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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오페라이야기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18세기 식 로멘틱 코미디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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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7월30일 17시05분

작성자

  • 이소영
  • 솔오페라단 단장,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수석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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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빌리아의 이발사는 18세기식의 로멘틱 코미디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희극 오페라다. 만능 재주꾼인 동네 이발사 피가로의 기지로 주인공 로지나와 알마비바 백작의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단순한 내용이다. 여주인공 로지나는 미모와 젊음, 부모가 남긴 막대한 유산까지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여자다. 이런 완벽녀를 노리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그녀의 후견인인 노의사 바르톨로다. 그는 로지나의 유산은 물론이고 젊고 예쁜 그녀를 부인으로 차지하려는 속셈까지 가진 속이 음흉한 인간이다. 

 

그런데 멀리 마드리드에서 돈 많고 매력 넘치는 젊은 백작이 놀러 왔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혹여라도 로지나가 그를 만날까봐 당황한 바르톨로는 그녀를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집 안에만 가둬둔다. 하지만 이미 알마비바 백작은 우연히 그녀를 보고 아침마다 그녀의 창문 아래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상황. 게다가 운이 좋았는지 알마비바 백작은 한때 자신의 하인이었던 이발사로 피가로를 만난다. 당시 이발사라는 직업은 단순히 이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네에서 일어나는 모든 궂은일을 해결해주는 만능 해결사였다. 피가로 역시 자신을 통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의기양양하다. 피가로의 계획대로 백작은 평민 린도르로 가장하여 로지나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두 사람은 후견인인 바르톨로 몰래 도망치려 하지만 쉽지 않다. 피가로는 로지나를 빼돌리기 위해 알마비바 백작을 한번은 술 취한 군인으로, 또 한 번은 음악선생으로 변장시켜 그녀의 집에 잠입시킨다. 하지만 계획은 번번히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그 와중에 그들의 계획을 눈치 챈 바르톨로는 급한 마음에 그날 저녁 당장 결혼을 하려고 서두른다. 공증인이 도착하고 바르톨로는 린도르가 가난한 학생이 아니고 당신을 백작의 첩으로 팔아넘기려는 나쁜 놈이라며 로지나를 회유한다. 알마비바 백작이 몰래 들어와 로지나에게 함께 떠나자고 하지만 이미 바르톨로에게 설득당한 그녀는 백작에게 나를 팔아넘기려는 남자와 어떻게 떠날 수 있냐며 단호히 거절한다.

 

알마비바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신분이 백작임을 밝히며 자신을 백작이라는 신분으로서가 아니고 그냥 나 자신 그 자체로서 사랑해 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그녀의 오해도 풀리고 백작은 로지나의 재산 전부를 바르톨로에게 주겠다며 그녀를 아내로 맞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청한다. 처음부터 그녀의 재산에 눈독을 들였던 바르톨로는 못이기는 척 그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피가로, 로지나 그리고 백작은 그들의 사랑과 승리에 환호한다.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에는 극의 요소, 요소에 재미와 위트가 가득하다. 그래서 오페라의 마니아는 물론이고 초심자들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오페라이다. 특히 마을의 이발사 피가로는 로지나와 알마비바 백작의 사랑을 연결해주는 매개이자 이 오페라에서 가장 중심적인 인물로 그의 아리아 “나는 이 동네의 제일가는 이발사”라는 노래만 들어도 저절로 흥이 나는 곡이다. 팔방미인 피가로는 인생사 힘들게 살았던 수많은 경력의 소유자인 작가 보마르셰 자신을 작품에 투영시킨 것이다. 백작의 핀잔에 “귀족들이란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우리를 돕는 거야”라고 응수하는 등 작품 곳곳에 그의 사상과 철학도 묻어 나온다. 웃음 뒤에 숨겨진 비수(匕首)라고 해야 할까...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후속 편에 해당하는 오페라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모짜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다. 내용을 보면 “피가로의 결혼”이 시리즈 2지만 발표 시기는 “피가로의 결혼”이 1786년에 먼저 발표되었고 뒤이어 1816년에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발표 되었다. 두 작품이 다 프랑스의 작가 보마르셰(Pierre Augustin Caron de Beaumarchais)의 희곡 “피가로 3부작”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가로 3부작은 “세빌리아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죄 많은 어머니”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두 번째 작품인 “피가로의 결혼”을 모짜르트가 먼저 오페라로 작곡하였고 롯시니가 30년 뒤에 스토리를 거슬러 올라가 첫 작품인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작곡하게 된 것이다. 

 

피가로가 사랑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서 로지나와 알마비바 백작이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까지가 “세빌리아의 이발사”이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권태기에 접어든 백작 부부의 에피소드가 바로 “피가로의 결혼”이다.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그들의 사랑도 결국 변하고 만다. 누군가 그랬지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고. 그토록 애절하게 그녀의 창 아래에서 세레나데를 부르던 그 사랑은 온데 간데 없고 하녀 수잔나에게 응큼한 마음을 품는 알마비바 백작. 하지만 그녀가 누군가? 바로 피가로의 약혼녀 아닌가? 피가로의 고군분투(孤軍奮鬪)가 아니었다면 언감생심 결혼은 꿈도 못 꾸었을 백작이건만 이제 뻔뻔스럽게도 초야권(初夜權)까지 들먹이며 피가로의 약혼녀인 수잔나를 넘본다. 보마르셰는 이런 백작의 뻔뻔스러움을 통해 귀족의 탐욕스러움과 비뚤어진 욕망을 마음껏 조롱하고 비난한다. 그 파장은 엄청났다. 결과적으로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으니 말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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