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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야전병원’ 시스템으로 코로나19 대응해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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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8월01일 17시10분

작성자

  • 김광두
  •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GFIN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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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정부 부서가 질병관리청(질병청)이다. 코로나19 방역의 사령탑이다. 코로나19 중앙재난대책본부가 형식상 사령탑이긴 하다. 그러나 이것은 외형상 그럴 뿐, 실제의 모든 방역 행정은 질병청이 책임지고 있다. 문대통령이 전권을 위임한다고 공언을 했기 때문에 그대로 믿고 싶다.

 

한편 방역의 수단이 될 의약품 행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맡고 있다. 코로나19 진단, 검사, 예방, 치료관련 신규 의약품 심사 승인업무도 식약처가 담당하고 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관련 신기술 의약품을 개발해서 국내외 시장에 판매하려면 먼저 식약처의 내수, 수출 승인을 받고, 그 후 질병청으로부터 국내시장에서의 사용 용도, 건강보험, 국비지원 대상 여부, 관련 공인 서류 발급권한 부여 여부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통보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코로나19의 효과적 방역에 도움이 되는 신기술 의약품을 개발한 기업은 먼저 식약처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 관문을 통과하는데 통상 4개월 이상이 걸린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통상보다 훨씬 신속히 통과되는 경우도 있다. 그 기준은 비공개이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입김이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 부처는 민원사항 처리기한을 시행규칙으로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업계가 항의할 입장도 못된다.

 

더 큰 문제는 어렵사리 식약처의 높은 성곽문을 통과해도 질병청이 앞을 가로막고 서 있다는 점이다. 질병청은 먼저 길 안내부터 한다. “너는 오른쪽 길, 너는 왼쪽 길”식으로 갈 길을 지정해 준다. 어떤 신기술제품에겐 아스팔트 포장이 잘된 고속도로를, 다른 신기술제품에겐 자갈과 진흙이 뒤엉킨 골목길을 지정해 준다. 소위 용도제한이다. 식약처에서 승인해줬지만 질병청이 용도를 별도로 정해주는 것이다.

 

어떤 제품에겐 길을 가는데 소요되는 비용도 지원해준다. 건강보험 지급대상이나 국비지원 대상에 포함시켜주는 것이다. 제품을 사는 사람들이 비용 부담 없이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런 제품을 만든 회사는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게 된다. 여기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제품에 대해서는 길을 가는 비용을 스스로 조달하라고 한다.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비용을 지불하고 그 제품을 사라는 것이다.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기준이 무엇인가? 나름대로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상을 구조적으로 관찰해보면 선발주자와 후발주자 간의 결과적 차별 대우로 보인다.

그리고 이것은 신기술 의약품과 검사 진단 시스템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해서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방역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질병청이 설정해놓은 기준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준은 당시의 기술 수준에 적합하게 설정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후 그보다 더 진보된 신(新)기술이 나오면 그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행정의 현실이 그렇게 유연하지 못하다.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이미 구(舊)기술이 된 제품에 적합하게 설정된 기준으로 신기술을 평가하게 된다. 당연히 신기술이 더 불리하다. 매우 역설적인 상황이 구조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국가공인인증서 발급 권한 부여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뤄진다.

 

예컨대 현재 질병청의 코로나19 검사 진단업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검사실 진단 지침,2020.12.03.”에 의해서 집행되고 있다. 이 지침은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대응 TF’와 ‘질병관리청 감염병진단분석국’이 공동 작성한 것이다. 이 지침 5장 (검사법의 특성/선택)(4)절,1),2)항에 시약을 사용한 검사의 시행조건이 있다. 이중 2)항의 시행조건에 부합해야 진단 검사를 할 수 있고, 그것이 건강보험 지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중 ”의료기관에 한해서“라는 문구가 있다. 즉 의료기관이 아니면 검사할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의료기관(보건소 포함)만이 국가가 인정하는 ”음성확인서“등의 서류를 발급할 수 있다.

 

이 조항 때문에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체취 하더라도 이것을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서 최종진단을 해야하는 것이다. 최종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12시간 이상 걸리는 이유이다. 병원, 보건소 등으로 확진서를 떼러 가야하는 불편함도 마찬가지다.

 

이 검사-진단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는 없을까? 만약 한 시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면? 그리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에서 검사 진단할 수도 있는 현장성을 확보할 수는 없을까?

그게 가능하다면 영세업자들의 고통도 감소하고, 거의 대부분의 경제 사회활동의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신속성과 현장성을 추구하려면 다섯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검사 진단 시약 키트와 핵산 검사 설비의 정확성이다. 양성인데 음성으로 판정하면 안 된다. 그런 면에서 항원 자가진단키트는 아니다. 이것을 선택하면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PCR 이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등온PCR(LAMP)는 조심스럽게 살펴보아야 한다.

 

둘째는 신속성이다. 현재 모든 의료기관에서 확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PCR키트는 채취-검사에 5시간이 소요된다. 이 시간을 1시간 이내로 단축시켜야 한다. 보도에 의하면 그런 PCR 키트가 나와 있다.

 

셋째는 검체 채취, 진단 검사, 통보의 동시성과 일체성이다. 한 곳에서 원 스톱으로 이 행위들이 일관 작업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검체 이송을 하는 시간을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시간 내로 모든걸 끝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이송 중 검체가 변질될 수도 있다.

 

넷째, 피검사자의 편의성이다. 검체 채취가 피검사자의 입장에서 고통스럽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보다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적극적으로 검사에 응할 수 있다.

 

다섯째 저비용이다. 국비 부담이든, 개인 부담이든 진단 검사 비용이 가능한 한 최소화 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에서 제시한 현행 지침서를 따르다 보면 이 다섯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신기술 의약품이나 검사 진단 시스템이 개발되어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도 현장에 활용하기 어렵다. “의료기관으로 한정”한 조항 때문이다. ‘의료기관’의 개념 속엔 장소의 특정성과 고정성이 내포되어 있다. 동시에 이 기관들이 이미 익숙해진 의약품과 의료설비의 구입 관행이 이 기관과 함께한다.

 

전국에 코로나19를 검사 진단할 수 있도록 준비되고 승인된 수탁의료기관이 어떻게 분포되어 위치해 있는가? 그들이 이미 거래하고 있는 6시간짜리 키트를 1시간짜리로 바꾸기가 쉬운가? 이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진단 검사 설비를 신기술 설비로 대체하기가 쉬운가?

 

두바이 공항 주변에는 다수의 코로나19 검사센터가 있다. 한 곳에서 모든 것을 처리한다. 1시간 내에 통보해주는 곳도 있고, 5시간 내에 통보해주는 곳도 있다. 검사센터들끼리 자유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5시간자리 센터는 1시간짜리 신기술이 나오기 전에 키트와 설비를 구입해서 사용해 왔다. 자연스럽게 1시간짜리의 시장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다. 이 들이 모두 병원이라는 이름의 의료기관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든 확진서도 떼어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자유경쟁이 안 된다. “의료기관에 한한다”란 지침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두바이는 코로나19 청정국가이다. 왜 우리는 이렇게 못하는가?

 

식약처의 늑장행정이 첫째 문제다. 인력을 보강하거나 전문성을 제고하는 재교육 훈련을 하거나, 또는 기득권 업체와의 유착이 있으면 잘라 내거나 해서 신기술 의약품에 대한 승인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에 고칠 수 있는 것은 질병청 방역 행정의 경직성이다. 코로나19 행정에 관해서는 위에서 제시 질병청과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작성한 지침의 5장 (4)절 2)항이 대표적이다. 이 조항에서 “의료기관에 한한다”라는 문구가 문제다.

 

이 개념 속에는 이동성, 현장성, 신속성, 편의성, 저비용 등의 요소가 모두 결핍되어 있다. 장소가 특정되어 있고 의약품 설비 구매 관행이 경직적이기 때문이다. 이 지침에서 제시한 의료기관들은 특정 장소의 특정 건물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선별진료소, 인천공항 등에서 채취된 검체가 이곳으로 이송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시간이 소모되고, 검체의 변질이 가능하고, 비용이 상승한다. 

 

피검사자들은 음성 확진서를 받기위해 특정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검사의 현장성과 신속성 제약으로, 영세 영업장들은 손님을 받기 어려워지고 체육활동이 제한되고, 문화 예술 공연이 열리기 어렵다. 의료보험의 혜택도 이 기관에서 검사 진단해야 받을 수 있으니 일반 국민들 입장에선 매우 불편하다. 강릉, 양양의 횟집들이 받는 고통은 이런 현장성과 신속성이 구비된 검사 진단 시스템이 있으면 완화시킬 수 있다. 비록 수도권 방역 4단계 적용 이후 중단되기는 했지만 여주시가 재래시장에 적용했던 이동형 현장서비스 시스템은 신속성과 현장성 면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경험이 있지않은가.

 

 이 조항 때문에 코로나19 방역 행정이 이들 “의료기관”과 이들을 둘러싼 기득권 업체의 구기술 의약품과 의료설비, 관리시스템의 포로가 되어있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구조에 갇혀있는 것이다.

 

왜 의료기관의 개념에 MOBILITY(이동형 현장서비스) 기능을 포함시키지 못하는가?

전시에는 이동성 야전병원을 운영한다. 이 야전병원의 개념은 이동성과 현장성을 내포하고 있다. 현행 선별진료소도 이동형 현장 의료 서비스 시설이다. 이 센터를 업그레이드할 생각을 왜 못하는가?

 

2021년 1월 25일자 차이나 포스트의 보도에 의하면 중국의 슝안신구(雄安新區)에서 코로나 검사 진단용 PCR야전버스를 개발해서 도입했다 한다.<아래 사진 참조> 이 버스는 이동성, 현장성, 신속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인민병원이 개발한 것으로 검사가 필요한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현장에서 PCR방식 원스톱 핵산검사를 신속하게 실시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중앙의료원이 2019.10월부터 재난 현장 투입용으로 모듈 형태로 구축하는 이동성 현장형 응급의료시스템을 운영해왔다.

 

그렇다면? 질병청이 생각의 틀을 바꾸면 된다.

현행 선별진료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이동형 병원’ 개념으로 바꾸어 의료기관의 범위에 포함시키면 되지 않을까?

그 시설 속에 냉난방 설비를 해서 검사 인력의 노고를 덜어주고, 그 내부에서 검사 진단이 가능하도록 PCR 검사 설비를 갖추고, DATA관리와 전국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디지털 관제시스템을 설치하면 된다. 새롭게 개발할 필요도 없다. 이미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을 갖춘 시스템을 여주시에서 지난해 2020년 11월부터 활용해서 전국 확진율 최하위라는 좋은 성과를 냈다. 그런데 질병청은 이 시스템을 검토하거나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려 시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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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지난해 11월부터 여주시가 운용하고 있는 나이팅게일 센터(왼쪽)와 올해부터 운용에 들어간 ​중국 슝안신구의 코로나 검사 진단용 PCR야전버스(오른쪽)>​ 

 

왜 이런 좋은 시스템이 이미 나와서 여주시 12만 시민들을 상대로 성공적 코로나19 방역을 했는데, 질병청은 생각을 바꾸지 못하고 있을까?   

기득권에 포위되거나 권위주의에 빠져서?

 

위에서 제시한 질병청과 대한검사진단의학회가 작성한 지침의 “의료기관에 한한다”를 “의료기관과 코로나19 진단 검사에 필요한 인력과 PCR검사에 필수적인 설비를 갖춘 시설에 한한다.”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중국이 도입했고, 한국의 중앙의료원이 지난해에 재난지역용으로 고안한 이동식 진단 검사 시스템, 이와 유사한 여주시가 활용한 나이팅게일 센터와 같은 원스톱 PCR 검사 진단 플랫폼 등 새로운 형태의 코로나19 대응 의료 시스템이 일반화되어 코로나19 진단 검사의 신속성, 편의성, 현장성과 저비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방역 행정은 국민의 입장에서 펼쳐져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19 확산 억제에 최우선 순위가 주어져야 한다. 기득권 보호나 질병청의 권위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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