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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 국면에 제동이 걸린 엔화의 향방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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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2월08일 17시00분

작성자

  • 이지평
  •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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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현상 한계점 확인 후 반전

 

금년 들어서 계속되었던 급격한 엔화의 약세 현상이 1달러당 151엔을 한계점으로 반전되고 있다. 2022년 초에 1달러당 115엔을 기록했던 엔화는 10월에는 한때 1달러당 151엔까지 급락하는 등 엔저 현상이 너무 심화되었었다. 그러나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완만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 확인되면서 11월에 들어서 엔화는 강세로 반전하여 12월 6일에는 1달러당 136엔까지 회복하였다. 엔화의 약세 국면이 순간적으로 기록한 1달러당 151엔을 한계선으로 제동이 걸린 것이 확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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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정부가 엔저 저지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규모는 9월 22일에 2조 8,382억엔, 10월 21일 및 24일 합계로 6조 3,499억엔에 달했다. 일본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시장개입으로 엔저 투기 세력을 견제한 것이다. 일본의 극심한 엔저 현상으로 인해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970년대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엔저 현상이 너무 심화된 상황에서 일본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일정한 견제 효과를 가졌다. 

 

그리고 일본정부가 시장개입으로 엔저 압력을 견제하는 사이에 미국의 물가압력이 완화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파월 의장이 11월 30일에는 정책금리의 인하 속도를 조절하는 시기가 빠르면 12월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엔화의 회복세가 더욱 빨라졌다. 미국 장기금리가 안정되어 미일간 금리차의 축소에 대한 기대로 인해 엔화 매도 압력이 약해진 것이다. 

 

미국경제가 둔화되는 가운데에서도 높은 물가압력은 서서히 완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적어도 2023년의 미국 금리 인상 폭은 2022년에 비해 작을 것이라는 기대가 보다 확실해지면서 엔저 압력을 완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향후 미국경제가 금융 불안을 수반할 정도의 경기후퇴를 보일 것인지, 완만한 경기후퇴 속에서 물가압력이 서서히 약해질 것인지,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과열될 것인지는 불확실한 측면은 있으나 지금으로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미일금리차가 확대할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일본의 금융정책 방향, 미일성장률 격차, 경상수지는 엔고 뒷받침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수출이 뚜렷하게 확대되지 못하고 일본은행이 양적·질적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는 가운데, 일본 엔화의 급락 현상의 부정적인 측면이 일본에서도 우려되고 있다. 다만, 쿠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금융완화 정책 의지가 강하며, 10년 만기 국채금리의 상한선을 0.25%로 하고 단기금리를 -0.1% 내외 수준으로 억제하는 YCC(Yield Curve Control: 장·단기 금리차 통제정책)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은행의 자세에는 당장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2023년 4월에는 쿠로다 총재의 퇴임이 예정되고 있다. 2013년 이후 일본은행 총재직을 맡고 양적·질적 금융완화 정책으로 노골적으로 엔저를 유도해 왔던 쿠로다 하루히코씨가 퇴임하고 신임 일본 총재 체제가 새롭게 구축될 예정인 것이다. 이에 따라서 일본은행의 금리정책도 보다 유연성을 갖게 되고 경제상황에 따라서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해 엔저로 인한 서민층의 실질구매력 상실에도 배려하게 되면서 엔저 압력도 완화되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일 간의 성장률 격차가 2023년에는 축소 추세를 보이는 것도 엔화의 약세 압력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제가 금리인상 여파로 후퇴할 경우 일본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2023년도 일본경제 성장률은 ‘위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외국인을 포함한 여행수요 확대, 일본정부의 대규모 경제대책에도 힘입어서 수출 부진 속에서도 1%대의 저조하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11월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일본경제의 성장률은 2022년의 1.7%에서 2023년에는 1.6%로 소폭의 하락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미국경제는 2022년 1.6%, 2023년 1.0%로 전망되고 있어서 일본경제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1년의 경우 미국경제의 성장률이 5.2%로 일본경제의 성장률 1.7% 보다 3.5%p나 높았던 것을 고려하면 미일 간의 성장률 격차는 크게 변화하고 있다. 

 

2022년 엔저를 부채질한 일본의 대외수지의 악화 현상도 2023년에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것 또한 엔저 압력을 완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IMF의 11월 전망치로는 2021년 1,422억 달러에서 2022년에는 581억 달러로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와 있으나 2023년에는 다시 944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2022년도에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가 급증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크게 줄였던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려 2023년 중에는 상대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2021년의 8,464억 달러에서 2022년 98,53억 달러로 확대되어 2023년에도 8,229억 달러라는 막대한 규모의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상 본 바와 같이 미일 금리차의 축소 방향, 미일 경제성장세 역전,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 확대와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 지속 등을 고려하면 극심한 엔저에 제동이 걸린 일본의 엔화는 2023년에는 완만한 강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적으로 일본계 연구기관들은 2023년 중에 엔화가 1달러당 120엔대로 절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미국 금리인하가 2023년 중에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은 엔화가 금년 초에 기록했던 1달러당 110엔대까지의 엔고를 예상하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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