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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의 특징과 시사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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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8월30일 11시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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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이번 인플레이션은 글로벌한 현상이지만 세부 내역에서는 국가별로 차이가 존재하며, 이 같은 차이와 특징을 파악하는 것은 정책 대응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이번 인플레는 에너지와 식품류 가격 상승이 주도하고 있고, 수입물가 상승에 기인한 비용인상형 인플레(cost  push inflation)의 성격이 강하며, 수입물가 상승에 글로벌 인플레와 더불어 환율 상승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의 특징이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물가 변동은 수입물가 및 수입에너지 가격 변동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수입물가에 대하여 소비자물가는 1개월 후행하고 생산자물가는 동행하는 경향이 있으며, 국내물가의 수입물가에 대한 동행성과 민감성은 최근으로 올수록 높아지는 특징을 보인다. 또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저(低)인플레 국면에서는 개별 품목 가격의 독립적 변동이, 고(高)인플레 국면에서는 가격들 간의 동조적 변동이 지배적인 모습을 보인다.

향후 물가는 국제유가가 최근 진정세를 보이는 점, 긴축에 따른 세계 경기 후퇴 전망, 전년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돌발변수가 없다면 하반기로 갈수록 수입물가와 국내물가 모두 점차 상승세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인구구조 변화, 미중 갈등에 따른 GVC 후퇴, 기후변화 대응 등에 따라 과거보다 인플레의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플레의 특징을 고려할 때 인플레 대응 정책으로써 금융정책과 더불어 수입물가 억제를 위한 환율 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부 업종에서는 비용 상승 폭과 가격 상승 폭 사이의 상당한 괴리가 관찰된다는 점에서, 독과점적 시장 지배력에 기초한 과도한 가격 상승이 판단되는 경우 이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1. 들어가며

 

금년 들어 많은 나라에서 물가 상승이 가속화되면서 인플레이션이 가장 중요한 경제 현안의 하나가 되고 있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거의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그 세부적인 내역이나 원인은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또 한 나라의 인플레이션도 기간별로 그 원인이나 특징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적절한 정책 대응을 위해서는 이러한 차이와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이 글에서는 이번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되 과거의 추이와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의 주요 특징과 함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인플레이션 현황

 

소비자물가를 기준으로 할 때 국내 인플레이션의 가속화는 작년 중반부터 시작되어 금년 들어 한층 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 기준으로 가장 최근 자료인 2022년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이고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품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core inflation rate)도 4%에 육박하고 있다. 소비자의 체감도가 높은 생활물가 상승률은 더 높아 8%에 가깝다. 7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98년 11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이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6월 기준으로 9.9%로 2008년 10월 이래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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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별 물가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의 이번 인플레이션은 수입물가의 상승으로부터 촉발된 것임을 볼 수 있다(<그림 2> 참고). 실제로 뒤에서 보이겠지만 이번 인플레이션에서는 수입물가 상승의 기여가 지배적이다. 수입물가의 가파른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것이다. 작년 중반 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의 가속화가 나타나고 있다. BIS(국제결제은행)의 자료에 의하면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율이 5%가 넘는 국가의 비중은 2차 오일쇼크와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고(高)인플레이션이 진행되었던 1980년대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3> 참고). 실제로 미국과 주요 유럽국가들의 최근 물가 상승률은 1980년대 초 이후 40여 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30여 년간 물가 안정을 보여온 세계 경제가 작년 중반부터 고(高)인플레를 경험하게 된 이유로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원인은 코로나 경기 변동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과 더불어 급격한 경기 침체에 직면하여 주요 선진국은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하였다. 이 같은 대규모 경기부양과 감염병에서 비롯된 경기 변동의 특성1)으로부터 백신 보급이 본격화된 2021년 중반부터 세계경제는 매우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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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회복된 반면, 공급은 아직도 잔존하는 코로나 위협에 따른 일부 생산과 운송의 차질로 인해 수요 증가세에 미치지 못하면서 물가 상승이 촉발되었다. 코로나 경기 변동이 글로벌 인플레를 촉발한 요인이라면 금년 들어 인플레를 더욱 심화시킨 또 다른 요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금년 4월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에 뒤이은 제재는 주요 자원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곡물, 비료 수출을 크게 위축시키면서 관련 가격 급등을 통해 글로벌 인플레를 한층 가속화시켰다.

 

한편 이번 인플레는 글로벌한 현상이지만, 물가 상승률의 크기나 세부 내역 등에서는 국가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우선 물가 상승률의 크기는 미국과 서유럽, 남미 국가들이 가장 높은 반면, 중국이나 일본은 아직까지는 물가 상승률이 낮은 편이고, 우리나라는 이들 그룹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또 물가 상승이 유럽이나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식품 등에 특히 편중되어 나타나는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훨씬 폭넓은 재화와 서비스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국가별로 공급망 애로의 영향 정도나 전쟁의 충격, 코로나 경기 회복의 속도와 경기부양책의 크기 등이 서로 다른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인플레의 주요 내용뿐 아니라 원인에서도 국가별로 조금씩 다른 차이를 낳는다. 다음 절에서는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어 그 특징을 살펴보기로 한다.

 

3. 이번 인플레이션의 주요 특징

 

(1) 에너지와 식품 가격 상승이 주도하는 인플레이션

 

우선 소비자물가를 기준으로 할 때 이번 인플레이션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 상승이 주도하는 특징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와 농산물은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이며, 일반적으로 여타 상품에 비해 가격의 변동성이 높은 특성을 갖는다. 이 두 품목 중에서도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7월 석유류 가격상승률 35.1%)이 두드러지며, 반면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공산품이나 서비스 가격 상승률은 아직은 4% 이하에 머물고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타 상품의 가격 상승률도 높아지는 추이를 보이고 있어, 기존 인플레 주도 품목의 가격이 유지되는 형태로 인플레가 장기화될 경우 품목 간 가격 상승률의 편차가 줄어들면서 고(高)인플레가 더 넓은 상품으로 확대되는 모습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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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인상형 인플레

 

이번 인플레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수입물가 상승에 주로 기인한다. 수입물가상승률은 2022년 6월 기준으로 33%가 넘고, 수입물가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율은 73~8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기여율 추정방법은 부록 참고). 이는 이번 인플레가 기본적으로 비용인상형 인플레(cost push inflation)임을 시사한다.

수입물가 중에서도 특히 수입에너지 가격 상승의 기여도가 높아, 생산자물가 상승의 약 50%를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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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물가 역시 품목별로 상승률의 편차가 크다. 비료와 에너지의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고 이어서 농산물을 비롯한 식품류의 상승률이 높은 반면, 내구재는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률이 낮다. 비료나 에너지, 곡물류의 가격 상승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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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입물가 상승에는 환율 요인도 1/3~1/2 기여

 

수입물가의 높은 상승에는 해당 상품의 국제가격 상승뿐 아니라 환율 상승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 1~6월 평균 기준으로 전체 수입물가 상승의 약 1/3 내외가 환율 상승에 기인한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와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그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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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격 상승과 비용 상승의 격차, 석유석탄 제품이 최대, 전력이 최소

 

수입물가 상승률이 품목별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해당 수입 품목과의 산업연관관계를 바탕으로 국내 생산물의 비용 상승효과도 품목 간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국내 생산물의 가격 상승 폭과 비용 상승효과가 품목 간에 비례 관계를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시장구조의 차이 등에 따라 가격과 비용의 변화율이 큰 괴리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림 7>은 이를 살펴보기 위해 주요 품목별로 수입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 폭과 국내 가격 상승 폭을 비교한 것이다. 비용상승폭은 수입물가와 산업연관표를 바탕으로 추정한 것으로 2022년 6월 수입물가 기준이다(2022년 1~6월 평균 수입물가 상승률을 사용해도 결과는 대동소이하다). 그림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품목은 비용 상승률과 가격 상승률의 차이가 미미하지만, 몇몇 품목에서 양자 간에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석유·석탄제품은 가격 상승률이 비용 상승률보다 30%포인트 이상 높아 양자 간 격차가 가장 크다. 반면 전력과 가스는 가격 상승률이 비용 상승률보다 20%포인트 이상 낮다(전력과 가스는 공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부문이라는 점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일반적으로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갖는 산업에서 고(高)인플레 국면에 비용 상승을 크게 상회하는 가격 상승이 종종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정유업계는 과점적 시장구조를 갖고 있지만 위의 비용 상승률을 훨씬 상회하는 가격 상승이 이 같은 시장구조에 기반한 기업의 행태에 따른 것인지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그림 7>에서의 비용은 수입 원자재가 만을 고려한 것이기 때문에 그 이외의 다른 비용 요인에 변화가 있다거나 혹은 제품가격이 국제가격으로 결정되는 경우 국내 시장구조와 무관하게 위와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금년 들어 정유업계의 마진과 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2)은 분명 위의 가격/비용 격차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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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의 전반적 특징

 

(1) 수입에너지 가격의 높은 기여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수입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의 비중이 높은 관계로 특히 생산자물가의 경우 수입 에너지 가격의 변화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특징을 보인다. 예를 들어 수입물가가 모든 품목에서 10% 상승한 경우에 비해 수입 에너지가격 만이 상승하여 전체 수입물가가 10% 상승한 경우 국내 생산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약 1.5배 크다(<표 4> 참고). 

 

소비자물가의 경우도 수입에너지 가격과의 교차상관계수 최대치가 0.75로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표 6> 참고). 실제로 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은 고(高)인플레 국면을 살펴보면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이르는 기간을 제 외한 거의 모든 고(高)인플레 국면은 수입에너지 가격의 높은 상승을 동반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인플레에서 수입에너지 가격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2) 수입물가와 국내물가의 동행성과 민감성 증가 추세

 

우리나라 물가는 수입물가와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은데다, 최근으로 올수록 상관 계수의 크기와 동행성이 모두 높아지는 추이를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부터 최근까지를 기준으로 할 때,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의 최대 상관계수는 0.94, 소비자물가와 수입물가의 최대 상관계수는 0.82로 매우 높다. 기간별로는 고유가, 고물가 기간인 1970~1980년대에 비해 물가 안정기였던 1990년부터 금융위기 이전 기간에는 수입물가와의 상관계수가 낮아졌다가 금융위기 이후에는 1970~1980년대보다도 상관계수가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또 수입물가와 국내물가 간의 시차는 최근으로 올수록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이는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추세적으로 높아진 점, 글로벌화·디지털화·금융 화의 진전 등으로 충격의 전파 속도가 빨라진 점, 그리고 저유가, 저물가 기간이었던 1990년대에 비해 금융위기 이후 국제유가를 비롯한 수입물가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 된 점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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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비자물가는 수입물가에 1개월 후행, 생산자물가는 수입물가와 동행

 

금융위기 이후부터 최근까지를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수입물가 에 1개월 후행하고 생산자물가는 수입물가와 동행하는 특징을 보인다. 수입 에너지 가격과의 관계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모두 수입에너지 가격에 1개월 후행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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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高)물가 국면에서 가격 변동 간 공행성 증가

 

BIS에 의하면 고(高)인플레 국면과 저(低)인플레 국면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전자 의 경우 개별 품목들의 물가 변동이 서로 공행하는 특징을 보이는 반면, 후자의 경우 는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독립적인 변동들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이는 고(高)인플레 국면의 물가 변동은 전체 경제에 공통적인 요인들에 의해 주로 나타나는 반면, 저(低) 인플레 국면의 물가 변동은 개별 품목에 고유한 요인들에 주로 기인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징은 통계적으로 전자의 경우에는 전체 물가 변동의 분산에서 개별 품목 물가변동들 간의 공분산의 비중이 큰 반면, 후자의 경우는 개별 품목 물가 변동 분산의 비중이 지배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국경제의 물가 변동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마찬 가지로 관찰된다. <그림 8>에서 보듯 고(高)인플레 국면에서는 물가 변동의 부문 간 공분산의 비중이 지배적이고 저(低)인플레 국면에서는 개별 부문의 물가 변동의 분산이 지배적인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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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경제위기는 환율 급등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동반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기 때문에 원화 기준 수입물가도 크게 오르게 되고, 수입물가의 국내물가 기여도가 높은 우리나라 물가 변동의 특성상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양상은 실제로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나타난 바 있다(<그림 9> 참고).3)

경제위기는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를 가져오는데 여기에 인플레이션까지 동반된다면 민간 경제 주체들의 경제적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고 정책 대응도 더 어려워진 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5.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1) 향후 인플레 전망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여부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플레 기대의 고착화 여부이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인플레가 시작된 이후의 지속 기간이 길수록, 인플레율이 높을수록 기대의 고착화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번 우리나라의 인플레는 주로 수입물가 상승에 기인하므로 인플레의 장기화 및 심화 여부는 향후 수입물가 상승세 가 어느 규모로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의 수입물가 상승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국제유가와 환율 추이이다. 일단 국제유가는 금년 5월에 정점을 보인 후 다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국 의 긴축에 따른 경기둔화 전망과 소폭이지만 최근 OPEC의 증산 결정 등에 비추어 돌발 상황만 없다면 단기적으로 향후 유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 다. 이 경우 작년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유가가 더 높았으므로 유가 상승률은 하반기 로 갈수록 낮아질 것이다.

 

한편 환율은 7월 중순까지 상승세를 지속하다가 이후 소폭 하락하면서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율의 경우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면서 격차가 확대된다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만 이 경우도 상승폭은 지금까지에 비해 작을 것으로 보이고 또 환율은 작년 초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여 왔 다는 점에서, 기저효과로부터 환율의 전년 동월비 상승률도 점차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향후 물가상승률이 현 수준에 비해 현저히 더 높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환율 상승률이 7월까지 확대 추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입물가 상승률이 한두 달 정도 더 소폭 가속 내지 횡보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시차를 고려할 때 그보다 조금 더 확대 추세를 지속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도 추가 상승 폭은 상반기에 비해 완만한 수준에 머물고, 돌발 상 황만 없다면 인플레이션은 하반기로 갈수록 조금씩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예상한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리스크 요인의 급변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조금 더 중장기적인 미래를 전망한다면, 과거 약 30여 년간의 물가안정기4) 에 비해 향후에는 물가 불안이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예상된다. 향후 물가불안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은 크게 인구 변화, G2의 헤게모니 갈등, 기후변화 등 세 가지를 꼽 을 수 있다. 우선 주요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노동 공급의 둔화가 불가피하고, G2의 헤게모니 갈등으로 과거 물가안정의 주요 요인의 하나였던 글로벌 가치사슬의 후퇴가 예상되는 데다, 기후변화 대응으로 비용 상승 요인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점 등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상당 기간 인플레와 그에 대한 정책 대응 문제가 지금보다 더 큰 중요성을 갖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2) 정책적 시사점

 

여기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인플레 정책 대응에 관한 일반적인 논의는 생략하고, 위에서 거론한 이번 인플레의 특성과 관련된 몇 가지 특기할 부분 만을 언급하고 자 한다. 

 

첫째, 이번 인플레와 같은 경우 인플레 대응 정책의 하나로 환율 관리가 갖는 중요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인플레에 대응하여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정책은 금융정책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의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과 같은 금융정책을 통해 이번 인플레에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우리나라의 인플레와 같이 수입물가 변동이 인플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에는 환율 관리 역시 인플레 대응에 효과적인 정책 수단의 하나가 될 수 있다. 환율 변동은 수입물가 변동으로 직결되고, 수입 원자재의 국제가격과 달리 환율은 정책당국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인플레와 같은 상황에서는 적절한 환율 관리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긴요하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역시 금융긴축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기본적 역할 이외에도 대외 금리 차이를 통해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원리에 기초한 환율 관리 기능을 갖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독과점적 시장구조에 기초하여 비용 상승분을 훨씬 초과하는 과도한 가격 상승이 존재하는 경우, 이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한 인플레 대응 정책의 하나 가 될 수 있다. 앞서 우리는 일부 업종에서 수입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을 훨씬 초과하는 가격 상승의 사례를 본 바 있다. 이러한 경우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실제로 가격 상승이 비용 상승 폭에 비해 과도하고 또 이것이 해당 업계의 이윤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된다면, 행정지도나 혹은 초과이윤세와 같은 적절한 정책을 통해 이 같은 과도한 가격 상승이 나타나지 않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정책은 특히 인플레 대응 노력과 관련한 노사 간 고통 분담의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인플레 대응에서는 소위 임금/물가의 연쇄적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과제의 하나이며, 이러한 정책이 정당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임금과 이윤 양편에 서의 고른 희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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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염병에서 비롯된 경기 침체는 감염병 위협이 해소되면 V자형의 급속한 경기 회복을 보인다. 이는 SARS 등 과거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강두용·민성환, “유행성 전염병이 경제와 산업에 미친 영향: 과거 사례의 경우”, 「KIET산업경제」, 2020년 3월호 참고.

2) 연합뉴스(2022), “정제마진 22년만에 최고, 정유업계 1분기 역대급 실적 예고”, 4월 3일.

3) 다만 이들 경우 환율 상승이 단기간에 집중되었고 경제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되었기 때문에 인플레의 지속 기간 은 길지 않았다.

4) 1990년대 이후의 글로벌 물가안정은 소위 Great Doubling이라고 불리는 중국, 인도, 동구권의 글로벌화 참여에서 비롯된 대규 모 저가 노동 공급의 확대, 그리고 이와 연관된 글로벌 밸류체인의 확산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이 글은 산업연구원(KIET)이 월간으로 발간하는 [산업경제 8월호 특집]으로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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