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 <5> 사이버안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본 향후 한국 사이버 심리전 전략 > News Insight

러시아의 불법 침략에 의해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지속되면서 양측의 치열한 사이버전도 격화되고 있다. 예상대로 러시아는 개전 전후로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사이버 네트워크 공격을 개시해 우크라이나의 지휘통신망을 교란하려고 시도했다. 개전 후 우크라이나의 통신망을 공격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중국도 러시아를 도와 우크라이나에 사이버 공격을 시도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양측의 치열한 전과 과시를 통한 동정 여론 조성을 노린 사이버 홍보 경쟁과 선전·선동이다.

지금까지 모든 전쟁에서 전과 홍보는 국민의 단합과 주변국의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여 국가의 전쟁 노력을 제고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수단의 심리전 공격이 동원된다. 우선 교전국을 악마(惡魔) 집단으로 만들어 국민의 적개심을 고조하는 흑색선전(propaganda)이다. 각종 현실을 지속해서 왜곡하고 적군과 교전국 국민을 인간이 아닌 짐승으로 또는 징벌 대상인 죄인으로 비하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은 병사에게 교전 대상인 일본인을 큰 뻐드렁니를 가진 ‘생쥐’라고 하며 밟아 죽여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게 했다.

다음은 성공적인 전과 달성을 위해 군사 활동이나 작전 계획을 왜곡하거나 숨기고 선전·선동과 여론 조작을 위한 가짜뉴스(fake news) 배포다. 손자병법에서도 강조한 싸우지 않고 적을 제압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다. 나의 의도를 왜곡하여 상대방을 속이며 적의 전의를 꺾고 아군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은 첨단 무기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과 독일은 심리전 방송으로 병사의 향수병을 자극하여 무기력한 울보를 만들었다. 심지어 전선에 울려 퍼진 고향 노래를 듣고 항복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국전쟁 때는 성공적인 인천상륙작전 수행을 위해 장사 등지에서 기만 상륙공격을 실시하였다. 나의 의도를 숨기기 위한 심리전의 일환이다.

우크라이나의 절박한 선전·선동 공세

우크라이나는 CNN 등 전 세계 각종 방송 매체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전쟁 소식을 빠르게 전파하고 필요에 따라 가짜뉴스를 배포하는 선전·선동도 서슴지 않았다. 국익을 위해 그리고 국제사회의 동정 여론 조성과 지지 확보를 위해 허위 사실도 재포장하여 우크라이나를 빛나게 했다. 때로는 전과를 과장하여 자국민의 통합과 저항 의지를 강화했다.

예를 들어 개전 당시 우크라이나 해역 ‘뱀섬(Snake Island)’에 배치된 방어 부대가 러시아의 항복 종용 방송에 대고 상소리로 저주하며 끝까지 저항하다 전멸했다는 소식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전 세계인의 동정과 러시아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였다. 또 ‘키이우의 유령’이란 별명을 가진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열악한 환경에서 러시아 전투기 6대 이상을 격추했다는 소식도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뱀섬’에서 전멸했다는 병사들은 생존하여 러시아군의 포로가 되었고 ‘키이우의 유령’이라는 조종사의 존재도 허구에 가깝다고 알려졌다.

또한 우크라이나 피난민이 겪는 비극적인 상황, 러시아의 불법적이고 야만적인 행위 및 민간인 살상 등의 뉴스를 쉴 틈 없이 전파하여 국제사회의 공분을 자극하였다. 최근 부차(Bucha)라는 소도시에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강간과 살해 사례가 확인되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신 독일 나치가 6백만 명의 유대인을 대량 살상했던 인종청소(genocide)와 비교하며 범세계적인 러시아 규탄 분위기를 조성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하고 종전 후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 전범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강조하였다. 전범 국가로 낙인찍힌 러시아는 종전 이후에도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대우받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의 성공적인 심리전 활동과 동정 여론 확산

매우 영리하고 효과적인 우크라이나의 동정 여론 조성 노력으로 국제사회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는 국가는 나쁜 나라이며 러시아와 관계를 끊지 않는다면 전범을 지원하는 부역국이라는 인식을 확산하였다. 개전 초기부터 미국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했고 러시아의 만행이 알려질수록 지원 국가의 숫자와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었다. 개전 초기에는 러시아를 크게 자극하지 않을 대전차 화기, 휴대용 대공 미사일, 피복 등 방어용 장비를 지원했지만, 최근에는 전차와 장갑차, 대함미사일 등 공격무기가 공급되고 있다. 4월 14일 격침된 러시아의 흑해함대 기함인 순양함 ‘모스크바’호가 영국이 공급한 대함미사일 공격을 받지 않았느냐는 루머도 SNS에서 잠시 확산되었다. 러시아 수도의 이름을 가진 대형 순양함이 허무하게 격침된 후 러시아의 위상이 더욱 흔들렸다.

이는 이미 전장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를 자극하여 화학무기,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사용까지 고려하게 하는 도발적인 행동이다. 대부분의 재래식 전력이 상실된 후 국가의 체면과 정권 사수를 위해 궁지에 몰린 독재자는 핵무기 사용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도 할 수 있다. 과거 사담 후세인이나 카다피, 이디 이민 같은 독재자도 자국민에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사용과 제노사이드 급 만행을 저지른 사례가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절대 선(善)’이고 러시아는 ‘절대 악(惡)’이 된 상황에서 러시아를 굴복시키는 것은 이제 국제사회가 꼭 해야 하는 정의로운 행위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2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의용병으로 자원하여 우크라이나 ‘외국인 군단(Foreign Legion)’에 입대한 것도 이런 사례 중 하나다. 한국인도 여러 명 참전했다.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많은 범이슬람권 출신 의용병이 ‘무자헤딘’ 전사로 ‘지하드(聖戰)’에 참전하여 소련을 굴복시킨 사례와 비교할 수 있다. 주로 러시아 출신 전역 군인이 생계 문제 해결 때문에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인 바그너그룹(Wagner Group) 용병으로 돈바스, 시리아전쟁 등에 참전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적어도 이들 외국인 의용병은 러시아를 상대로 성전을 치르고 있다. 이런 국제사회 구성원의 비조직적이며 자발적인 집단행동은 우크라이나의 효과적인 심리전과 홍보 노력의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는 절박하였다. 국가총동원령을 발령하여 만 18세에서 60까지 성인 남자 전원 출국 금지하고 민간인으로 구성된 지역 방위군을 결성하여 정규군인 러시아군에 대항하게 했다. 많은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는 어려운 결정이었다. 국제사회는 막강한 전력을 가진 러시아의 빠른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불리하지만은 않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와 수도 키이우 주변 지역에서 철수하고 제한적이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반격도 시작되었다.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지 없이 이런 반전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우크라이나의 패전하지 않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우크라이나의 성공적인 ‘악에 대항하는 전사’ 이미지 메이킹과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 홍보 노력과 심리전이 빛을 발했다.

이번 전쟁의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유사시 효과적으로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 행동을 결집하여 일사불란하게 국론 및 국민 통합을 이루는 것이 위기 극복의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만약 한국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 처한다면 과연 우크라이나와 같은 수준의 국민 단합을 이루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향후 한국의 사이버 심리전 전개 방향과 전략

최근 한국은 심리전이라는 용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5년간 좌파 정부가 친북 정책을 추진하고, 국정원 등 안보 관련 기관의 기능을 조정하며,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국민 여론을 우호적으로 유지하려고 시도했다. 어느 정도 성공했다. 사실 정책 홍보라고 하지만 모든 홍보·선전·선동 활동은 크게 심리전 범주에 속한다. 최근에는 정권 업적 홍보를 위한 심리전이 확대되었지만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한 심리전은 무시되었다.

반면 북한과 중국 등은 다양한 수단의 심리전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이나 중국은 선전·선동과 심리전으로 한국 사회의 국론분열과 상호 반목을 조성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예를 들어 중국은 우마오당(五毛黨)이라는 중국 공산당의 인터넷 여론 조작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인터넷평론원’으로 불리는데 2007년 후진타오 주석 시절 출범했다. 우마오당은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활동하며 각종 여론을 조작·왜곡하고 정치에 개입한다. 2021년 한국 4월 총선에서 중국 댓글부대가 여론조작을 시도했다고 의심받기도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한국은 선전·선동에 취약하다. 따라서 한국은 사이버 기반 선전·선동과 심리전의 파괴력에 대응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일단 방어적 사이버 심리전 태세 구축이다. 이번 사태로 사이버 및 통신보안의 중요성이 다시 확인되었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장성이 8명이나 전사하는 이변이 있었는데 대부분 통신이 감청되거나 인터넷에서 지휘 본부 위치가 노출되어 발생한 문제다. 심지어 러시아군 지휘부는 개전 당시 보안 때문에 러시아군 개인 휴대폰을 다 압수했는데 러시아군 장병이 우크라이나 주민 핸드폰을 획득한 후 몰래 사용하다가 위치가 노출되어 사살 당한 경우도 발생했다. 현재 핸드폰 사용이 자유로운 한국군에게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비해 비록 논란이 있겠지만 필요시 지역별로 인터넷과 휴대폰 망을 일시 차단하는 정책을 고려해 볼만하다.

또한 우크라이나 방식의 공격적인 가짜뉴스 배포에 대응하는 전담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 군과 국민의 사기와 전의 유지가 달린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가짜뉴스 전문 대응팀이 필요하다. 각종 언어로 전 세계 SNS 및 레딧(Reddit) 등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신속 대응하여 적국의 거짓 정보를 차단해야 효과적인 전쟁 수행이 가능하다.

다음은 공세적 사이버 심리전 태세 확립이다. 우크라이나는 사이버 심리전을 조직적이고 공세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인터넷이 두절된 곳에서는 미국 스타링크(Starlink)사가 제공한 위성 인터넷을 사용하며 전 세계 방송매체 및 SNS에 우크라이나 관련 유리한 뉴스를 끊임없이 배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까지 전면에 나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심리전과 선전·선동에는 ‘골리앗’에게 맞서는 ‘다윗’ 같은 신화적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있다. 이런 신화 창조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주는 감동은 생각보다 크다. 헐리우드 영화사의 슈퍼히어로(super hero) 스토리와 유사한 구성이다. 이런 감동과 남의 불행을 몰래 즐기는 사람들의 ‘관음증(voyeuristic)’적 감성을 자극하여 동정을 유도하는 시도는 매우 효과적이다.

국제 해커 단체인 아너니머스(Anonymous)가 러시아 네트워크를 공격하여 다양한 정보를 유출하는 등 일부 사이버 공격 성공 사례가 밝혀졌다. 이 중 흥미로는 사례는 어나니머스가 이번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장교와 장병의 인적 사항을 공개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마음만 먹으면 이들 가족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심리전 전개도 가능하다.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한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국민의 의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우크라이나의 승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인의 마음과 동정을 얻었다. 전후에도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에게 계속 우호적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강력한 잠재 적국에 포위된 한국에 미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물리적 군사력 이외 무엇이 필요한가 교훈을 주는 좋은 사례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