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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시 시장이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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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9월14일 17시10분

작성자

  • 조장옥
  •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前 한국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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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시장주의자들이 참으로 많다. 관료와 기업인 그리고 대부분의 정치인은 자칭 시장주의자들이다. 그러나 정작 경제학을 수십 년 공부했지만 그들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모르겠다. 시장을 그저 사람들이 모여 재화와 용역 그리고 자산을 거래하는 공간으로 이해한다면 그 의미는 분명하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음미해 본다면 시장은 그 형태와 기능 및 역할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복잡하다. 

 

따라서 시장은 그 앞에 수식어를 동반하지 않으면 정확한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용어이다. 교과서적으로 말해 독점시장이 있는가 하면 경쟁시장이 있고, 과점과 독점적 경쟁시장이라는 것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고전적 시장이 여러 형태로 결합된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때로 시장주의자연 하는 것은 곤란한 상황을 피해가거나 자기의 이념을 숨기기 위한 위선인 경우가 자주 있다. 

 

자본주의를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구별할 수 있게 하는 핵심이 시장이라는 의미에서 시장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자본주의의 신봉자임을 천명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에서 거의 모든 경제 행위는 궁극적으로 시장을 통하여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시장참여자들이 원하는 바가 드러나고 달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이 우리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바와 같이 항상 완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의 시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불완전하다.

 

시장참여자가 많지 않아 독과점이 될 수도 있고 정보의 불완전성 때문에 잘못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거래되는 재화의 특성 때문에 시장균형이 빠르게 달성될 수 없거나 갖가지 규제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가격이 심하게 왜곡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시장의 불완전성을 이해하는 것은 모든 경제 행위와 정책의 선택에 있어 필수적이다.

 

시장이 완전하거나 불완전하거나를 막론하고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인센티브, 곧 유인(誘引)이고 그런 의미에서 시장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 경제를 유인경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시장에서의 유인추구는 보다 나은 재화와 용역을 싼 값에 구입하고자 하는 수요자와 극대의 이윤을 달성하고자 하는 공급자의 사익추구로 나타나며 이는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시장이 불완전한 경우일지라도 개인이 유인 혹은 사익을 추구하는 것은 효율성의 근본이며 자본주의 경제에서 비난할 것이 못되며 제도의 한 요소로서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러나 시장의 불완전성과 사익추구가 결합하면 갖가지 비정상적인 경제현상을 낳기도 한다. 투기와 거품, 매점과 매석, 규제 및 인허가와 관련된 온갖 부정부패 등이 모두 시장의 불완전성과 사익추구가 결합되어 낳은 현상들이다. 

 

이와 같은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방임할 것을 주장하는 시장주의자들을 자주 본다. 그와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두 부류가 존재하는 것 같다. 

하나는 시장의 불완전성으로부터 득을 보는 부류의 사람들 혹은 그들에 동조하는 천민적 자본주의자들이다. 

다른 하나는 정부가 개입하여 시장의 불완전성을 개선할 수 없다고 보는 정부불신론자들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불완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선행하고 정책의 목표가 이념적으로나 수량적으로 분명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정책수단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불신론자들은 이들 두 가지 면에서 정부가 무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 시장의 불완전성을 파악하는데도 게으르거나 무능하고 바른 정책수단을 마련함에 있어서도 자신이 없거나 불필요한 영향력에 흔들린다는 것이다.

        

입장이야 어떻든 아무리 불완전한 시장일지라도 계획경제보다 나으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시장을 통해 경제문제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제도로서 우리의 시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가난, 눈부신 경제발전과 독재, 민주항쟁과 민주화, 촛불과 광우병, 국정농단과 대통령의 탄핵이 있었다. 아파트가 몇 번 가라앉고, 다리의 상판도 꺼졌다. 현대사에서 대한민국이 안 해본 것이 무엇인가?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시장도 알게 모르게 지금의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온갖 규제로 시장을 엮어 놓아서 이제는 무엇이 규제고 규율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는 도대체 이성적이지 않은 주장들이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횡행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는 지금 개혁과제가 산적해 있다. 규제개혁뿐만이 아니다. 노동과 교육의 난맥은 시장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고 연금은 파산을 가리키고 있다. 재정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으며 더불어 살만한 나라를 위한 복지와 사회안전망은 아직 멀었다. 이 모든 것의 걸림돌이 시장에 대한 불신과 왜곡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정권의 부동산정책이다. 시장참가자들은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데 그와는 반대로 가는 정책을 30번씩이나 내어 놓았다. 대부분 시장을 옥죄는 것들이었다. 결과는 비이성적인 집값 상승이었다.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자유방임보다 훨씬 못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시장의 효율성을 정부가 개입하여 도모할 수 있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몰이해의 시장개입은 오히려 백해무익이다.

 

결국 다시 시장이다. 새 정부는 정책과 규제를 과용하지 말고 시장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권고하고 싶다. 대부분의 경제문제는 시장을 신뢰하고 활용할 때 순리적으로 해결된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수십 번 외쳤다고 하는데 시장의 자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국정이 정리되지 못하고 우왕좌왕 당파싸움만 하고 있다. 문제가 꼬일수록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첫걸음으로 시장을 들여다보라고 권하고 싶다. 시장의 자유와 효율성을 회복할 때 국제경쟁력도 제고되고 개인의 창의가 살아나며 많은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득도 뒤따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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