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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오페라 이야기<8>시대를 앞서간 오페라 “다 폰테 3부작”;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여자는 다 그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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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6월04일 16시50분

작성자

  • 이소영
  • 솔오페라단 단장,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수석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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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짜르트의 오페라 하면 어떤 작품이 떠오를까? 단연 “마술피리”와 함께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그리고 “여자는 다 그래”가 떠오를 것이다. 모짜르트가 활동할 당시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영향력이 워낙 크고 오페라 작곡가들이 이탈리아의 극장주들에게 휘둘리던 때라 대부분의 오페라가 이탈리아어로 작곡되었다. “마술피리”는 그가 12세 때 작곡한 오페라 “바시티안과 바스티엔느", 빈 초기시절의 ”후궁으로부터의 도피“ 등 몇몇 작품과 더불어 정말 드물게 독일어로 작곡된 오페라이다. 

 

이에 비하여 소위 다 폰테 3부작이라는 묶음 패키지로 불리는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여자는 다 그래”는 이탈리아어로 작곡된 작품이다. 이 세 작품은 이탈리아어로 쓰여 졌다는 것 이외에도 모두 이탈리아 대본가 로렌초 다 폰테 한 사람의 대본에 의해 쓰여 졌으며 세 작품 다 성(性)을 소재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피가로의 결혼”은 중세 유럽에서 영주가 자신의 영지 내에서 결혼하는 신부와 첫날밤을 보내는 권리인 초야권(初夜權)을 다루는데 사실상 이러한 권리가 실제로는 그다지 많이 행해지지 않았으며 이 시대에도 이미 법적으로 금지된 관습이었다고 한다. 지금의 사회적 상식과 규범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봉건영주들의 성 착취 관습을 다 폰테는 귀족의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다. 

바람둥이 백작이 초야권을 무기로 하녀 수잔나에게 작업을 걸지만 백작부인과 함께 교묘하게 백작을 따돌리는 하층민의 지혜가 해학적으로 그려지지만 사실상 그 안에는 귀족계급에 대한 시민계급의 불만과 신분사회에 대한 도전이 담겨져 있다. 

 

이 작품의 소재가 된  보마르셰(Pierre Augustin Caron de Beaumarchais)의 3부작 희극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죄 지은 어머니 중 제2부” 중 두 번 째 작품인 “피가로의 결혼”은 루소, 볼테르의 저술과 함께 프랑스 대혁명을 부른 세 작품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돈 조반니” 역시 14세기에 실존한 전설적인 호색가, 돈 후안의 문란한 생활이 소재이다. 대본가 다 폰테는 에스파냐 극작가 티르소 데 몰리나가 쓴 “세비야의 바람둥이와 석상(石像) 손님”을 소재로 “돈 조반니”의 대본을 썼다. 주인공 돈 조반니는 여성들을 유혹하는 것도 모자라 잠자리를 함께 한 여성들의 특징을 수첩에 기록하는 기벽도 있었다. 

 

오페라에서 하인 레포렐로의 유명한 아리아 “카탈로그의 노래”에는 그가 그동안 유혹했던 여자들의 명단이 나오는데 지역별, 출신별, 연령별, 외모별로 잘 정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는 무려 이탈리아에서 640명, 독일에서 231명, 프랑스에서 100명, 터키에서 91명을 스페인에서는 무려 1003명의 여성을 유혹했다. 

 

전 유럽을 무대로 활동한 희대의 바람둥이 “돈 조반니”는 모짜르트와 다 폰테라는 두 사람의 천재에 의하여 오페라로 탄생되었다. 갖은 악행을 일삼은 돈 조반니에 대한 반성의 요구가 극 전반에서 흘러나오지만 정작 그는 이런 조롱과 비난들을 비웃는다. 결국 그는 지옥 불에 떨어진다는 권선징악의 결론에 도달하지만 정작 돈 조반니를 통해 모짜르트와 다 폰테는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속박으로 부터 끝까지 자유인이고 싶었던 자신의 의지를 주인공을 통해 드러냈는지도 모르겠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코지 판 투테”는 “여자는 다 그래”라고 번역된다. 이 작품은 앞의 두 작품과 달리 원작이 없으며 다 폰테가 직접 대본을 썼다. 자신들의 약혼자들의 순결과 신실함에 대하여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두 귀족 청년에게 나이 지긋한 철학자 돈 알퐁소는 “살아봐, 여자는 다 똑같아”라고 말한다. 결국 두 청년은 돈 알퐁소와 내기를 하고 두 커플은 서로 커플을 바꾸어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진실한 사랑과 정절을 시험한다.

 

 요즘 말하면 소위 커플 스와핑 설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설정이 당시에 희극 오페라의 소재로 꽤 유행했었는지 모차르트 18세일 때 작곡한 “가짜 여정원사(La Finta giardiniera)”에서 이미 유사한 설정을 사용하였으며 안토니오 살리에리(Antonio Salieri) 역시 오페라 “질투의 학교(La Scuola de’gelosi)”에 같은 설정을 사용하였다. 

 

요즘에 와서 오페라 “코지 판 투테” 가 다시 각광받고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은 풍기문란한 내용을 다뤘다는 이유로 150년 동안이나 공연되지 않았다. 

 

모짜르트의 오페라 “다 폰테 3부작”은 이미 11세에 첫 오페라를 작곡하고 35년 생애에 22편의 오페라를 작곡했었던 천재 작곡가 모짜르트와 시대의 풍운아 다 폰테가 있었기에 탄생되었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이 작품들을 작곡가인 모짜르트 3부작이라 부르지 않고 모두 폰테 3부작이라 부른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다음 편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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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시인이자 극작가 로렌초 다 폰테(Lorenzo da Ponte 1749-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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