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역외탈세에 대한 소고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3월02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3월01일 11시41분

작성자

  • 정 훈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개발협력팀 팀장/공인회계사·경영학박사

메타정보

  • 2

본문

역외탈세란?

 

역외탈세는 개념상 정의가 쉽지 않고 완전하게 정립되지 않은 용어임에도 뉴스 등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이를 뜻하는 정의를 명확하게 나타내는 설명은 전문적인 논문 등을 제외하면 흔히 보기 어렵다. 기사 등에서는 통상적으로 해외에 조세피난처라고 알려진 관할국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해외에서 사업과 무관한 부동산 또는 주식 등의 매입이 이루어지면 역외탈세와 연관 짓고 있다. 과연 이러한 해석 또는 개념이 맞는 것인가?

 

역외탈세는 역외(域外, offshore)와 탈세(脫稅, tax evasion)란 두 개의 의미를 가지는 단어가 결합된 것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다 풀어서 얘기하면 통상적으로 “대한민국 관할권 밖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를 통해 대한민국의 조세법령에 따른 납세의무를 위반한 행위”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외탈세를 강학(講學)상으로 정의하는데 있어서는 많은 주장이 존재하며, 특히 “탈세” 부분이 그러한데, 여기서는 우리나라 법령상 또는 일반론 측면에서의 개념만 살펴본다.

 

먼저, “역외”는 보통 지역적 또는 법적 관할을 지칭할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현행 조세법령에서는 결과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적용방식은 다소 다르게 정하고 있는데 거래당사자 또는 거래가 우리나라의 관할이 아닌 경우로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국세기본법」1)에서는 “역외거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이는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①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국제거래“로 거래당사자 중 1인 이상이 비거주자이거나 외국법인인 경우를 의미하며, ② 거래당사자 양쪽이 거주자 또는 내국법인이지만 국외의 거래(자산 매매·임대차·용역 등)인 경우이다. 

즉, 쉽게 말하면 거래당사자 중 우리 주위에서 본인과 같이 보통 볼 수 있는 내국세법을 포괄적으로 적용받아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내국인 또는 국내회사 이외의 인이 존재하거나, 거래당사자와 관계없이 거래 대상의 소재지가 국외인 경우 역외거래에 해당한다.

 

다음은 ”탈세“이다. 이 개념은 특히 강학상으로 논의하면 다양한 쟁점들이 발생할뿐더러 법령에서도 ”탈세“라는 용어를 명확히 정의해서 사용하고 있지 않아 이러한 논쟁은 더 가중된다.2) 다만, 법령에서는 위법행위로 탈루(脫漏) 또는 포탈(逋脫) 및 부당한 환급·공제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합하여 ”탈세“라고 통칭할 수 있다. 

한편, 탈세는 절세(tax saving) 및 조세회피(tax avoidance)와 구분되어야 하는데 모두 세금의 경감이라는 측면은 동일하나 절세는 그 조세제도의 취지 또는 입법목적에 부합하는 합법적 행위이며, 조세회피는 사법상 법령의 위반행위가 나타나지는 않으나 조세제도의 취지와 입법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위법행위인 탈세와 구분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역외탈세라고 하는 행위가 진정 역외탈세인가?

 

다수의 기사를 보면 소위 조세피난처3)라고 불리는 저율과세 관할국에 회사를 설립하거나 (특히, 개인의) 해외부동산 매입 등의 행위와 더불어 ”역외탈세“란 단어가 등장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행위만으로 역외탈세와 연관시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법인을 설립한다거나 부동산 투자를 한다고 해서 역내탈세와 연계하지 않는다. 따라서 「외국환거래법」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일부 예외적인 경우의 허가를 제외하고는 신고로 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마찬가지로 역외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탈세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더 나아가 역외에서 저율과세 관할국에 투자하는 것은 경제적 실질이 없는 경우라면 조세조약의 혜택 목적 및 낮은 거주지국의 세율의 적용에 따라 조세회피의 가능성은 존재하더라도 역시 그 자체가 역외탈세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능성 측면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이를 나타내는 것 중 하나가 역외탈세 규모의 추정 방법이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 또는 조세정의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 등에서 공개하는 대부분의 역외탈세 규모 추정 방법을 보면 초과순자본유출입(또는 금융 자산과 부채의 차이)  또는 비경상적인 금융재산 보유 등을 기초로 하여 탈세 규모를 산정하고 있다. 결국, 역외투자가 정상적인 수준보다 높게 이루어지는 관할국에 역외탈세가 높게 측정될 수 있다는 것은, 개별적으로 법령을 준수한 역외투자라고 하더라도 그 규모 수준에 따라 역외탈세의 가능성을 나타낼 수 있다.

 

역외탈세의 유의적인 의미: 그 규모와 불확실성

 

경제의 세계화 확대와 더불어 디지털화가 이루어지면서 역외조세문제가 더욱 대두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경제개발협력기구(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와 G20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문제인 세원잠식과 소득이전(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BEPS) 쟁점이 대두되면서, 2012년부터 이를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 및 대응 움직임이 본격화하였는데4), 이러한 이유를 각국의 경제와 시장이 통합되어 세계화가 이루어지면서 거대화되는 반면에 국제조세 규정은 한 세기 이전에 설계된 것이 여전히 존재하여 취약점이 크게 나타났기 때문으로 보았으며 이에 BEPS 대응프로젝트를 진행해오며 국제조세의 제도 및 행정 개선을 이행해오고 있다.

 

다만, 전체 역외탈세 규모의 추정에 있어서는 매우 제한적이다. 통상적으로 지하경제 등으로 인한 세수 손실로 알려진 조세격차(tax gap)에서 역외를 별도로 구분하여 추정한 결과는 확인되지 않으며, 우리나라의 대부분 역외탈세를 언급할 때 인용되는 숫자는 조세피난(회피)처 등의 해외(순)투자금액일 뿐이다. 2019년 유럽연합에서 공개한 ”개인의 국제 탈세 추정(Estimating International Tax Evasion by Individuals)“에 최근 역외탈세 규모를 추정한 선행연구의 결과들을 요약하고 있는데 전세계 자본소득 관련 세수 기준 1,890억 USD(2010년 기준), GDP의 0.1%(2016년 기준), 캐나다 자본소득세 관련 세수 기준 GDP의 0.04%~0.2%(2014년 기준)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조세정의네트워크에서는 매년 ”the State of Tax Justice“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2020년부터 역외탈세 규모를 국가별로 추정하고 있는데 매년 전세계 역외거래로 인한 세수 손실을 4,830억 USD로 추산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약 4.6억 USD(법인세 손실 약 6천억 USD, 개인 해외자산에 따른 세수 손실 4억 USD)로 GDP의 약 0.0%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위치하고 있다.

 

역외탈세가 다른 형태의 탈세에 비해 문제가 되는 점은 여러 가지겠지만 여기서는 조세와 사회적 측면에서 각각 한 가지 정도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러한 거래의 사전적 식별, 적시에 적발 및 조사, 조세채권의 집행 및 불복에 따른 쟁송이 보다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당연히 국내 권한 있는 당국의 관할이 미치지 않는 자산 및 거래이기 때문에 정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디지털플랫폼·가상자산 등 물리적 실체가 없는 거래의 등장은 이러한 제한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또한, 부과가 적시에 적정하게 이루어지더라도 징수는 또 별개의 문제인데, 과세부과가 이루어져 국가 입장에서 조세채권을 회수하려고 하더라도 자산이 국내에 존재하지 않으면 관할 밖에서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세정보 측면에서 보면 현재 국제적 공조에 따라 다자협약(Multilateral Convention)·국가별보고서(Country by Country Reporting)·조세정보교환·국제적 성실납세 협약제도(International Compliance Assurance Programme)·디지털세(Pillar 1 및 Pillar 2) 등으로 개선되어 가고 있지만, 국제적 관계는 자국의 이해와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미국은 미국 개인 등의 정보가 국외로 제공되는 것에 대한 우려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를 근거로 한 상원의원의 반대로 2019년까지 8년간 조약 및 정보교환 협정을 비준하지 못했으며 BEPS 다자협약(Multilateral Convention to Implement Tax Treaty Related Measures to Prevent BEPS)도 참여하지 않았다. 특히, 자국 이익의 우선이 더 대두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보면 국제적 공조가 계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다른 하나는 역외탈세(실제로 대부분은 조세회피)가 기인하는 역외거래의 설계 혜택에 대한 차별적 요소이다. 역내 거래와는 달리 역외거래는 관련된 여러 관할국들에 대한 제도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거래의 이행도 납세자 단독으로 이루어질 수가 없어 전문가들의 조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이러한 역외거래에 조세경감행위를 더하기 위해서는 복잡성이 더 높아진다. 

예를 들어, 역내거래에서는 과세정보가 수집되는 신용카드 매출을 현금으로 수령하고 수익을 은닉하는 행위는 모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탈세이지만, 국제거래에서 관할을 넘나드는 거래의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조세설계(tax planning)가 요구되어 상대적으로 고액자산가·대기업 등에게만 가능하다.

 

역외탈세의 대응: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역외탈세는 관할의 문제로 인해 근본적으로 일시에 해결하는 제도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은 국가 간의 점진적인 노력에 따라 다른 국가들과의 공조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문제의 유의성이 낮춰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자국 이익을 더욱 중심에 두고 있는 최근의 추세를 볼 때 향후 더욱 공조 수준이 높아질 수 있는지는 불확실성이 높아 보인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내수 시장 규모의 한계로 역외시장의 정보 공유에서 우위에 위치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같이 매우 큰 규모의 역내시장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해외금융계좌 납세협력법(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 FATCA)을 통해 국외 금융기관이 자국 역내시장에서의 경제활동에 불이익(미이행 기관은 미국 역내투자에 대한 높은 세율의 원천징수가 적용됨)을 받지 않으려면 정보제공에 참여하도록 하는데, 전세계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현실의 금융투자에서 미국투자를 배제하기가 불가능하므로 사실상 강제적으로 상대방을 기속하는 효과가 발생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이행방식이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대외적으로 점진적인 노력과 더불어 국내법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접근을 우선적으로 이행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역외거래를 국내거래보다 강화하여 적용하거나 별개로 정보를 보고하도록 하는 다양한 규정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해외금융계좌의 신고·해외현지법인 등에 대한 자료 제출·국제거래정보통합보고서 제출 등의 정보 수집을 위한 의무를 부여하고, 역외거래의 경우 조세를 부과할 수 있는 처분의 기한인 부과제척기간이 일반적인 부과제척기간보다 길며(무신고인 경우: 7년 → 역외거래: 10년, 부정행위에 따른 포탈: 10년→ 역외거래: 15년), 부정행위로 인한 무신고·가산세를 중과하며(40%→60%), 세무조사 연장기간의 제한에 대한 예외가 적용되며, 다른 신고와는 다르게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불이행에 대해 조세질서벌에 해당하는 형벌로 처벌하는 규정 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더하여 역외거래의 정보수집·세무조사·부과처분·징수·쟁송·벌칙 등을 구분하여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제도와 행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참조하되 적정한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사후적인 제도 보다는 사전적인 제도가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조세설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OECD BEPS Action 12 의무보고규정(Mandatory Disclosure Rules) 또는 EU Council Directive 2018/822 (DAC6), 미국·영국·일본 등의 세무조사방해죄, 영국의 역외신고에 대한 가산세 및 형사처벌 강화 규정, 이용가능한 정보가 제한되는 경우 쟁송에서 입증책임의 전환 등이 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1) 「국세기본법」 제26조의2제1항.

 2) “탈세”라는 용어는 법령에서 비정기세무조사 등(「국세기본법」 제81조의6제3항제3호 등) 극히 일부에 정의없이 사용되고 있다.

 3) 소위 조세피난처·조세회피처 등은 정의가 정립된 용어가 아니지만, 일반론적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이다. 따라서, 실제 이의 개념에는 EU의 조세목적의 비협력관할국(non-cooperative jurisdictions for tax purposes)과 같은 다소 다를 수 있는 개념이 대입되고 있다.

 4) BEPS 대응지원센터, 도입배경 및 연혁, https://www.kipf.re.kr/beps/introduce_History.do, 검색일자: 2022. 3. 20.

<ifsPOST>​

2
  • 기사입력 2023년03월02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3월01일 11시41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