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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이 불안하다 - 외환보유고 구성이 문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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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7월21일 11시16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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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 외환보유액 규모가 너무 작다.

 

우리나라의 2022년 6월 현재 외환보유액은 4,383억 달러이다. 2021년 기준 명목GDP의 24.4%다. 세계 순위로 보면 9위쯤 된다. 이 정도면 탄탄하다고 할 수 있는가? 아니다. 탄탄한 나라들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예컨대 스위스 외환보유액은 명목GDP의 129.8%이고 싱가포르가 98.6%, 대만도 65.3%나 된다. 일본의 28.2% 보다도 낮다. 외환보유액 상위 10개국 중에서 명목GDP에 대한 비중은 한국이 인도보다 높을 뿐이다. 특히 대만, 홍콩, 사우디 아라비아, 스위스는 경제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작으면서도 우리보다 더 큰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다.    

 

명목GDP에 대한 외환보유액의 비율을 3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외환보유액은 6,000억 달러는 되어야 하고 40%로 올리려면 외환보유액은 8,000억 달러는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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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외환보유액이 높으면 환율이 안정된다.

 

명목 GDP에 대한 외환보유액 비중이 높은 대만이나 스위스 같은 나라들의 환율은 매우 안정적이다. 지난 6개월 동안 환율변동률은 스위스가 4.5% 대만 7.3%  싱가포르 3.1%, 그리고 사우디는 –0.1% 였다. 우리나라 원화보다 환율 변동률이 더 큰 나라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휩싸인 러시아(-30.5%)나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는 일본 18.7% 밖에 없다.   

 

<3>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환보유액의 운용 구조이다.

 

외환보유액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급박한 상황에서 가용할 수 없는 외화자산이라면 아무 쓸모가 없다. ‘가용할 수 없는 자산’이란 말은 장부상에만 존재할 뿐 동원할 수 없는 외화자산이다. 그런 자산이 있겠나 싶지만 실제로 있었다. 1997년 IMF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우리나라의 공식 외환보유액은 204.1억 달러였다. 하지만 국내은행 해외점포 예치금 113.3억 달러를 뺀 가용외환보유액은 88.7억 달러에 불과했다. 국내은행 해외예치금은 한국은행으로서는 외환보유액이었지만 대부분의 예치금이 부실자산으로 판명되면서 즉시 회수할 수 없는 자산이었던 것이다. 1988년 한국은행의 연차보고서에 이렇게 지적되어있다; 

 

    “ 外換保有額(외환보유액)은 10월까지 300억달러 내외 수준을 유지하였으나 

     11월 이후 국내금융기관에 대한 단기외화차입금 상환요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에 對外決濟 不足資金(대외결제 부족자금)을 지원하면서 빠르게 줄어들어 

     11월말에는 244억달러로, 12월말에는 204억달러로 각각 축소되었음.

 

     특히 외환보유액중 國內銀行 海外店鋪(국내은행 해외점포)에 대한 預置金(예치금)을 제외한 

     可用外換保有額(가용외환보유액)은 10월말 223억달러에서 11월말에는 73억 달러로 감소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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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IMF긴급 구제금융 규모가 160억 달러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국내은행 해외점포 예치금만 잘 관리했었어도 IMF위기를 예방 할 수 있었거나 혹은 IMF구제금융 규모를 훨씬 축소할 수 있었을 것이다.

 

<5> 2008년 금융위기도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가운데 발생했다.

 

외환정책 당국의 외환보유액 운용의 실패로 IMF외환위기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보면 2008년 금융위기도 다르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 외환보유액은 2,618억 달러로 명목GDP의 22.3%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본에 각각 300억 달러와 200억 달러 합해서 500억 달러의 중앙은행 통화스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긴급동원 능력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된다. 참고로 같은 금융위기 기간에 대만이나 인도나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이나 일본과의 통화스왑을 체결하지 않았다. 그만큼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으로 외환유동성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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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당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2000억 달러를 훨씬 상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본 및 중국 중앙은행과의 긴급유동성 스왑계약을 체결한 것은 전혀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긴급 동원이 가능한 현금성 예치금의 비중이 7%-8%에 불과하고 92% 이상을 국채, 공채 혹은 회사채 주식 형태로 보유하고 있었다는 심각한 문제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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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외환시장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외환보유액 운용방안 개선방향

 

첫째, 명목 GDP대비 외환보유액의 규모를 절대적으로 늘려야 한다. 현재의 24%에서 향후 20년 간 40%대로 상향시켜야 한다. 매년 약 1% 포인트 약 45억 달러 씩 증대시켜야 한다.

 

둘째, 긴급 동원이 가능한 예치금의 비중을 대폭 올려야 한다. 현재 5% 수준에서 최소한 30%, 금액으로는 2000억 달러 이상으로 올려줘야 한다. 그래야 ‘리저브’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도면 대만이나 스위스나 싱가포르처럼 스왑이 당장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자산 구성을 유가증권 중심에서 유동성 중심으로 옮겨가야 할 것이다. 특히 가격변동성이 큰 자산의 비중은 대폭 줄여야 하며 주식과 회사채의 경우에는 특별하고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외환보유액 구성 적격자산이 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정부채 및 정부기관채의 비중은 더 높여야 한다. 현재의 60%에서 70%까지로 확대 해야 한다. 

 

넷째, 달러 표시 자산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2021년 말 현재 달러표시 자산이 68%이고 기타 통화자산이 32%이다. 포트폴리오 구성상 표시통화를 다양화 할 필요도 있지만 지난 20여년간 달러의 역할이 커져 온 점을 볼 때 유로화나 혹은 일본 엔화 표시자산의 효용성은 점진적으로 추락해왔다. 따라서 당분간은 달러표시 자산 구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달러표시 자산의 비중이 80% 이상 되어도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다섯째, 외부 기관에 의한 위탁운용을 중단해야 한다. 2021년 현재 외환보유액의 약 23%, 금액규모로는 1,030억 달러를 외부 위탁기관에 의해 운용하고 있는데 이것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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