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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과 연금개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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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4월06일 17시10분

작성자

  • 김용하
  •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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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프랑스의 연금개혁이 화두이다. 연금개혁안은 프랑스 의회를 통과했지만 연금개혁을 반대하는 시위와 파업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연금개혁은 어느 나라에서나 어려운 과제이지만 이번 프랑스 연금개혁에서는 연금지급개시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것이 국민 심기를 건드렸다. 정년을 늦추고 더 길게 일해야 기존의 받던 연금액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일견 소득이 감소되는 것이 없어 보이는데도 복지국가의 꼭지점에 서 있는 프랑스인 입장에서는 일을 더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연금지급개시연령은 제도도입 당시에는 60세였지만 1998년말 제1차 연금개혁으로 2013년부터는 61세, 2018년에는 62세, 2023년 금년부터는 63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도록 되어 있고, 2033년까지 65세로 높이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법정 정년은 60세로 되어 있어, 법정 정년까지 일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일을 한다 해도 3년의 소득공백(crevasse) 발생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은 연금개혁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프랑스와 대조적이다. 프랑스는 연금지급개시연령의 연장과 함께 정년도 함께 상향 조정하겠다는 데도 반대가 격심한데 우리나라는 정년을 넘어서 몇 년간의 소득공백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여자 86.6년, 남자 80.6년으로 남녀 전체 평균로는 83.6년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 여자는 3.5년이, 남자는 2.9년이 더 높아 일본에 이어 2위 수준이다. 1960년 기대수명은 54.3년에 불과하였으나 1980년 65.4년, 2000년 76.0년으로 빠르게 길어져 왔다. 2021년은 1960년에 비해 29.3년이 길어진 것이고, 1980년 대비 18.2년, 2000년 대비 7.6년이 늘어났다. 이는 연금을 수급할 수 있는 기간이 더 길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에 따른 연금재정 악화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저부담·고급여 구조가 심각한 우리나라의 연금체계에서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른 제도조정의 방안으로 연금지급개시연령의 추가적 연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연금개혁의 방안 중 하나인 연금지급개시연령의 연장을 위해서는 소득공백을 완화하기 위한 정년연장을 포함한 고령자 일자리 대책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정년 연장이 조심스러운 것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청년 실업 문제 때문이다. 지난 2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7.0%로 전체 실업률 3.1의 2배를 넘는다. 실업자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으나 취업 준비 중인 청년을 포함하면 대체로 청년 인구의 20% 내외가 사실상 실업 상태인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산업별 청년층 취업자 추이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정규직 취업자 중 청년 비중이 정년 법정화 시기인 2013년 18.4% 대비 2.0%포인트 하락했다고 한다.

 

출생아 수의 급격한 감소로 경제활동 가능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년 연장은 국가 경제적으로도 필요하다. 그러나 초저출산에도 불구하고 노동 절약적 기술발전에 따른 미스매치로 노동시장의 일자리 부족 현상은 여전히 심각하다. 여기에 저출산 세대와 대비되는 1955년생부터 1974년생에 이르는 1,650만명에 달하는 거대 베이비붐 세대가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1세 연령층 규모는 100만명 내외로 새로 태어나는 인구층이 25만 명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4배가 된다. 

 

 2030년대까지 노동시장에 머물 것으로 예측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 1년 연장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취업난과 부동산 가격 급등 등으로 청년층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경제성장의 주역인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 연장과 연금지급개시연령의 연장 등 연금개혁도 중요하지만, 국가 장래를 이끌고 갈 청년세대의 안정적인 취업 여건 조성과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른 연금지급개시연령의 상향 조정은 연금개혁의 중요한 의제 중 하나이지만, 이와 같이 정년 연장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 한국이 현재 직면한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무조건 비관만 할 필요는 없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화될 것이고,이에 따라 청년 실업도 상당히 완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베이비 붐 세대라고 할 수 있는 단카이 세대가 은퇴하면서 청년 실업 문제가 해소 되었듯이 우리나라도 조만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청년실업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중장년층 고령자 고용도 늘어나게 되고, 이에 조응하기 위한 정년연장이 제도를 넘어서 시장에서 요구될 것이다. 그리고 더 길게 일하는 기간에 노후는 위한 준비로 연금 가입기간도 더 늘게 될 것이고, 연금지급개시연령의 제약요소도 축소되는 낙관적 전망도 가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선순환의 고리가 작동할 수 있도록 정책의 선후 타이밍을 잡는 것이다. 연금개혁과 정년연장, 방치해서도 안 되지만 서둘러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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