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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분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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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4월07일 1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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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남자(20대 남자)가 국민의힘을 지지하였다. 지난 총선 당시에는 민주당을 지지했던 이남자가 국민의힘을 선택한 비율이 전통적 보수층인 60대를 넘어선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3월 9일 출구조사 결과에서 20대 이하 남성의 58.7%는 윤석열 당선인에게 투표하였다. 같은 연령층의 여성 유권자 33.8%가 윤 당선인을 선택한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이다. 또한 30대 남성의 52.8%도 윤 당선인을 지지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앞선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2030세대 남성을 중심으로 정권 교체 바람이 강하게 일었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젊은 남성들이 젠더, 일자리, 부동산 등의 정책에 있어, 현 정부에 대한 실망의 반작용으로 윤 당선인을 선택한 것으로 생각된다. 현 정부 들어서 가장 소외되고 무시당했다고 인식해 온 이남자의 마음이 표심으로 드러난 것이다. 과거, 촛불 집회 등 진보진영에 지지를 보냈던 이들이 보수정당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 

이남자의 선택은 이제 기존의 전통적인 진보, 보수의 대결구도를 탈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대에겐 정치적으로 전통적인 진보와 보수의 가치에 대한 선택이 아니라, 정의로운지 공정한 것인지의 여부가 중요한 가치판단의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자치단체장들이 성추행을 저지르고, 또한 그로 인한 보궐선거에 당헌까지 바꿔서 후보를 내는 것은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못하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이 남자는 정치적 이념보다는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가 선택의 기준이었고, 그로 인해 민주당을 심판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20대 남성들을 움직인 것은 공정, 정의, 젠더 이슈에서 비롯된 분노의 에너지이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입시부정 의혹과 LH 임직원 비리를 보며 현 정부가 외치던 공정성이 무너졌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태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를 보며 정의가 사라졌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20대는 우리 역사상 이제껏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정체성과 생각을 가진 세대로 등장하고 있다. 과거의 대한민국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그 세대들의 뚜렷한 시대정신이 있었다. 그런데 저출산 위기, 취업난, 빈부격차, 남북문제 등 다양한 시대적 과제가 존재하는 현시점에서 우리의 20대들은 뚜렷한 시대정신을 공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가를 위해 개인의 희생이 정당화될 수 있었던 과거의 집단주의적 가치관은 이제 소멸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20대의 가치관은 이미 보편화 된 개인주의에 기반하고 있으며, 자신들을 어떤 세대로 규정하는 것조차 어려운 사회를 살아 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을 어떤 세대로 생각하느냐의 문제와는 별개로 무엇에 분노하는지는 명확하다. 그것은 바로 공정성의 상실인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청년세대는 미래에 희망을 품기 어렵다고들 말한다. 현재의 정부로 정권이 바뀌었어도 변하지 않는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 살인적인 주거문제, 그리고 실업률은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청년 일자리 예산은 축소되었고, 경제 민주화나 토지 정의를 향한 민주당의 공약은 사라졌다. 이남자가 이 정부를 지지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 아닌가? 향후 5년을 책임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려는 시점이다. 분명한 것은 어떤 정당이든 이남자가 추구하는 실용적 행복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언제든 이남자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제 대통령 당선인과 정치권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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