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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의 대전환기: 장인정신의 반대말은 기업가정신이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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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8월16일 17시10분

작성자

  • 김기찬
  •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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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의욕, 딸리는 실력’, ‘빨리 하면 혁신, 따라하면 비용’,

2000년대 초반 도요타와 품질경쟁에 매진하던 현대차 품질혁명 성공의 비결이다. 당시 현대차는 매년 신차개발에 도전했다. 신차는 날이 갈수록 개선되어 2003년 드디어 도요타의 신차품질만족도(IQS)를 따라잡는 역사를 만들었다.  ‘안되면 될 때까지 도전하라’ 현대의 창업자 정주영 기업가정신의 핵심이다.

 

 기업가정신의 적(敵)은 관리자정신이다. 미래의 위험을 관리하는 관리자정신으로는 파괴적 혁신에 도전하기 어렵다. 리더가 미래위험을 감수할 때 혁신이 시작된다. 리더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모든 조직은 관료화된다. 관리자들은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안지기위해 기존의 일만 열심히  한다. 기업가정신은 빨리 하는 것이다. 빨리 하면 혁신이 되고, 늦게 하면 비용이 된다.

 

 빨리 하면 혁신이고 늦게 하면 모방이다. 혁신은 경쟁자보다 빨리 하는 선방(Proactvity)싸움이다. 선방싸움의 엔진은 기업가정신이다. 4차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 대기업이 고등학생의 혁신아이디어에 의해 무너지는 시대이다. 이제 자동차산업도 기업가정신으로 전기차시대로의 대전환기를 맞이해야 한다.

 전자제품의 디지털 대전환기에도 이 공식은 적용되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경쟁에서 성공했고, 속도에서 느렸던 LG스마트폰은 퇴출되고 말았다. 

 

전자제품의 디지털화 전환기가 자동차의 전기차 전환기에 주는 역사적 교훈이다. 지금 자동차 산업은 1990년대 전자제품의 디지털화와 같은 전기차로의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현대차는 다시 한 번 ‘넘치는 의욕, 딸리는 실력’, ‘빨리 하면 혁신, 따라하면 비용’의 원칙에 집중해야 한다. 전기차 신차출시가 빠를수록 많을수록 진화하는 것이다. 전기차란 파괴적 혁신이다. 무엇보다도 기존기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이때 경계해야 할 정신이 장인정신이다. 전환기시대의 싸움은 장인정신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정신으로 해야 한다.

 

기업가정신은 새로운 방법으로 고객경험의 혁명에 빨리 도전하는 것이다. 도요타자동차는 더 이상 현대차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도요타가 대량 생산하는 전용전기차 모델은 사실상 'bZ4X' 한 가지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주행 중 바퀴가 빠질 우려가 있어 출시 2개월 만에 리콜상태에 있다. 도요타는 지금 아날로그 가전제품의 왕자 소니처럼 되고 있다. 

 

1980년대 세계최고 전자제품 글로벌 브랜드였던 소니의 지금을 보라. 전전기차시대에서 도요타의 미래를 상상해보자. 도요타가 하이브리드를 못 버리고 있다. 그래서 도요타는 전기차로의 사실상의 표준화전쟁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많다.

 

 일본은 장인정신의 나라이다. 대전환기에는 장인정신이 대변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장인정신 때문에 일본은 아직도 아날로그사회에 머물고 있고, 일본은 스마트시대의 경쟁낙오국가가 되었다. 장인정신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기업가정신이다. 장인정신은 기존 제품에 영혼을 불어넣는 일이라면, 기업가정신은 새로운 제품에 도전하는 정신이다. 문명의 대전환기에 장인정신은 빛 만큼이나 그림자가 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기에도 일본의 장인정신은 아날로그 기술을 지키고 더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디지털시대로의 전환에 장애물이 되었다. 장인정신은 성숙의 시기에는 최고의 경쟁력을 만들었지만 변혁의 시기는 기득권을 지키는 걸림돌이 되었다. 그 결과 일본은  스마트시대의 경쟁낙오 기업들을 양산하고 있다. 전자제품이 디지털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소니를 비롯한 일본 전자업체들은 글로벌 시장변혁기에 몰락하고 말았다. 일본출신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지금 일본은 침몰하고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전기차로 사실상의 표준화(de facto standardization)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부터 신흥국가에 이르기까지 온통 전기차에만 관심이 있다. 세계 4위 인구대국 인도네시아가 전기차 산업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자동차시장은 거의 일본차가 석권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 3월부터 아이오닉5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면서 자동차 경쟁의 틀을 바꾸어가고 있어 주목을 끈다.

 

  규모의 경제가 없는 어떤 자동차 제품도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글로벌 표준화에 실패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수익을 내지 못한다. 도요타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업그레이드한 하이브리드기술로 프리우스를 생산하면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비싼 배터리와 비싼 엔진을 모두 장착한 하이브리드자동차를 팔아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이 있을까?  현대차는 정부보조금이 없다면 하이브리드를 팔수록 손해가 나는 제품이다. 이런 하이브리드 제품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미래차의 세계 표준 전쟁은 기술력보다 시장에 의해 사실상의 표준화가 이루어진다.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바톤을 이어받는 릴레이경기는 타이밍 싸움이다. 선방경쟁력으로 경쟁자보다 빨라야(proactive) 한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빨리’와 ‘신차개발’ 싸움이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정책은 미래 한국경제의 핵심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의 정부 정책은 전기차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에서 핵심부품을 수입하여 조립하는 전기차도 한국의 전기차라고 생각하는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 전기차산업, 니켈과 코발트 등 핵심 원자재에서부터 부품 공급사슬에 이르기 까지 전기차  공급사슬의 그림을 새로 짜야 한다. 

 

전기차의 핵심원자재에서부터 핵심부품까지의 공급사슬에 문제가 없는가?

테슬라가 인도네시아와 50억 달러 니켈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코발트 등 원자재 보유량이 많아 세계 전기차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기차시대 전기차로의 전환을 위한 공급사슬과 생태계 준비의 속도를 가속화해야 한다. 

장인이 아니라 기업가의 눈으로 미래 시장을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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