, 비변호사가 법률사건의 수임을 알선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불필요한 분쟁을 유발하거나 허위, 과장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당사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손해를 입히는 등 사회질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방지한다. 나아가 알선행위의 대가 제공에 소요되는 부담을 사건 당사자 등에게 지움으로써 법률사무 처리 비용이 부당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는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변호사 제도의 특성상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윤리성을 담보하고, 비변호사의 법률사무 취급행위를 방지하며, 법률사무 취급의 전문성, 공정성, 신뢰성 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인바,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 같은 헌법재판소의 설명은 납득하기가 어려운 점이 많다. 헌법재판소는 변호사가 사건을 소개받고 그에 대해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왜 변호사의 윤리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고, 그것이 왜 사회질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의뢰인에게 유능한 변호사를 소개해 주고 그러한 중개에 대해 정당한 대가가 지급된다면, 변호사는 매출을 올려서 좋고 의뢰인은 좋은 법률서비스를 받아서 좋으며, 중개자는 중개 수익을 얻어서 좋다. 이 같은 거래에서는 그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는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왜 이러한 행위가 변호사의 윤리적 의무에 위반되고 심지어 사회질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인지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다. 법률비용 상승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유상중개로 법률비용이 상승할 수는 있지만, 의뢰인은 스스로 변호사를 찾아야 하는 탐색비용을 아낄 수 있으므로 오히려 비용이 절감되는 면도 있다.

 

이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중개 자체가 비윤리적이고, 사회적으로 문제 있는 행위」라는 부정적 선입관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단지 중개자를 뜻할 뿐인 영어의 ‘broker’를 어학사전에서 한글 ‘브로커’로 검색해 보면 ‘사기성이 있는 거간꾼’이라고 설명되어 있어서 우리 사회에서 중개행위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바로 그러한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개행위는 경제적으로 정보비대칭 해소와 탐색비용 절감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이다. 은행은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돈을 빌리는 사람을 중개하고, 그 대가로 이자수익을 얻는다. 백화점 같은 유통업체도 중개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이 가게 저 가게를 돌아다니는 수고를 할 필요 없이 백화점에서 한 번에 필요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중개행위 그 자체로는 사회적 해악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그것이 유상이든 무상이든 차이가 없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유를 보면 변호사 유상 중개를 금지하는 현실적인 이유를 일부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변호사 유상 중개가 중개료 수익을 얻기 위해 불필요한 소송을 일으키고 허위과장 광고 등 부정한 방법으로 의뢰인에게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무상 중개의 경우에는 중개자의 입장에서 굳이 부정한 방법까지 동원하면서까지 변호사를 소개해 줄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 하지만 유상 중개의 경우에는 다르다. 중개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중개를 성사시켜야 돈이 될 것이므로, 의뢰인들에게 불필요한 소송을 권유할 인센티브가 있다. 또 자신이 중개하려는 변호사에 대해 허위·과장 광고를 할 인센티브도 커진다. 쉽게 생각을 해봐도 중개가 성사되어야 돈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중개하려는 변호사에 대해 단점은 축소하고 장점은 과장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결국 변호사법이 변호사 유상중개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유상중개의 경우 허위정보를 제공할 유인이 무상중개보다 크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유상중개 금지의 필요성이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다. 허위정보 제공의 문제는 단지 중개의 경우뿐만 아니라 변호사와 의뢰인의 직접 거래의 경우에도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허위정보의 제공문제는 거래방식이 중개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허위정보 제공의 우려 때문에 유상 중개를 금지한다는 것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최근의 인터넷 혹은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변호사 중개 플랫폼에서는 상황이 더욱 달라진다. 먼저 변호사 중개 플랫폼은 인터넷 상에서 단지 변호사와 의뢰인이 만날 수 있는 기반만을 제공하고 ‘우리 변호사님이 판사님과 친하다’는 식으로 개별적인 교섭과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 중개 플랫폼은 변호사법이 우려하는 중개인에 의한 ‘불필요한 분쟁 야기’나 ‘부정한 방법에 의한 당사자의 오해 유발’의 가능성이 없다. 또한 인터넷의 특성상 정보가 그대로 공개되고, 기록되므로 의뢰인 입장에서는 해당 변호사에 대한 설명이 허위정보인지를 판단하기가 어렵지 않다. 만약 의뢰인 스스로 허위정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면, 그에 대해 확인할 책임을 플랫폼에 부여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 서비스되고 있는 변호사 중개 플랫폼은 변호사에게 소송사건 보다는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서 불필요한 분쟁 야기의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과거에는 변호사를 직접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소액 상담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으나, 변호사 중개 플랫폼의 등장으로 소액 상담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고, 이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그동안 줄기차게 법률상담의 유료화를 추진해 오던 변호사들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변호사 중개 플랫폼이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여 변호사들의 독립적 활동을 방해할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변호사 중개 플랫폼이 등장한다고 해서 당연히 독점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독점의 해결책은 경쟁의 보장이지 시장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될 수는 없다. 독점의 우려 때문에 시장 자체를 불허해야 한다면, 초기 자본이 많이 필요하여 진입장벽이 높아 독점의 우려가 큰 산업, 예를 들어 중화학 공업은 애초에 허용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다만 한 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변호사 서비스가 플랫폼 중개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플랫폼 서비스가 적합한 시장은, 대면에 의한 상품설명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영역이다. 소비자가 플랫폼에 올라온 제품설명만 읽고도 어느 정도 자신의 수요에 부합하는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시장이 플랫폼에 적합하다. 그러나 변호사 서비스는 그렇지 않다. 특정 쟁점에 대해 변호사마다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상담 내용이 달라질 수 있고, 심지어 같은 변호사라도 그 변호사의 그날그날의 심리와 상황에 따라 상담 내용이나 친절도가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변호사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신뢰관계인데 플랫폼에 의한 변호사 중개의 경우에는 그러한 신뢰관계가 형성되기 힘들다. 

 

변호사 중개 플랫폼에 많은 변호사들의 사진이 올라와 있고, 의뢰인들이 그 사진 밑에 빼곡히 기재되어 있는 변호사의 경력과 설명을 읽어보다가 그 중 한 명의 변호사를 클릭하여 상담을 받는 과정은,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할 하나의 인격체가 상품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변호사 서비스도 다른 서비스와 다를 바가 없는데 변호사 서비스만 그러한 방식의 플랫폼이 허용되어서는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다소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 좋은 목사나 좋은 스님을 중개해 주고 돈을 받는 플랫폼이 허용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플랫폼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불편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과 30년 전만 해도 ‘어떻게 옷을 입어보지도 않고 사냐’고 했다가 이제는 인터넷 쇼핑몰이 대세가 된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변호사 서비스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심지어 배우자나 이성친구도 중개 플랫폼으로 만나는데, 변호사를 중개 플랫폼으로 만나지 않을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와 관련한 중요한 쟁점이 바로 변호사의 상인성에 관한 논쟁이다.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법률 선진국들이 변호사에게 고도의 윤리와 공공성을 부여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연방변호사법’ 제1조에서 ‘변호사는 독립된 사법기관이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조에서는 ‘변호사의 활동은 영업이 아니다’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변호사 직무에 관한 모범규칙’ 역시 ‘변호사는 법률전문직에 있는 자로서 의뢰인의 대리인이며, 법제도의 공무담당자로 사법정의가 실현되도록 하는 특별한 책임을 맡은 공인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역시 변호사 직업의 공공성을 긍정하고 있다. 우리 변호사법도 제2조에서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논리적으로는 변호사의 유상중개를 허용하지 않을 합리적 근거를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든 그르든 ‘변호사가 단지 사업가 혹은 상인은 아니지 않느냐’는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변호사 유상중개를 허용해야 할 허다한 논리적·경제적 이유들을 압도하고 있다.

 

다만 최근 변호사 수의 증가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변호사 사무실이 기업화·대형화되면서 점점 상인성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미국 연방대법원은 변호사의 공공성과 상인성이 동시에 인정된다고 판단하다가 1977년 그 유명한 Bates 판결에서 ‘변호사의 업무가 상거래보다 고차원적이라는 믿음은 시대착오적이고 위선적’이라고 하여 변호사에 대한 그동안의 전통적인 인식에 직격탄을 날렸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변호사는 직접 만나기조차 어려운 존재였지만, 이제는 인터넷 어디에서나 변호사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네 변호사’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변호사는 이제 더 이상 고고한 선비같은 존재가 아니다.

 

변호사는 무엇이고,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 물음은 필자가 10년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할 때부터 천착해 오던 주제였다. 지금 변협과 로톡의 갈등을 포함하여 변호사 사회가 겪는 혼란은 대부분 위와 같은 변호사의 정체성에 관한 철학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 사회가 변호사의 정체성에 관해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때로는 변호사에게 마치 공무원과 같은 공적 책임을 요구하다가도 때로는 기업가 같은 상인성을 요구하기도 하는 것이다.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정부조차도 변호사란 무엇인가에 관한 일관된 철학이 없기 때문에 한 편으로는 변호사가 더 경쟁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변호사가 금전적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변호사 사회는 공익을 추구하기에는 너무 경쟁적이고, 경쟁을 하기에는 너무 책임이 많은 상황이다. 

 

다시 로톡의 얘기로 돌아와 보자. 로톡은 통신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소액 유료 법률상담’이라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로톡이 변호사 유상 중개를 금지하는 변호사법에 저촉될 소지는 상당히 있어 보인다. 과거에도 로마켓처럼 변호사 유상 중개를 하는 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한 적이 있고, 지금의 로톡보다 더 큰 호응을 얻었지만 번번이 변호사법 위반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변호사 유상 중개를 금지하는 변호사법은 20년 전 내지 심지어 50년 전 인터넷을 모르던 시대에 만들어진 법이다. 그 이후의 급속한 기술발전과 변호사 수의 급증에 따른 시장변화, 그리고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생각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변호사법을 개정하여 소액의 유료상담 시장에 한해서는 변호사 중개를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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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3년08월18일 09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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