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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적자,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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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5월02일 17시10분

작성자

  • 조상현
  •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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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이후 무역적자가 1년째 이어지고 있다. 적자가 장기화되는 것도 문제지만 적자폭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무역적자 규모는 지난해 1분기 45억 달러에 그쳤지만 올해 1분기는 224억 달러로 5배 정도 늘어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133억 달러, 1996년 IMF 외환위기 직전의 206억 달러와 비교해도 심각성이 느껴지는 상황이다.

 

최근의 무역적자 확대는 수출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지 않으면서 나타난 결과다. 먼저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올해 1~3월 수출은 1,516억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2.6% 감소했으며, 품목별로는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40.0%), 디스플레이(-39.5%) 등 IT 부진이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비대면 시대에 급성장했던 석유화학(-22.6%)과 세계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철강(-15.8%) 수출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확대로 유일하게 호조를 나타내고 있는 이차전지(11.0%), 자동차(44.0%) 수출을 제외하면 주력 품목 대부분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수입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배럴당 80.3 달러로 지난해 1분기의 94.6 달러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지만 전체 수입감소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1분기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도입액은 전년 동기대비 0.2% 감소에 그치면서 1분기 총수입은 2.2% 감소한 1,741억 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또한 국가별로도 그동안 대규모 흑자를 기록해왔던 대(對)중국 교역이 적자로 돌아선 것도 무역적자 행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올해 3월까지 대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29.8% 감소한 295억 달러, 수입은 3.1% 증가한 374억 달러로 79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적자규모는 대 사우디아라비아(-71억 달러),대 호주(-62억 달러), 대 일본(-56억 달러)을 넘어선 것으로 그동안 중국 무역흑자가 전체 흑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우려가 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무역적자 행진은 세계경기 둔화세가 이어지는 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4월 초 수정 전망을 통해 올해 세계 상품교역량(volume)이 전년 대비 1.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3~6개월 이후의 경기상황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OECD 경기선행지수도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11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하회하면서 올 하반기까지 경기둔화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발표된 중국의 3월 수출실적이 예상을 넘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 4월 13일에 발표한 중국의 3월 수출실적은 총 3,156억 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14.8%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7.0%)를 크게 넘는 수준이며, 중국이 여전히 세계 제조업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수출회복은 우리의 對중국 중간재 수출확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현 시점에서 무역적자 행진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를 전망하기는 힘들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세계소비 및 투자둔화, 세계경기 둔화로 인한 교역량 둔화추이가 반전되지 않는 한 당분간 우리는 무역적자라는 어두운 터널 속에 갇힌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속에 우리 무역은 양적성장의 한계와 무역적자 장기화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지만 이를 극복하는 해법 또한 수출에 있다. 디지털화와 탄소중립으로 변모하는 국제 무역환경에 맞춰 기존 수출산업을 업그레이드하고, 바이오헬스․AI․반도체등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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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5월02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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