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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의 도박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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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1월22일 15시30분

작성자

  • 김광두
  •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GFIN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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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으로 확진자 수가 급속히 증가할 기미를 보이자 기존 방역체계를 개편한다고 한다.
그 핵심은 PCR 검사 대상을 축소하고, 그 대신 신속 항원 검사나 자가검사 키트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검사 대상의 급속 증대로 PCR 검사 능력이 한계에 부딛혔기 때문이라 본다. 의심 증상이 있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된 사람들에 대해서 모두 PCR 검사를 할 수 있는 설비나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선 신속 항원 검사나 자가검사 키트로 간이 테스트를 해보고, 그 결과 양성으로 나오면 PCR 검사를 함으로서 PCR 검사 대상자 수를 제한하여 기존 PCR 검사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뜻이다.
 방역 당국의 입장이 안타깝다. 더 완벽하게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이런 고육지책을 택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선택이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섣불리 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를 바꿨다가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했던 경험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우리가 산에 오를 때 위험한 구간에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걷기를 한다.
그러나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하산 길 기슭에서는 방심을 한다. 등산 사고는 하산 길에서 더 빈번하다. 

신속 항원 검사나 자가 진단 키트로 검사해서 음성으로 판별된 사람의 행태는 하산 길의 등산객 마음처럼 안심 모드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신속 항원 검사나 자가 검사 키트의 검사 정확도는 얼마나 될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민감도이다. 민감도란 양성을 잡아내는 정확도다.만약 100%라면 코로나 바이러스 보균자를 모두 가려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50%라면 100명의 보균자를 검사해서 50명만 가려내고 나머지 50명은 양성 환자임에도 음성으로 판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유럽연합에서는 신속 항원 검사나 자가 진단 키트의 경우 민감도가 90% 이상의 테스트를 할 것을 권하고, 자가진단 키트들에 민감도 수치가 표시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속 항원 검사나 자가진단 키트의 민감도는 매우 낮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신속 항원 검사의 민감도를 50% 수준으로 평가했다. 자가검사 키트의 민감도는 이 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4월 26일 정은경 질병청장은 자가진단 키트는 위음성 가능성(양성인데 음성으로 판별) 때문에 섬 지역 등에 도입을 검토한다고 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자가진단 키트 활용 제안도 동일한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감도 50%, 또는 그 이하인 신속 항원 키트나 자가검사 키트의 폭넓은 활용을 내세운 질병청의 새로운 방역체계는 이런 관점에서 도박에 가깝다.

100명이 코로나19 검사를 신속 항원·자가검사 키트로 할 경우, 그중 10명이 코로나 바이러스 보균자라면, 5명이 양성인데도 음성으로 판별되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1일 오전 민주당 오미크론 확산 비상 대응 위기대응특별위원회 긴급점검회의에서 제시한 디지털 방역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공유된 여주시의 “과학 방역”과 이광재의원의 “디지털 방역으로의 대전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여주시가 활용한 RT-QPCR 기술의 현장 신속 PCR 방식을 그의 “디지털 방역”에 포함했다고 한다. 이 기술은 질병청의 신속 PCR 검사 범위에 들어있는 LAMP PCR 과는 다르다. LAMP PCR은 정확도가 좀 낮다. 여주시의 RT-QPCR은 정확도가 현행 선별진료소의 PCR보다 높고 속도는 10배 이상 빠르다.

이런 접근은 기존 기술과 현행 제도를 뛰어넘어 새로운 기술의 과감한 도입과 기존 제도의 유연한 운용을 강조한 것으로 공감이 간다. 기존 진단 검사 시스템의 능력 한계는 신기술 도입으로 극복할 수 있다.

 검사 속도를 기존 10시간에서 1시간으로 단축하면 검사 능력이 10배로 증대되고, 현행 집합검사(Pooling Test)가 가능한 수를 신기술로 2배로 늘리면 검사 능력은 또 2배로 늘어난다. 현행 검사 능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 기술이 있고, 그 유효성과 정확성이 여주시에서 18만 명의 검사를 통해서 입증된 바 있다.

현행 제도에서 이런 신기술의 현장 도입을 막고 있는 것들을 제거하면 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질병청의 진단 검사 수탁기관제도의 제한적 경직적 운용과, 수탁비 배분이라는 수단을 통한 이들 기관들의 자유로운 선택 제한이라고 본다. 이런 질병청의 경직성 때문에 지자체가 창의적으로 신속한 방역 대책을 집행할 수 없다.

지금 우리 국민은, 특히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번 질병청의 새로운 방역체계는 고육지책으로 이해되지만 매우 위험한 발상이 내포되어 있다. 시야를 좀 더 멀리, 그리고 더 넓게 확장해 주었으면 한다.

질병청이 관료조직으로서의 타성과 관행으로 부터 벗어나 신기술의 진입 장벽을 제거해주고 능동적인 자세로 “디지털 방역” “과학적 방역”으로 전환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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