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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의 사회적 비용을 합리화해야 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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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1월26일 1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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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가히 배달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생수 몇 병, 두루마리 화장지 몇 개도 집에 앉아 당당히 받을 수 있다. 세상에 이런 나라는 없지 싶다. 로켓배송이라고 불을 질러 금액, 긴박성, 상품의 신선도, 고객의 충성도 등의 구분 없이 무조건 즉시 배송한다.

 

그러니 택배기사는 노동 강도를 못 견디겠다 하고, 그 바람에 사망에 이르는 재해도 발생한다 하고, 온라인 유통업체는 온갖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내의 모든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미래의 유망 업종으로 인정되어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받아 회사 가치를 아주 높게 평가 받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태로 얼마나 더 지속 가능할 지는 두고 봐야 한다.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중국집 철가방이 배달의 원조 격이다. 집에 앉아서 받는데 아주 익숙해져 있다. 한강변에 앉아서 전화 한 통으로 주문해 받지 못할 음식이 없을 정도이다. 한 치킨업체가 상하이에 진출하면서 다른 업체들처럼 번화한 거리에 큰 매장을 차리고 고객을 받는 것이 아니라 뒷골목에 작은 매장을 두고 오토바이로 배달해 성공을 거둔 건 유명한 마케팅 성공 사례이다.   

 

고객에게 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고객에게 비용이든 노동이든 부담하게 하여야 한다. 긴급〮직접 배송을 위해서는 비용을 더 부담케 하던지 유료 프리미엄 회원으로 등록하게 해야 한다. 무조건 로켓 배송이 아니라 고객이 시급성, 상품의 종류 등을 판단하여 배송시간을 지정하게 해야 한다.

 

고객도 택배기사에게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직접 픽업하는 수고를 담당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이 대표적이다. 온라인이나 전화로 상품이나 음식을 주문한 후에 지정된 가로변에서 차를 탄 상태로 수령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홀후드에서는 고객 주차장에 픽업 구역을 정해 놓고, 고객이 도착해 주차장 번호와 함께 체크인하면 차에 앉아 물건을 받을 수 있다.

 

뷔페식당도 고객이 음식을 서비스하는 노동을 직접 담당해 비용을 낮춘 사례이다.

규모가 큰 식당에서 종업원이 테이블마다 다가가 주문 받고 사후에 계산을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입장하며 줄을 서 순서대로 고르고, 주문하고, 결재를 한 후에 번호표를 받아 자리에 앉으면 주문한 음식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한 곳도 등장했다. 규모에 비해 비교적 적은 인원으로 식당을 유지할 수 있다. 

 

코로나로 중소상공인, 유통업 특히 식당들이 어려운데, 이렇게 해서라도 비용을 줄이고 고객과의 접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편물은 보통우편과 특급우편의 가격이 다르다. 서비스에 따라 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서비스 가격이 다른 것이다. 유통업계도 배달 시간에 따른 차등 시스템을 고려해 봄직하다. 음식도 식당 예약 하듯이 음식의 주문과 함께 배달 시간을 지정함으로써 재료의 준비나 배달을 합리적으로 계획할 수 있을 것이며 결국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편의점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집에 앉아 물건의 수령하기가 어렵거나 반품 등으로 배송을 해야 할 경우에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편의점보다 페덱스 같은 탁송회사의 사무실을 지정해 물건을 수령(pick up)하거나 물건을 떨구어(drop off) 배송을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 일정 정도의 역할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음식이나 상품을 집에 앉아 받는 것이 무료(공짜)인 것 같지만 어찌되었든 거기에는 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경쟁적인 택배와 배달은 편리한 만큼 사회적 비용에 더해 산업재해를 더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엄청난 양의 포장 쓰레기와 수송에 따른 이산화탄소의 배출로 환경을 훼손시킨다. 

 

경쟁적 관계에 있는 서비스 공급자 사이에 또 공급자와 고객 사이에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도 산업재해나 환경훼손에 대한 처벌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택배나 배달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마땅한 역할을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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