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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사태로 본 글로벌 금융 위기의 가능성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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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3월24일 10시15분
  • 최종수정 2023년03월24일 14시23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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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SVB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 위기는 없다

 

3월 9일 실리콘 밸리 은행(SVB)파산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이 위기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이어서 씨게이트 은행(SEAGATE)과 씨그니쳐(SIGNATURE)은행이 연쇄 도산하면서 미국 여러 중소형 은행의 예금인출의 공포가 가라앉지 않고 주가도 폭락하고 있다. 연준과 재무성과 FDIC가 함께 나서서 미국의 금융시장은 안정적이며 튼튼하다고 강조하지만 그들이 내놓은 대책은 임시방편일 뿐 똑 부러지는 것은 없다. SVB은행 사태가 발생한 지 두 주가 지난 현시점에서 미국 및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 가능성에 대해 검토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1) SVB 사태의 본질 : 편중되고 단기적인 예금 의존 구조

 

SVB은행은 1983년 10월에 개설된 자산규모 2218억 (2022년 기준)의 캘리포니아 주법은행으로써 미국 16대 은행이고 실리콘 밸리의 최대 은행이다. 미국 SU의 65%가 SVB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할 만큼 SU중심의 고객 기반을 갖고 있는 니치(niche)은행이다. SU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되 그 조건으로 SVB에 예금계좌를 개설하도록 하는 영업구조로 출발한 은행이다. 

 

설립 초기였던 1980년대 초반에는 발생한 손실을 담보로 제공된 SU를 환매조건부로 매각하며 근근히 버티었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로 들어가면서 1980년대 초의 고금리환경이 가라앉고 또 레이건 정부의 규제완화로 인한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1980년대 후반부터는 본격적인 흑자기조가 정착되었다. 특히 1990년대 들어와서는 적극적으로 부동산 및 와이너리에 투자하는 한편 미국 동부 보스턴 테크지역으로 진출하면서 전국 은행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고 닷컴 버블에 편승하여 2000년 이후부터는 중국, 인도, 이스라엘 진출 등 활발한 국제화 전략을 추진하기도 했다. 

 

1990년부터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20여 년에 걸친 테크기업의 성장, 부동산 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자산규모가 커진 SVB는 프라이비트 은행업에 진출하면서 고액자산가 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전략을 활용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테크산업의 발전과 탄탄하게 성장하는 미국 경제 덕분에 SVB자산은 2008년 100억 달러에서 2022년 2218억 달러로 22배나 성장하는 실적을 올렸다. 2022년 현재 SVB 자산의 60%는 국채였으며 40%가 대출자산이었는데 대출의 56%는 벤처캐피탈과 비상장기업 대출이었고 14%는 고액자산가의 부동산 대출이었으며 24%는 테크기업과 헬스산업 대출이었다.

 

지금까지 지적된 정황으로만 보면 SVB사태의 본질은 두 가지로 축약된다. 첫째로, SVB은행자금조달 구조의 치명적인 결함이다. SVB은행의 85% 이상의 예금이 고액자산가 당좌예금, 실리콘 밸리 지역의 벤처 테크기업과 스타트업(SU)의 기업 운영자금 당좌예금이었다. 이들 자금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운영에 필요한 당좌예금이어서 수시로 들어오고 나가는 유동성이 매우 높은 자금이다. 따라서 이런 자금을 기반으로는 장기적 자산 운용 즉, 장기대출 혹은 장기 국채 운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2) SVB 사태의 본질 : 과도한 장기 국채투자와 경영진의 경영실패 

 

둘째로, 자산의 절반 이상을 미국 정부채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지난 일 년 동안 미국 국채가격이 20% 가까이 하락하면서 SVB건전성에 심각한 손상을 끼쳤고 그 사실이 3월 8일에 분기별 「8-K보고서」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3월 9일 대량인출 사태(뱅크 런) 및 부도로 이어졌다. 「8-K보고서」란 상장기업의 경우 회사의 중요한 특정한 상황,건 발생 시 주주, 투자자에게 그 사실을 밝히는 서식이다. 2021년 이후 장기 국채 가격은 20% 하락했고 그 때문에 SVB의 국채보유에 따른 손실은 약 180억 달러, 전체 자산의 약 8% 내외로 알려졌는데 이 정도 금액이라면 자기자본 160억 달러를 잠식하고도 남는 규모였다. 

 

과도한 국채 투자에 따른 손실 못지않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 제넛 옐런도 지적했듯이 심각한 경영진의 경영실책(BAD MANAGEMENT)이다. 경영진의 경영실패에 관한 부분은 5월 초에 있을 경영평가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확실한 것은 2021년 SVB의 자산은 958억 달러가 늘어났는데 그 기간 동안 예금은 872억 달러가 늘어났고 그중 무이자 단기 당좌예금만 594억 달러 늘어났다. 2021년의 과도한 장기 국채투자가 거의 대부분 단기 당좌예금 자금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시중 금리가 오르면 무이자 당좌예금은 빠져나갈 것이 분명했다. 실제로 2023년 3월 파산하기 전인 2022년 1년 동안 무이자단기 당좌예금은 451억 달러나 빠져나갔다.

​결국, 정리하면 SVB은행의 몰락 원인은 ①초단기 예금에 의존하여, ②과도한 장기국채 투자에 몰두한 ③경영진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④고금리 시대를 맞이하며 엄청난 손실을 입고 파산한 사태로 규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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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2008년 이후 SVB의 자산 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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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금융당국의 신속한 대처 : 자산 보호조치와 예금자 전액 보장

 

SVB은행 사태가 발발하자 캘리포니아 주 당국은 3월 10일 은행을 폐쇄하고 즉각 FDIC를 청산 당사자로 임명하면서 산타클라라 DINB, 즉 산타클라라 국립예금보호은행을 설립하여 정상적인 은행 업무를 대신하면서 청산절차 진행하였다. 그리고 3월 12일 동 은행에 대한 예금은 전액 인출을 보장하기로 발표하였다. 3월 13일에는 FDIC가 SVB BRIDGE BANK를 설립하여 자산을 이전 정리하였으며 SVB영국 법인은 HSBC가 1파운드에 인수하였다. 3월 17일에는 SVB은행의 모회사인 SVB 파이낸셜 그룹이 파산 선고를 하였다. 다른 자회사인 SVB 캐피탈과 SVB증권은 챕터 11 파산에서 제외되었다. 그리고 3월 19일에는 주요 선진 5개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왑을 통한 달러 유동성 공급확대 조치를 발표하였다. 캐나다은행(BOC),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 국립은행과 공동성명에서 달러 스와프의 만기 운용 빈도를 현재 '주간' 단위에서 '일간' 단위로 변경하여 3월 20일부터 시작돼 최소 4월 말까지 계속된다고 발표했다. 

 

(4) SVB은행 파산은 미국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는다

 

SVB파산 사태로 지역 중소은행의 인출사태가 진행되고 있지만 2008년과 같은 전국적인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첫째로, 이전 사태는 ‘고립되고 독립적’ 사건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주택구입자 대출채권과 모기기 은행과 투자은행과 기관투자가가 연결되어 위기가 확산되었지만 이번 파산은 SVB의 유동성 조달구조의 특수성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일반성이 없다. SVB은행의 파산으로 타격을 입어야 했을 예금주들이 대부분 이미 피해를 보기 전에 인출하고 나갔기 때문에 미처 인출하지 못한 일부 고액 예금주나 일반 고객을 제외하면 피해가 확산될 고리가 없었다. 그마저 예금 전액을 FDIC와 연방은행이 보장했기 때문에 피해가 연쇄적으로 퍼져나갈 고리가 없다.

 

둘째, 국채 가격의 하락에 따른 금융기관의 피해 규모는 크지 않다. 2023년 2월 말 현재 미국 국채의 발행 잔액은 약 31조 달러인데 약 5.5조는 연준이 보유하고 있고 1.3조는 여타 정부기관이 보유하고 있어서 민간이 보유하는 국채는 24.3조 달러 정도 된다. 그나마 그 중 약 8조 달러는 외국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미국 민간 금융 기관이 보유하는 국채는 16조 달러 내외가 되며 이나마 상당 부분은 민간 연금 혹은 저축기관들이 보유하고 있을 것이므로 민간 SVB와 같은 민간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을 규모는 10조 달러보다 상당이 작을 것이다. 따라서 국채 가격이 20% 내외 하락했을 경우 국채를 보유하는 민간 금융기관의 자산손실은 2조 달러 정도에도 못 미칠 것이므로 이로 인한 대규모 연쇄 부도 혹은 뱅크런 혹은 인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미약하다. 참고로 2008년 부동산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자산 손실은 9조 달러에 가까웠고 이에 따른 주가 및 채권 가격 하락 규모는 10조 달러가 넘었는데 지금 시세로 환산하면 거의 수 십조 달러에 달하는 규모였다.

 

셋째, 연준은 비상사태가 발생 할 때는 무제한 적인 유동성을 공급할 의지가 확고하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할 당시 연준은 거의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공급한 결과 2007년 말 8천억 달러에 못 미치던 본원통화는 2022년 말 5.4조 달러로 거의 일곱 배나 늘렸다.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유동성 공급에 관해서는 매우 관대해 왔기 때문에 본원통화를 공급하는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다. 게다가 이번 FOMC회의를 통해 연준은 SVB사태와 같은 중소은행의 영업 위축이 물가 안정에 매우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5) 우리의 대처

 

미국의 SVB은행 파산 사태가 대규모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금융시스템도 안전하다고 믿을 수는 없다. 일단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이번 SEP(연준 경제전망치)를 보면 SVB사태에도 불구하고 2023년 기준금리 전망치는 5.1%로 지난번과 비교해 변동하지 않았다. 최소한 한 번 또는 두 번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3.5%에 불과한 한은 기준금리도 최소한 0.5% 정도는 올라갈 것으로 봐야 정상이다. 

 

그 위에 지속되는 무역적자와 경상적자, 부진을 거듭하는 내수, 깊어지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 한일 관계로 격화되는 국내 정치 갈등, 한미동맹 강화로 인한 북한의 정치적 도발 등을 감안하면 국내 경제 및 금융 상태는 지뢰밭의 한 가운데 처해진 상황이나 다름없다. 미국에서 대형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거의 오만함에 가깝다.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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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3년03월24일 14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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