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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일본 G7 정상회의: G7의 블록화와 국제정치에의 함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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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6월04일 16시50분
  • 최종수정 2023년06월03일 12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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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49차 G7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독일,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프랑스로 구성된 G7 정상회의는 지난 50년간 외교·안보, 경제, 개도국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적 안정성과 문제의 해결책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한 G7 정상회의이기에,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스태그플레이션, 기후변화라는 4중 글로벌 위기로 국제정세가 혼란한 2023년에 G7 정상회의가 국제관계에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것인가에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결과물로 볼 때, 2023년 일본 G7 정상회의는 국제관계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한다. 2023년에 G7은 권위주의체제를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위협한다고 규정하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보존하기 위해서 블록으로 단결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G7의 역사로 볼 때, G7이 블록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냉전기간 동안 G7은 블록으로 행동했었고, 냉전 종식 후 2000년대에는 좀 더 개별적으로 국익을 추구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G7이 블록화할 가능성은 언제나 잠재되어 있었다. 2023년 G7 정상회의는 G7의 잠재된 블록을 현실화한 것이었고, 그래서 21세기 국제정치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부를 만하다.2023년에 G7의 변화는 간과되기 어렵다. G7의 단결이 정상선언문의 문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행될 것이라고 볼 근거가 충분하다. 그렇다면 G7 외부의 국가들은 2023년 G7의 변화의 의미를 이해하고 외교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에서는 2023년 G7 정상회의에 초청국으로 참여했던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G7은 왜 블록화하는가?

 

비형식적(informal) 협의체로서 G7 정상회의는 당해 의장국이 의제를 설정한다. 2023년 G7 정상회의 의장국 일본은 G7 정상회의에 대해 2개의 주제(perspective),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보존”(Upholding the international order based on the rule of law)과 “글로벌 남부와의 연결”(Outreach to the Global South)을 설정하였다.  

G7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보존을 다루는 이유는 그것이 1945년 이후 G7의 존재 환경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는 냉전 종식과 함께 미국과 서유럽에서 전 세계로 확장되었는데, 현재는 러시아와 중국에 의해 위축되고 있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훼손은 G7에게 존재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이므로, G7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보존을 위해 단결하는 것이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보존은 자동적으로 일본 G7 정상회의가 다룰 가장 중요한 문제가 러시아와 중국 대응임을 의미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세적인 러시아와 중국에 G7의 공동 대응이 목표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위협인 이유는, 이 전쟁이 77년만에 유럽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전쟁이기도 하지만, 강대국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1945년에 수립되고 UN 헌장에 명시된 국제질서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고, 이 전쟁의 결과는 전쟁 당사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대만에 대해 무력 사용을 시사하는 중국도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위협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반서방 연합(anti-West coalition)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중국은 불공정, 비시장적(non-market) 무역관행으로 경제에서도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2023년 G7 정상회의의 또 다른 주제인 “글로벌 남부와의 연결”도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보존과 관련되어 있다. 첫째 주제를 선택한 동기의 연장선 상에 둘째 주제가 존재한다. 일본은 G7 정상회의에 한국과 호주 외에도 글로벌 남부의 대표로서 베트남, 브라질, 인디아(2023년 G20 의장국)와, 지역기구의 2023년 의장국인 인도네시아(ASEAN), 코모로(African Union), 쿡제도(Pacific Islands Forum)를 초청하였다. 글로벌 남부로 분류되는 다수의 국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립 또는 러시아/중국으로 기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G7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대해 글로벌 남부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글로벌 남부를 포용할 필요가 있다. G7이 상당히 오래전부터 식량, 보건, 부채(debt) 등 글로벌 남부와 관련된 이슈를 다뤄왔지만, 2023년 G7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남부와의 연결” 주제는 중국-러시아에 대한 세력균형과 전략적 동기가 한층 강하다. 

 

G7의 러시아와 중국 공동 대응

 

G7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보존하기 위해서 블록화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강력한 지원 약속에서 나타난다. G7은 우크라이나를 끝까지(“as long as it takes”) 지원할 것을 천명했고, 우크라이나 방어 결의의 상징으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G7 정상회의에 초청하였다. 또한 G7 정상회의 직전에 미국은 유보적 입장을 바꿔서, 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 지원에 동의하였다. G7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도 발표하였다. 새로운 제재조치는 러시아가 G7의 첨단 기술 수출 제한을 우회하는 것을 방지하여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제한한다. 또한 G7의 제재조치는 러시아의 에너지 생산과 수출 능력을 표적으로 삼아 러시아의 에너지 부문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러시아 경제를 전반적으로 약화시킨다. 

 

G7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보존하기 위해서 블록화했다는 것은 중국 대응에서 광범위한 입장 수렴이 말해준다. 2년 전까지만 해도 G7이 직접적으로 그리고 공동으로 중국을 다루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G7이 중국의 위협을 언급한 것은 2021년 영국 G7 정상회의가 처음이었는데, 그 때에도 유럽의 G7 국가들은 유보적이었다. 그리하여 2023년 G7 정상회의 시작 전에 G7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단결을 유지하고 그 집단적인 힘을 중국에까지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의구심이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의구심과 반대로, G7은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경제/무역, 타국 내정 간섭 등 다양한 이슈에서 중국의 위협을 상세하게 지적하고 중국에 대해 단결된 대응을 보여주었다. 

G7은 중국이 러시아가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즉각적으로 그리고 완전하고도 무조건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것과, 영토의 보존(territorial integrity)과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관한 UN 헌장의 원칙과 목적에 기초하여 우크라이나에서 포괄적, 정의롭고도 지속적인 평화를 지지할 것을 요구하였다. 중국은 2023년 2월에 12개 조항으로 구성된 소위 우크라이나 평화계획(China’s Position on the Political Settlement of the Ukraine Crisis)을 발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를 자처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우크라이나 평화계획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교전 중단을 요구할 뿐,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의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의 점령을 용인하고, 우크라이나 자체의 평화계획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G7 국가들은 이에 회의적이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를 유럽에 홍보하려는 시점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G7 정상회의에 초청한 것도 중국에 대해 G7이 단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대만과 관련하여, G7은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이 국제사회의 안정과 번영에 필수적임을 재확인하고, “하나의 중국”(One China Policy)의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추가하였다. 그리고 새로이 G7은 중국이 타국의 안보와 안전, 민주주의 제도, 경제적 번영을 잠식하는 내정 간섭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였다. 

 

G7의 중국에 대한 단결은 경제 분야에서도 뚜렷하다. G7은 경제 회복력(economic resi lience)과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를 위해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탈동조화(decoupling)가 아닌 위험관리(de-risking)로 재설정(reset)하고 있다. G7은 중국과 건설적이고도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할 준비가 되어 있고, 국제 규칙을 따르면서 달성되는 중국의 성장이 글로벌 이익임을 전제한다. G7은 중국에 대해 내부지향적으로 전환하지 않지만 위험관리와 다변화의 필요를 강조하고, 중국이 무역을 무기화(weaponization of trade)하는 것을 경고하였다.

 

G7은 중국의 공급망 지배, 비시장적 정책(nonꠓmarket policy), 경제 강압(economic coercion)에 대해 공동 대응을 제시하였다. G7은 핵심 광물의 공급에서 과도한 중국 의존을 줄이고, 공급처를 다양화할 것이다. G7은 공급망 회복력(resilience)을 위해 개별 및 집단적으로 경제 활성화 조치에 투자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그동안 G7은 자유무역을 공급망 회복력의 가장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보아 왔는데, 이번에 WTO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방식의 자국 시장 보호로 공급망 회복력 수단을 변경한 것이다. G7은 정책의 전면에 안보를 위치시킴으로써 세계화의 전반적인 역학도 변화시키고 있다. 

 

다른 한편, G7의 대(對)중국 공급망 회복력은 글로벌 남부의 인프라 건설과 연계되어 있다. G7은 글로벌 남부에서 양질(quality)의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여 새로운 공급망 구축에 개도국을 포함시키고, 인프라 건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도국의 과도한 (중국) 부채 축적도 방지한다는 의도이다. G7은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글로벌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Partnership for Global Infrastructure Investment)을 통해서 6,000억 달러를 공급하기로 약속하였다. G7은 중국의 경제 강압(economic coercion)에 대해서도 단결을 이루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중국은 외교적 마찰이 발생했을 때 비공식적으로 경제적 불이익을 주어 압박하는 경제 강압을 행하였다. 노르웨이, 리투아니아, 일본, 한국, 호주 등이 중국의 경제 강압의 표적이 되었다.

 

 G7은 중국의 경제 강압에 대해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경제 강압 조율 플랫폼”(coordination platform on economic coercion)을 출범시켰다. G7은 중국의 경제 강압에 대해 G7 외부의 국가들과도 협력할 예정이다. 몇 년 전과 비교하여 G7이 경제적으로 중국에 대해 상당히 단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과 탈동조화는 현실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피해를 우려하여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탈동조화 요구에 유보적이었는데, 이번에 위험관리로의 선회는 중국 위협에 대한 공통 인식과 대응 필요성을 기반으로 구체적 접근법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타협하여 단결을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G7 블록화의 함의 

 

2023년 G7 정상회의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는가로 성패가 결정될 것이었는데, G7은 블록화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G7 외부의 국가들이 편의상 G7을 블록으로 인식해왔음에도, 이번에 중국과 러시아가 G7 정상회의에 대해 보인 과격한 반응은 G7의 단결이 과거와 다름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G7의 단결은 시간을 통해서 증명될 것이다. G7의 블록으로서의 지속성은 G7 국가들의 협력 의지,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는 데에 따르는 비용, 블록으로서의 혜택과 부담이 그들 사이에서 호혜적으로 분배되는가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또한 G7 각국의 국내 정치, 특히 2024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미국이 G7의 단결 유지에 관건이 될 것이다. 

 

G7이 블록으로서 존속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G7의 블록화는 국제관계의 양극화를 자극할 수 있다. G7의 블록화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도 유사하게 대응하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양극(bipolar) 진영 논리가 국제관계의 다양한 분야에 투영되고, 국제관계에서 전략적 모호성의 유효성은 제한적으로 될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이슈들은 정치화되고 다자주의적 해결을 찾는 것은 어려워질 수 있다. 

 

G7의 블록화는 한국의 외교에 기회와 도전을 제기한다. 한국은 2021년과 2023년 G7 정상회의에 초청국으로 참여하였다. 한국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내에서 발전한 국가로서 G7과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가치를 공유하고, 그것은 2023년 G7 정상회의에서 발현되었다. 그러므로 한국의 G7+ (확장) 가입은 경제력에 비례하는 국제정치적 리더십을 인정받고, 한국에 안정적이고 유리한 국제질서의 수립에 참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반대로 G7에게는 한국의 가입이 G7 전체의 역량을 확충할 뿐만 아니라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보존에도 유용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G7+ 가입이 자동적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G7은 50년 동안 소수 클럽으로서 협의(consultation) 문화를 축적하였기에, G7의 확대에 대해 만장일치 합의를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G7+로 가입하려면 그만큼 각각의 G7 국가들에 대해 긴밀한 외교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에 대한 외교가 한국의 G7+ 가입에 중요할 수 있다. 동시에 한국은 G7 밀착에 따른 비용과 혜택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G7과의 관계 긴밀화는 중국 위험관리를 수반해야 한다. 한국의 G7 밀착은 중국과의 관계 정체, 나아가 중국의 경제 강압의 타겟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정세와정책 2023-6월호 제33호] (2023.6.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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