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최근 금융시장의 역전과 국내 금융산업의 향후 과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2년08월18일 17시10분

작성자

  • 구본성
  •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메타정보

  • 0

본문

 

 <요약>

​ 최근 금융시장 여건의 역전(reversal)현상은 전쟁·전염병 등 비경제적 외부요인과 장기간의 저금리로 인한 자산버블 같은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함에 따라 금융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음.

​ 특히 대외적 요인에 대한 국내 금융시장의 취약성 확대, 실물경제 등 성장패러다임의 변화영향, 그리고 금융산업의 금융안정 역할 강화 요구 등으로 인해 건전성 및 자본구조 안정화 등 국내금융 산업의 자체 노력이 강조되는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됨.

​ 이에 따라 국내 금융산업은 금융상황이 안정화될 때까지 인내력과 경각심을 견지하고 금융서비스의 적정화 기조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음. 특히 가계의 실수요 충족과 기업금융의 지원 확대 등 금융중개 기능의 정상작동을 위한 노력이 강화되어야 함. 또한 금융역전 국면의 투자손실 완화와 회복국면의 자산축적을 촉진할 수 있도록 대(對)고객 자산관리 서비스가 대폭 확충될 필요가 있음.

​ 그리고 금융비용의 지나친 증가를 방지하기 위한 경영효율화 노력과 함께 그 성과를 고객과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서민금융 리스크 완화를 위한 전금융업권 차원의 공동대응도 요구됨.

 

코로나 위기의 극복 및 안정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 발발 등으로 대내외 금융시장 여건이 금리상승과 인플레이션 등에 의해 빠르게 역전(reversal)되고 있다.1) 금융시장이나 금융 상황의 역전은 예상치 못한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한 충격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 기조로 인해 자산버블이나 레버리지 확대 등과 같은 금융불균형이 내재된 상황에서는 자산 가격의 하락이나 금리상승 등이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높다.2)

 

또한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전쟁이나 전염병의 확산 등 비경제적 요인에 의한 복합 충격은 외부 효과로 인해 경제주체의 대응력을 약화시키고 불균형을 흡수할 수 있는 금융산업의 완충력도 약화 시킬 수 있다. 이 점에서도 금융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본 고는 최근에 확산되고 있는 대내외 금융시장 역전 현상의 원인과 특징을 살펴보고 금융안정성 유지 및 강화를 위해 고려해야 할 국내 금융산업의 대응방향을 제시한다.

 

최근의  금융역전  현상과  특징, 그리고  시사점

 

첫째, 최근의 금융역전은 대외 여건의 변화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별성을 찾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전쟁이나 지정학적 갈등에 의한 금융시장 조정은 상대적으로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3) 여기에다 최근에는 미국의 정책기조가 예상보다도 빠르게 전환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강도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에도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은 글로벌 자산시장의 급격한 조정이나 1990년대 멕시코 금융위기 등과 같이 일부 취약한 신흥국의 금융위기를 유발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 전례가 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국제적 공조를 통해 역전위험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각국의 이해관계 등으로 공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의 경제적 · 정치적 영향력이 역전위험을 유발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과거와 달리 국내 금융산업의 자체적인 노력과 대응력 확보가 금융안정성 제고를 위 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국내 금융산업은 대외적 여건의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두 번째는 금융시장의 역전이 실물경제의 변화를 통해 초래될 수 있는 이차 효과(secondary effect)가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내외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실물경제의 위축이나 주력산업의 수출경쟁력 등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에 국내 금융시장은 국내 수출산업 기반의 약화, 경쟁국 대비 시장점유율 축소, 가치사슬의 재편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첨단기술 업종을 중심으로 한 역내국가간 협력이나 공급망의 재편은 국내경제의 미래 성장기반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실물경제의 변화는 주식시장을 포함한 자산시장에 추가적인 이차 충격을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금융산업의 위험관리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비록 현재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할지라도 대내외 경제의 안정과 성장 패러다임이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는 여지를 고려한 적극적인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세 번째는 대내외 금융시장의 역전으로 인해 기존의 금융 불균형이 해소되고 정상화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시장안정 중심에서 물가안정 중심으로 통화정책 기조가 전환됨에 따라 가계나 기업의 재무적 위험이 상승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 금융 완충력이 중요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은 실질 소득과 매출의 감소와 함께 금융비용 부담 증가와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수 있어, 가계와 기업의 재무위험을 흡수하고 조정해 나갈 수 있는 금융산업 의 대응이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역전 효과가 심화될 경우에 국내 금융산업의 금융안정에 대한 책임도 강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금융시장의 역전으로 인한 거시경제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 금융산업의 책임 및 역할 분담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금융의 사회경제적 안전판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겠다.

 

네 번째는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금융산업 자체의 시장위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완화적 통화정책과 이로 인한 장기금리의 하향 안정화는 국내 금융산업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하였다. 반면 역전 현상은 국내 금융산업이 그동안의 우호적인 여건에서 점 차 도전적이며 경영위험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국면으로 진입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현재의 역 전 현상은 당분간 직·간접적으로 국내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동산 및 채권시장의 장기간 호황 배경으로 작용한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 그리고 우 호적인 외화조달 여건 등이 반전될 경우에는 전체 금융권의 자본력이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내 금융산업의 자산건전성 관리 강화나 자본구조의 안정화 노력 등은 중요한 도전과제라 하겠다.


국내 금융산업의 역할 및 대응력 강화를 위한 과제

 

(1) 장기 건전경영(patient) 체계의 구축

 

우선 장기적 시각 하에서 금융시장의 위험을 극복하려는 인내적 경영전략 체계를 갖추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고 판단된다. 현재의 금융역전 효과가 단기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겠지만 내재된 금융불균형이 감내 가능한 안정적인 수준에 이를 때까지 경각심을 유지하는 경영기조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자산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인한 시장 불안의 발생 시 초단기적인 대응보다 는 자산가격의 조정이 지속될 가능성도 감안한 장기적인 건전경영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 국내 금융산업은 적극적인 자본확충, 잠재부실의 선제적인 인식, 엄격한 충당금 적립,4) 그리고 배당정책의 재조정 등을 통해 수익성보다는 장기적인 완충력과 금융시장 변화에 대한 미래 대응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2) 금융서비스의 적정화 도모

 

다음으로 금융서비스의 적정성을 도모하는 정책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의 활황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의 유인으로 작용하였다. 예를 들어 담보자산의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그만큼 레버리지를 통해 투자규모를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가수요를 유발 하거나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투기적 유인이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역전 국면에서는 이자비용 이 높아지고 변동성을 고려한 담보비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전과 달리 투기적 유인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금융시장 참가자의 자발적 선택과 유인에 의한 시장규율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금융상황 역전으로 초래될 수 있는 금융산업의 대응력을 높이는 데 유리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은행 등은 기업이나 가계의 대출 목적이나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실수요 원 칙을 통해 과다한 레버리지를 차단하는 적정화 기조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

 

추가적으로 금융회사의 중개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시장여건을 조성하고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유도할 필요성도 높다. 인플레이션이나 금리상승, 자산가격의 급격한 조정 등은 금융회사의 위험기피 성향을 높이고 금융시장의 역동성을 약화시킴으로써 금융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면 두 차례의 위기 국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나름대로 안정성과 수익성, 건전성을 개선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경영개선 효과가 금융불안을 완화시키고 역전국면에서 새로운 자금 및 투자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서비스 혁신을 통해 전체 경제의 대응력을 높이는 데 활용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유사시 경기위축의 가능성에 대비하여 창업기업 뿐만 아니라 성장국면에 있는 중기업 시장(middle market)까지 금융지원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 해 정책적 지원대상의 범위나 기준을 완화하여 자금중개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 을 것이다. 자산관리 서비스는 역전 국면의 투자손실을 완화하고 회복국면에서 자산축적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장기 적립식 투자를 유도하거나 장기 투자수익률의 안정화에 초점을 둔 대고객 서비스를 대폭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3) 금융비용의 효율화 유도

 

금융비용의 효율화 유도를 위하여 금융비용의 과다한 증가를 방지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은 물적 및 인적비용을 높임으로써 수수료나 서비스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내 금융회사는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용절감과 긴축경영을 통한 경영효율화 노력을 통해 대고객 서비스 비용의 지나친 상승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금리나 수수료 등 금융서비스 가격에 대한 투명성과 적정성 평가를 강화하는 것이 고려될 수 있다. 또한 금융회사는 디지털 혁신이나 채널 효율화 등 경영혁신에 따른 성과개선을 고객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4) 서민금융의 강화

 

금융소외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서민금융을 강화하는 것도 긴요할 것이다. 현재의 금리상승 국면은 저신용자나 저소득층의 대출 기회를 제한하고 대출규모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용리스크를 고려한 스프레드 확대로 저신용자 및 취약계층의 대출금리는 더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여 서민 대상 정책금융의 기반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서민특화형 금융상품이 나 제도를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 더불어 서민금융의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는 민간 금융업권 간 공동협업도 확대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맺음말

 

최근의 대내외 금융시장 상황은 외생적 요인과 내생적 요인이 결합된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역전 현상으로 풀이된다. 대내외 금융시장의 역전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안정성과 효율성, 그리고 책임성 제고가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국내 금융산업은 장기적인 시각과 인내적인 경영마인드, 그리고 주의 깊은 경영관리를 통해 역전 국면을 극복해 나가는 지혜와 역량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국내 금융산업이 금융시장의 역전 및 파급효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측면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 금융의 거시경제적 역할에 대한 인식과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1) 여기서 금융시장의 역전 현상은 장기적인 추세나 구조적으로 안정화되었던 상황이 외부   충격이나 내생적 요인에 의해 빠르게 그 이전상황과 단절되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국면을 의미한다. 

2) Colciago(2019)는 저금리 또는 마이너스 금리가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오히려   현재소비를 축소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도 내생적   역전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Journal of Economic Surveys, 33, 1199-1231

3) Duca (2017)는 최근의 금융불안이나 금융위기 중 자산가격 조정으로 인한 원인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A New Database for Financial Crises in European Countries, European Central Bank 

4) 일반적으로 대손충당금은 여신포트폴리오의 위험과 연동하는 것이 원칙적이다. 하지만 경기순응성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의 규모나 총대출 대비 비중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총대출금 대비 충당금 규모의 하한선 등을 한시적으로 도입 하는 경우는 “엄격한” 방식의 감독적 조치라 할 수 있다. 

  

 ※ 이 글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하는 [금융브리프 31권 15호 금주의 논단]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0
  • 기사입력 2022년08월18일 17시10분
  • 검색어 태그 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