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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중 갈등 속 한국 반도체의 선택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6월07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6월07일 18시35분

작성자

  • 김양팽
  •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전문연구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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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분쟁 본격화

 

 지난해 8월 미국 정부는 반도체 특별법에서 수혜기업은 향후 10년간 대중국 투자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미국에 투자하고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중국과는 선을 그으라는 노골적인 요구이다.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자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에 대한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하였고 네덜란드 정부에도 요청해서 ASML의 EUV 장비의 대중국 수출이 사실상 금지되어 있다. 지난 5월 23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외환법을 근거로 2개월 후부터 첨단반도체 제조 장비 등 2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하였는데, 이로 인해 일본 기업이 생산하는 주요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국 수출이 사실상 금지되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이러한 조치는 미국 정부가 대중국 수출 규제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한 화답이다.

 

 미국 정부가 동맹국과 함께 중국의 반도체산업 발전을 견제하고 있지만,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아직은 존재감이 미미한 중국 정부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지난 5월 21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되어 안보 심사를 통화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곧이어 중국에서 마이크론 제품의 판매가 사실상 금지되었다. 미국의 일련의 조치들에 대한 중국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폭주하는 미국과 중국의 구애

 

 미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한국 정부와 반도체 기업이 미국 반도체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것과 대중국 제재에 동참해 주라고 직간접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는 대(對)미국 투자를 확대하였고, 미국 정부는 중국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우리 기업을 배려하여 지난해 대중국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규제에서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1년간 유예기간을 주었다. 한국의 현재 상황을 미국 정부가 잘 이해하면서 한국을 배려하는 듯하였으나, 지난 5월 중국 정부의 마이크론 제품 판매금지 조치 이후에는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한국 기업이 메우지 말라고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다. 아직은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요청은 아니지만, 언론을 통해 이러한 내용이 퍼지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반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고 언론을 통해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5월 25일~26일(현지 시각)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해 대화와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27일 중국 상무부 위챗 공식 채널은 한중 통상 장관이 디트로이트에서 만나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라고 전하면서 “양측은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라고 밝혔다. 일견 한국과 긴밀한 관계가 구축된 듯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심화하는 미·중 반도체 갈등에 대한 전략적 무대응

 

 이상과 같이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의 반격도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이 분쟁에서 이기기 위해 미국과 중국 정부는 한국의 반도체산업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중국 반도체산업 견제를 위해 한국이 필요하고 중국 역시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및 자국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한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 한국을 자기 편으로 엮기 위해 언론을 활용하여 직간접적으로 압박하며 우리 정부와 기업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우리 언론은 동조하여 우리나라를 ‘고래 싸움에 낀 새우’로 표현하며 우리의 입지를 스스로 좁히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이러한 반응은 적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미국과 중국의 작전에 우리가 스스로 말려드는 것이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회의에서 한 참석자는 “지금 우리는 스스로 팽이가 되고 있는데 이러한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일침을 가한 적이 있었다. 우리 정부와 반도체 기업은 주변의 채찍질 없이 홀로서기를 할 수 없는 팽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인 강대국임에는 분명하지만, 반도체 제조업에 있어서는 특히,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우리가 최강대국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양국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우리는 어떠한 대응을 해야 할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역량을 스스로 무시하고 눈치를 보며 먼저 한쪽으로 치우칠 필요가 없다. 전략적 무대응이 우리의 대응 방안 중 하나일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만큼 우리도 그들이 필요하다. 따라서 어느 한 나라에 기울지 않게 균형을 잡으면서 우리의 경쟁력을 활용하여 이 상황을 주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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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고문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산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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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3년06월07일 18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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