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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정국의 일본 유랑기…정체(停滯)의 현장에서 본 한국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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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8월07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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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근
  •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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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1994년 6월 말경에 처음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로부터 4년 반 정도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으로 건너 간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끔 한국보다 편할 때도 있다. 지난 2016년 7월부터 시작된 대우조선 손배소 소송이 있었을 때, 사외이사로 대우조선을 망친 거수기로 비난 받을 때 일본에 4개월간 객원교수로 잠시 머무른 적이 있다. 당시 누구에게도 억울함을 하소연할 곳이 없었을 때 마음의 위안을 준 곳이 바로 일본이었다.

 

지난 2021년 2월, 대우조선 손배소 소송에서는 4년 반 만에 “사외이사로서 선관주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충실히 했다”는 사실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아 면책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사외이사가 선관주의의 의무에 충실해 면책되는 첫 판결을 받았던 것이다. 그 후 1년 만에 이번에 다시 일본을 찾게 되었다.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부터의 삶은 덤인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철저하게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삶을 살았다면, 지금부터는 적어도 나만을 위해 살고 싶지는 않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일본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 한다.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나름 매력적이다. 그리고 체계적이다. 적어도 메이지유신 이후는 서구문명을 받아들여 우리보다는 시스템적으로 돌아가는 사회이다. 하지만 “줄리아나 도쿄”로 상징되는 버블이 깨어지고, 일본은 침체기를 겪게 된다. 1994년 버블 붕괴이후에도 한동안 일본은 여전히 높은 물가, 그리고 부동산가격으로 점점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지난 한달 남짓 일본 방문에서 필자가 느낀 것은 일본의 정체(停滯)이다. 지난 30년간 일본은 변화가 없었다. 필자가 자주 다녔던 오쿠보거리(코리안타운)의 음식점 메뉴가격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우리와 비교해도 결코 비싸지 않았다. 일본 생라멘 역시도 일본이 우리보다 싸고, 자판기의 커피나 음료수도 마찬가지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패밀리 레스토랑의 경우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30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한 일본인 교수는 이렇게 일본 정부가 신속한 정책을 펴기 어려운 것은 국가부채가 너무 많아 정부당국이 쓸 수 있는 정책의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번의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에 일본이 동참할 수 없었던 것은 국가부채의 변제나 그 이자 상환의 부담이 너무 커 환율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하였다. 국가부채는 언젠가는 국민의 발목을 잡게 되는 족쇄임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일본의 버블 이후와 너무 흡사하다. 높은 임금, 그리고 비싼 부동산, 이에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경기는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다. 2018년 봄 필자를 초대해 준 히도츠바시대학교의 아오시마교수를 한국으로 초대한 적이 있었다. 숙소가 잠실이라 잠실로 가면서 강남 아파트값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일본과 자기 경험으로는 연봉의 5배정도 가격의 주택에 거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말한 적이다 있다. 그 당시에도 잠실의 아파트 값은 버블이라고 진단하기도 하였다.  

 

지금 일본은 국가채무로 인해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하지만, 우리 역시도 가파른 국가채무의 증가에다, 가계부채가 국가채무보다 많은 상황이다. 그리고 공공기관과 공적연금의 포함한 국가부채는 지난 정권을 거치면서 급격하게 늘었다. 전 정권은 공공요금의 인상을 최소화한데다, 사회적 가치라는 명분으로 신규임용을 대폭 늘였다. 그리고 비상임이사의 수를 최대치로 임명하는 등 공공기관의 효율성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캠코터 낙하산 인사로 인해 경영의 전문성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이전 박근혜 정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공공기관 영업이익의 급격한 감소를 초래하였다. 또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저금리와 무분별한 헬리콥터 머니 살포로 시중의 유동자금은 풍부해져, 이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려 부동산 폭등으로 정권까지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무게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강남으로 대표되는 부자들의 몰표로 정권을 가져왔다고 생각하는 현 정권은 부동산부자에게는 부동산감세를, 현금부자에게는 이자라는 달콤한 열매를 주었다. 국민은 바로 지지율로 그들의 속내를 드러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냉의 속도로 떨어졌다. 이는 인사문제도, 부인문제도, 설익은 정책문제도 아닌 부자를 위한 정책을 편 것이 급속하게 많은 중도표를 잃게 되는 단초를 제공한 것이라 생각된다.

 

 단 한 번도 부족함이 없이 삶을 살아오신 분들은 가난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인지하지 못한다. 하루를 일해 하루를 먹고사는 사람들은 정부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먹고 사는 민생문제를 먼저 해결하고서 악폐청산에 나서야 했다. 즉, 국정운영 순서의 전후가 뒤바뀐 것이다. 아직은 지지를 유보한 것이지 철회는 아니라고 본다. 실수가 계속되면 그 또한 실력으로 굳어진다. 인적쇄신을 통해 기득권 인사가 아닌 개혁적 인사의 등용으로 국민 모두에게 지지를 받는 대통령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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