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중 수교 30년 성과와 과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2년08월04일 17시00분

작성자

메타정보

  • 0

본문

2022년 8월 24일은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맺은 지 30년이 되는 날이다. 1992년 한중 수교는 냉전의 종식과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 및 한국의 ‘북방정책’ 추진 등이 결합된 산물이며, 이후 한중관계는 경제통상 및 사회문화 분야에서 “역사상 유례가 없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양자관계”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외교안보 분야에서 한중관계는 상호 ‘정치적 신뢰’ 부족으로 인한 불안정성이 여전하고, 다양한 대내외 영향요인으로 인해 양국관계의 복잡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 글은 지난 30년 동안의 한중관계에 대한 평가를 통해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양국관계의 새로운 미래 30년을 준비하기 위한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경제협력의 비약적 발전과 외교안보적 마찰의 상존

 

수교 이후 한중관계는 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를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외교안보 현안을 둘러싼 마찰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규범과 가치를 둘러싼 갈등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중관계의 비약적 발전은 양국 경제의 ‘상호 보완성’에 기반한 경제통상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수교 당시 63.7억달러였던 한중 교역액은 2021년에 3,015억달러로 약48배 증가했다. 2015년 12월 한중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현재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대상국이 되었다. 한중 경제협력 활성화는 인적교류를 포함한 사회문화분야로 점차 확대되었다. 수교 당시 연인원 13만명 수준이었던 상호 방문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연인원 1천만명을 기록하기도 했고, 한중 양국의 상호 유학생 수 역시 꾸준히 증가했다.

 

수교 초기 상호 전략적 가치의 상승으로 인해 양국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2008년에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에 합의했다. 양국이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에 합의한 것은 한중관계가 단순한 양자관계를 뛰어넘어 지역적‧세계적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전략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 합의 이후 한중관계는 오히려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양국관계의 불안정성은 심화되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략적 관계에 대한 양국의 속내(목적)가 달랐기 때문이다. 즉, 중국 입장에서는 그동안 미중관계의 하부 구조로서 한반도를 인식하는 경향성이 강했기 때문에 한국이 미중관계에서 좀 더 중립적 입장을 취하기를 바라는 측면이 있었고, 한국 입장에서는 소위 ‘북한·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이 좀 더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를 희망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현재까지 한중관계는 북핵 문제와 사드배치 등과 같은 외교안보적으로 민감한 현안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는 한중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중관계 영향요인의 다양화 

 

수교 이후 한중관계에 대한 내·외부 영향요인이 갈수록 다양해짐으로써 양국관계의 복잡성을 가중시켰으며, 대표적으로 ‘미국요인’과 ‘북한·북핵요인’ 및 국내 ‘민족주의 정서’ 등이 있다. 먼저, 한중관계의 외부 영향요인으로서 ‘미국요인’은 한미동맹과 미중 전략경쟁 심화를 들 수 있다. 한미동맹은 오랫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탱하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오랫동안 한미동맹 그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용하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중국은 시간이 갈수록 한미동맹을 ‘냉전의 유산’이라고 표현하는 등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고,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16년부터 시작된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및 장기화 추세 역시 한중관계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즉, 글로벌·지역적 차원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는 한반도에 다양한 형태의 리스크를 초래하고 있고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우선순위 및 한중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중 전략경쟁의 범위가 기존의 전통적 안보 이슈 뿐만 아니라 5G 등 미래기술을 포함한 비전통적 안보 이슈로까지 확산되고 있고, 한반도 및 한중관계에 미치는 리스크 역시 더욱 다양해지고 복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핵·북한 문제 역시 여전히 한중관계에 미치는 핵심적인 외부 영향요인이다. 특히 북중 간 전통적 우호협력관계가 이완과 밀착을 반복함에 따라 한중관계의 불안정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또한 2018년 이후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변화 추세 속에서 북중은 상호 전략적 필요성으로 인해 다섯차례의 정상회담을 개최함으로써 한반도문제와 관련된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처럼 최근 북중이 ‘밀착’하고 있는 이유는 양국 모두 상대방에 대한 전략적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은 대북제재로 인해 내부 경제난이 심각하고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를 회복하여 북미 협상에 대비한 자신들의 협상력을 높이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 중국 역시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갖고 있는 지정학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북중관계 강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확대하고자 한다.

 

내부 영향요인 중에서는 중국의 ‘국가정체성’ 변화가 양국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후 중국은 ‘강대국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특색의 대국외교’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주변국에 대한 공세적 대외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 국내에서 강하게 표출되고 있는 민족주의(애국주의) 정서의 강화 및 한국에서의 대중국 인식 악화 등은 양국의 사회문화교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한중관계 전망 및 정책 제언

 

글로벌·지역적 차원의 미중 전략경쟁이 장기화·복합화 추세를 보임에 따라 한국의 대외정책 뿐만 아니라 대중국 정책 추진에도 다양한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전략을 추진하고 역내 동맹국들과의 양자 및 다자 안보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고, 이에 대해 중국은 한국이 미중관계에서 좀 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갈수록 장기화됨에 따라 국제정치경제질서는 물론 한중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그동안 외교안보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외교정책을 더 이상 지속하기가 어려워졌다. 따라서 글로벌 전략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국제질서 변화에 대비한 새로운 대외전략 기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차원에서 한미동맹과 북핵·북한문제 등과 같은 외부 영향요인이 여전히 한국정부의 대중국정책 추진 및 한중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먼저, 한미 양국이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반발할 것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다루고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한국정부가 ‘한·미·일 공조 강화’와 ‘쿼드(QUAD) 단계적 가입’ 등과 같이 미국의 대중국 군사동맹 네크워크에 깊숙하게 개입할 경우에 중국으로부터의 유·무형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또한 소위 ‘북핵·북한문제’ 역시 향후에도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정책 추진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북미 협상이 정체되고 남북관계도 경색되어 있지만, 북중관계는 전략적 소통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중 협력은 당분간 진전을 거두기 쉽지 않다.

 

한중 양자관계 차원에서는 도전요인과 기회요인이 병존할 것이다. 먼저, 한국의 ‘선진국’으로의 국가정체성 변화는 양국 간 협력과 미래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도전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 10위 규모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고,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 지위로 올라서는 등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중 간 마찰이나 이견이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한국과 중국의 민간분야에서 촉발되고 있는 사회문화적 갈등 역시 양국관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한중 양국 모두 여전히 경제협력에 대한 모멘텀을 유지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협력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대중국 수출에 의존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지만,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이자 부품소재 시장으로 등극한 중국은 여전히 한국경제의 중요한 버팀목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한중 양국은 여전히 첨단기술 및 디지털 경제 등과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경제협력의 기회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교 30년을 맞이한 한중관계의 복잡성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고, 한국 신정부의 대중국정책 추진 환경 역시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하지만, 리스크 자체가 기회와 도전이 병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대내외적 영향요인을 잘 활용하고 대처한다면 도전요인도 기회요인으로 바꿀 수 있다.

 

첫째, 글로벌·지역적 차원의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 초래하는 지정학·지경학적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한국의 국가이익과 정체성을 찾는 노력을 통해 이를 대중국 정책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흥선진국’ 한국의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 증대에 부합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비전을 확립하고, 이를 위해 양자외교와 다자외교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가 한중 간 상호 존중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은 강대국이라는 국가정체성에 입각하여 한국에게 전략적 선택을 강요하거나 미중 사이에서 중립을 강력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한국 입장에서는 글로벌 차원의 보편적 이슈-가치, 규범, 제도, 인권, 민주주의 등-에 대한 일관된 원칙을 양자 및 다자외교 무대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천명할 필요가 있고, 우리와 비슷한 입장을 가진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반도 차원에서 한미동맹이나 북핵·북한문제 등과 같은 외부 영향요인이 한중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요인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한미관계는 ‘글로벌 중추국가 구축’이라는 국정기조 실현을 위한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지만, 한미동맹 우선 기조가 자칫 미국의 한국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요구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중국의 과도한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대응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북핵·북한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정상화를 우선시하는 정책기조 하에서 ‘새로운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한중 양자관계 차원에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한중 협력의 모멘텀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그동안 한중 협력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했던 상호 ‘정치적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한중 전략대화 채널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이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중 간 경제협력의 모멘텀은 지속할 필요가 있다. 즉,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미중 전략경쟁의 장기화 및 ‘진영화’ 추세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실익을 우선시하는 지역다자협력을 한국이 주도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한중 간 민간영역에서의 사회문화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문화적 갈등(위기) 발생시 이것이 정부 간 협력을 통해 해결 가능한지 등에 대한 초기 ‘정보 판단’이 중요하며, 위기관리 과정에서는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2-8월호 제41호](2022.8.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0
  • 기사입력 2022년08월04일 17시00분
  • 검색어 태그 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