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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 해를 보내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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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2월28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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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협
  • 전남대학교 인류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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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이불개(過而不改)’와 ‘개딸’

 

한해를 마감하는 이맘때면 우리는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이를 반영하듯 매년 ‘교수신문’은 12월이 되면 올해의 사자성어나 올해의 망언 따위를 선정하여 성찰의 계기로 삼곤 한다. 2022년 ‘교수신문’이 선택한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 그리고 ‘대학지성’이 올해의 망언 후보 1순위로 제시한 것이 ‘개딸’이었다. ‘과이불개’와 ‘개딸’은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고’ 오로지 정쟁과 권력 다툼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무책임하고 ‘천박한 작태’를 겨냥한 말들이다. 

 

특히 ‘개딸’이라는 용어는 “원래 응답하라 시리즈에 등장한 말로 물불 가리지 않고 물어뜯는 나쁜 성격의 딸을 지칭한다”는데 야당 대표의 열성 지지자들이 자신을 그리 부르며, 야당 대표 역시 이러한 현상을 세계 정치사에 기록될 일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어찌하다 한국 정치가 이렇게까지 절망의 나락에 빠지게 되었을까? 

 

나 같은 정치의 비전문가에게 무슨 비책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정치란 싫건 좋건 간에 모든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므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짧은 생각이지만 정치 문외한이 보기에도 정치인들, 특히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선진국반열에 진입한 대한민국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그들이 누리는 특권이 하는 일에 비해 지나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국민이 정치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더 나은 정치를 위해 국민이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날로 힘을 얻는다. 

다만 저질 정치인이 국회에 진출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수준 높은 인재들이 국회에 진출하는 방안이나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가는 일은 아마 전문학자와 정치권에서 감당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그에 비해 현재 너무나 많은 수의 ‘과이불개’ 정치인들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높은 특혜를 누리는 부분은 우리 같은 일반 국민이 회초리를 드는 심정으로 하나의 국민운동을 통해 그에 대한 개선을 추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복지나 민주적 제도를 논할 때 걸핏하면 OECD 선진국의 사례를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범이라고 역설한다. 그런데 정작 의회주의의 근간인 국회의 운영에는 외면한다. 예컨대 우리 국회가 스스로 의회 선진국이라 칭찬하는 스웨덴 국회의원은 2019년 기준 월급은 800여만 원이며 차량 유지비나 유류비 따위는 없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대중교통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을 뿐이며, 회기 중 결근하면 그만큼 세비가 삭감된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집무실은 작은 사무실 공간 하나이고 비서를 두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국회의원은 1억 5천만 원이 넘는 연봉에 더하여 차량과 운전기사에 차량 유지비, 그 외에도 해외 출장을 포함한 국내외 여비가 따로 지원되고, 정책개발비 등의 명목으로 각종 지원경비가 따른다. 또한, 대한민국 국회는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거대 기구인 입법조사처가 국회의사당에 존재하지만, 특이하게도 개별 국회의원마다 보좌진이 무려 8명으로 이들의 인건비도 연 5억 원 이상이 든다. 거기에 독재정권 시절에 만들어져 더는 시대에 걸맞지 않은 면책특권과 체포동의안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제 민주화된 한국 사회에서 국회의원은 특권층의 갑옷을 벗고 국민과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함께하며 봉사하는 일꾼으로 돌아올 때가 되었다.

 

또 하나, 우리의 국회의원 비례대표 제도는 폐지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다. 지금 비례대표에는 종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성금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 파렴치한도 있고, 문서를 위조해 재판을 받거나 거짓말을 공공연히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자들이 섞여 있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정치판이 선의의 정책경쟁보다는 단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진영싸움으로 변해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국회의 비례대표제는 원래의 설립 취지는 잊힌 채 역기능만 심화한 모양새다. 그 결과 비례대표는 진영의 나팔수나 돌격대 노릇에 놀아나는 자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기 위해 눈을 밖으로 돌리면, 때마침 멕시코에서는 비례대표제를 폐지해 국회의원 정수를 3분의 1로 줄이는 선거제도 개정안을 놓고 대통령과 여·야가 충돌 중인데, 멕시코의 정치개혁은 상당히 그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이탈리아도 불과 2년 전인 2020년 국민투표에서 70% 찬성을 얻어 의석수를 945석에서 345석 줄였는데, 우리는 과연 이러한 정치개혁 과제를 끌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정치개혁에는 위로부터의 개혁과 아래에서 휘몰아가는 개혁이 있다. 앞서 말한 멕시코는 현 대통령 오브라도르 (Andres Manuel Lopez Obrador)가 그동안 약속한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온 실적이 동력이 되어 정치개혁을 이끌어간다고 한다. 그는 선거공약으로 공공 부분 개혁을 약속했는데, 취임하자 제일 먼저 대통령의 봉급을 60% 삭감하고, 모든 공무원은 대통령보다 높은 월급을 받을 수 없게 하는 공무원 급여에 관한 연방 법률을 만들어 스스로 모범을 보였다. 그 외에도 공약대로 대통령 저택을 시민을 위한 박물관으로 바꾸고, 전용기도 매각하여 해외 순방에는 저가 항공을 이용해 경비를 크게 절감했다. 실제로 그의 15번에 걸친 여행이 전임 대통령 엔리케 페냐 니에토(Enrique Pena Nieto)가 1회 여행한 비용보다 적게 들었다 한다. 

 

이렇게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그가 보여준 정직, 검소, 개혁의 이미지로 여전히 높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어서 멕시코에서는 위로부터의 정치개혁이 진행 중이다. 스웨덴의 경우, 정치개혁을 일구어낸 인물로 타게 엘란데르(Tage Erlander)를 꼽는데, 그는 1946년부터 23년간 총리를 지내며 공사(公私)간에 가식 없이 정직하고 청렴한 삶의 모습을 일관되게 보임으로서 국민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은 정치인이었기에 스웨덴의 정치개혁을 무난히 끌어낼 수 있었다. 

 

엘란데르 총리의 삶을 들여다보면 위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정직한 사람임을 금방 알게 된다. 즉 그는 총리 시절에도 관저 대신 임대 주택에서 월세를 내고 살았고, 출퇴근도 관용차 대신 직접 운전하는 차를 이용했다. 그리고 1968년 그가 퇴임할 때 거처할 집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져 국민을 놀라게 했다. 당원들이 급히 돈을 모아 한적한 시골에 마련해 준 소박한 집에서 16년을 살다간 전 총리 부부의 집에는 총리 시절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오늘의 대한민국 정치 지도자 중에는 위선과 무능, 부패의 정상배는 있어도 정치개혁을 이끌어 갈 정직하고 존경 받는 정치가는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개혁에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희망의 정치를 위해 우리 시민들이 나서 나름 할 수 있는 일, 실천 가능한 일을 찾아 마음을 모아 행동하기를 기대해본다. 정부 세금에 의존하지 않는 진정한 시민단체가 만들어지고, 깨어있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져, 그러한 풀뿌리 운동의 압력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자신들만의 잔치를 끝내고 합당한 위치를 찾아감으로써 ‘과이불개(過而不改)’와 ‘개딸’의 정치를 넘어, 새롭게 ‘책임 의식’과 ‘선량한 딸’의 정치를 열어가는 새해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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