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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카르텔 해체로 성장동력 회복하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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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3월27일 17시10분

작성자

  • 김광두
  •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GFIN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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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현재 국내적으로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국제 경제 질서의 지각 변동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과다 부채, 양극화 심화, 좋은 일자리 감소, 성장동력 약화, 정치적 포퓰리즘의 팽배 등의 어려움이, 대외적으로는 다자주의 퇴조와 글로벌 공급망의 재구성, 기술선진국들의 기술 패권주의 심화, 기후변화 대응 시대로의 진입, 디지털 플랫폼 경제로의 빠른 변환, 우크라이나 사태와 그 후유증 등 기존 질서의 재편과 돌발적 상황이 한국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구조적 취약성과 외부에서 불어오는 쓰나미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자원도 거의 소진된 상태다. 재정정책 수단과 금융정책 수단을 유의미하게 활용할 여지가 매우 축소된 상태다. 

 

한국은 현재 부채 공화국이다.

민간, 기업, 정부 모두 과다 부채를 안고 있다.

국가 총부채(국가+기업+가계)는  2021년에 GDP 대비 30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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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금융부채는 2020년 4분기에 2051.8조 원이었으나 2021년 3분기에는 2211.1조 원으로 증가했다. 2021년 증가 속도( 11% 수준)가 2020년(7% 수준)보다 높다.

 

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빨라 가계부채 대비 가처분 소득 비율은 2014년의 132.3%에서 2020년에는 169%로 증대됐다. 증가 속도로 보아 2021년엔 더 높은 비율로 악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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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부채의 증가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 2018년에 5.25% 증가했으나 2020년에는 7.62%로 높아졌고, 2021년 9월 말 현재 3분기 동안 5.6%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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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할 부문이 자영업자 대출이다. 2021년 9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87.6조이다. 이들의 대출 잔액 증가율은 가계, 기업의 부채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2017년에 14.4%였던 자영업자 대출 잔액 증가율은 2020년에는 21%로 높아졌다. 2021년에도 그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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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 또한 꾸준히 증가해왔다. 2020년 현재 일반정부 부채(D2)는 945.1조이다. 이는 GDP 대비 48.9%이다. 국가 간 비교를 할 때, 흔히 이 수치가 비교된다. 그러나 한국의 공기업이 갖는 의미는 다른 OECD 국가들과 다르다. 한국의 공기업들은 국가정책을 집행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그로 인한 적자를 부채로 떠안는다. 수자원 공사가 이명박 정부때 4대강 사업의 상당한 부담을 맡았고, 한전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자력 정책의 부담을 일부 안았다.

 

때문에 공기업 부채를 포함하는 공공부문 부채를 중요한 기준치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부문 부채(D3)는 2020년 현재 1,280조였다. 이것은 GDP대비 66.2%이다.

 

우리는 국가채무비율을 논의할 때, 적정 국가채무 비율과 한계 국가채무 비율을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한계 국가채무비율은 그 수준을 넘어서면 국가부도의 위험성이 있다는 개념이고 적정 국가채무 비율은 그 수준을 넘어서면 국민 후생이 감소한다는 개념이다.

 

우리가 D3 개념으로 국가채무를 본다면 한국의 국가채무는 적정수준을 초과했다. 63%를 적정수준으로 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금융 상황은 어떤가?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연 1.25%이다. 2019년 1.75%에서 코로나 극복을 위해 0.5%까지 낮추었으나 국제금융 시장 동향과 국내 물가 동향을 고려해서 일부 상향 조정한 결과이다. 미국 금리의 인상이 예고되어 있고, 국내외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하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2022년 1월 현재 M2는 3,653.4조 원이다. 이는 2020년 연간 3,070.8조 원의 M2에 비해 582.6조 원 증가한 액수이다. 코로나 극복의 과정에서 통화량(M2)은 꾸준히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것이 부동산 가격 폭등과 증권시장 호황의 한 요인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을 선두로 빠르면 5월부터 통화량 환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생필품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내외적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도 통화 환수의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기업, 개인 부채의 과도한 누적과 위기 극복 과정에서 풀려 나온 과다한 통화량(금융 불균형)으로 흔히 사용하는 재정·금융 수단을 동원하여 경제의 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는 국제경제 환경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2차대전 이래 유지되어온 다자주의 국제 무역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의 유행과 미·중 간의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재구성이 진행되고 있다. 기술 선진국들의 기술 패권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현상도 한국과 같은 기술 후발국의 입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요구가 전 세계적 과제로 떠오른 것도 한국에 큰 부담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탄소 배출을 상대적으로 많이 하는 나라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주요 원자재의 공급이 불안하다. 이런 변화들이 모두 한국경제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다.

 

국내적으로 부실징후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부실징후 산업군에 속하는 기업과 부실 징후 기업군에 속하는 기업들은 증가하고, 양호산업군에 속하는 기업들은 감소하고 있다. 이들 중 저금리와 코로나19 극복지원으로 생존하고 있는 기업들은 금융 정상화와 코로나19 지원이 중단되면 생존을 위협 받을 수 있다. 이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부동산, 증권 등 자산 가격 상승과 좋은 일자리 감소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어 사회적 분열과 갈등의 골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일자리는 대부분이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60대 이상에게 주어지고 있다.

 

이런 외부적 지각 변동과 내부 구조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는 뭘까? 성장동력의 회복으로 개인소득과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기업 매출과 정부의 세원을 증대해야 한다. 과다 부채와 금융 불균형으로 재정 금융 정책 수단은 거의 고갈 상태이기 때문에 이제는 제도적 접근을 통하여 성장동력의 회복·강화를 촉진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대적 국면이다.

 

한국경제는 60년대 이후 1900년대까지 평균치(표준화된) 생산기술의 Fast follower 전략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한국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선진 기술국들의 기술 패권주의 심화로 이 모방 전략은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2000년대 들어와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의 기술 경쟁력 강화로 성장을 유지해 왔으나, AI, 소프트웨어, 빅 데이터, 바이오 등의 부문에서 기술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미래 먹거리가 불안한 상태다. 이제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선도적 혁신 국가(Leading Innovator)로 도약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산업경쟁력 약화로 지속적 성장은 어렵게 된다.

 

선도적 기술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경제질서의 유연성과 공정성 제고로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여 민간의 혁신 투자 활동이 역동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장애물이 있다. 

 

기존 거래와 기존 기술을 바탕으로 형성된 규칙과 관행,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가 이 장애물이다. 이 규칙과 관행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정되고 형성된 과거 지향적 구조와 내용으로 구성된다. 이 인적 네트워크도 과거의 거래관계에서 구성된 것이다. 때문에 이 기존 제도는 미래를 향하여 새롭게 등장한 신기술에는 맞지 않는 옷이다. 또한 이 인적 네트워크는 기술혁신이 초래할 기존 산업 지도의 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자기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은 저항한다.

 

기존 규칙과 관행을 근거로 인적 네트워크가 암묵적 담합으로 구성한 기득권 카르텔이 혁신과 변화의 장애물이다. 이 카르텔은 부정·부패의 잠재성도 내포한다. 인적 네트워크와 규칙·관행의 상호 접합(接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카르텔은 그들의 사익 추구를 위해서 혁신 제품의 신규 시장 진입을 막고,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며, 부실·사양 기업의 자유로운 퇴출을 지연 시킨다.

 

이러한 카르텔의 성행(盛行)으로 경직성과 불공정성이 경제질서에 내재화되면, 내외적 질서와 구조 급변으로 기업과 산업의 적절한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도 혁신을 통한 역동적 변화가 어려워진다. 

 

중세에 성행했던 유럽의 길드(GUILD)는 바로 이런 종류의 기득권 카르텔이었다. 그들은 군주나 영주가 발행한 특허장( 요즈음의 규칙과 제도와 유사)을 근거로 형성되어 수공업이나 유통업을 독점적으로 영위했다. GUILD의 회원이 아닌 사람은 동일 상품을 생산하지도 거래하지도 못했다. GUILD 회원이 되기도 매우 어려웠다.

 

GUILD의 이런 독점권과 폐쇄적 집단이익 추구 행위 제거(除去)가 기술혁신이 선도한 영국 산업혁명 성공의 한 요인이었다.

 

성장동력이 강화되려면 혁신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하고, 혁 신생태계는 공정하고 유연한 경제질서의 토양 위에서 가능하다. 

 

그런데 기득권 카르텔이 이런 토양의 조성을 훼손한다. 따라서 기득권 카르텔의 활동 기반을 제거해야 한다. 신기술 제품의 시장 진입장벽 관련 규제와 관련 정부 조직, 불공정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유통 채널과 거래 관행, 자발적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채권 금융회사들의 단기 업적 주의와 감사원의 사후적 감사·문책 기준, 그리고 산업·기업구조조정을 둘러싼 정치권과 노조를 비롯한 각종 이해관계 단체 등의 개입 개연성에 대한 현황 조사와 제도적 개혁이 요구된다.

 

이런 관점에서 특허청, 식약처, 질병관리청, 중소벤처기업부 등 신기술의 인증과 인·허가 관련 정부 기관들의 업무 전문성과 업무 자세에 대한 점검과 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유통 시장의 공정 거래를 담당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신기술 제품 유통에 대한 전문성 제고도 요구된다. 산업구조조정의 진행과 추진에 있어서 시장원리의 작동을 방해하는 현행 관행·규칙과 제도적 장치의 개선과 보완도 모색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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