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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62) 네 종류의 개성 강한 산딸기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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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6월25일 17시00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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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어쩐지 상큼한 맛을 줄 것 같고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주는 과일이지요. 기실 시장에서 사는 산딸기들은 이런 기대를 제법 충족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좋은 품종을 골라 잘 재배한 결과라고 짐작됩니다. 상큼하고 자연 친화적인 맛이라는 기준에서 필자가 먹어본 가장 이상적인 산딸기 즉, raspberry의 맛은 노르웨이 북쪽 피요르드까지 고집스럽게 차를 몰고 가서 이틀을 묵은 민박집에서 아침 시간에 큰 덩치의 주인 아주머니가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준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잼에서 느꼈습니다. 그곳 기후에 적응하느라 그랬는지 산딸기 낟알들도 우리나라 것보다 두 배나 굵어서 씹히는 식감도 최고였다고 기억합니다. 

 

산딸기는 우리나라에서도 등산을 좋아하거나 숲이 있는 길을 산책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야생에서 자라는 열매들을 직접 따먹어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가시 덤불 속에 맺혀 있는 열매이므로 따기 어려워서 기껏해야 한두 알이나 한 주먹 정도 따먹는 것이 보통이니 그다지 먹은 기분은 안 들지만 그래도 그 씹히는 식감과 제법 달콤한 맛과 향기 모두가 우리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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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10일 문형산에서 딴 곰딸기 열매들

 

그런데 산딸기라고 총칭할 수 있지만 비슷한 모의 열매가 열리는 산딸기들이 제법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은 드물 것 같습니다. 필자가 수도권 주변 산이나 수변 산책로들을 다니면서 만나는 종류 중에 분명히 구분되는 종류만 해도 네 가지나 되니 제법 많은 셈이지요. 이들 네 가지 산딸기들은 잎 모이나 꽃 모이 제법 다른데도 불구하고, 온통 관심을 끄는 먹음직스런 빨간 열매에 정신이 팔려 대부분 구분하지 못하고 마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그 열매들이 가시투성이 덩굴 사이에 맺혀 있어서 조심하며 따느라 잎 모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지극히 정상인 셈입니다. 당연히 이들 네 종류의 열매들 사이에 상당한 정도의 맛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 역시 잘 모르고 지나쳤을 것 같습니다.

네 가지 종류의 이름은 줄딸기, 곰딸기, 멍석딸기, 그리고 산딸기입니다. ​ 

 

이들 모두를 대표하는 이름인 산딸기로 분류되는 녀석들이 어디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식물로서의 경쟁력도 가장 강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 녀석은 혼자서 거의 꼿꼿이 2m 정도까지는 서서 클 수 있는 것 같은데, 산그늘에서 만나는 대부분 개체들이 꽃이나 열매를 맺지 않고 자라는 경향을 보여 실망을 주곤 하지요. 다른 종류들과 다르게 큰 잎이 단엽으로 달리는데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지는 것을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이 녀석은 4월 말 경에 강한 이미지와는 다른 비교적 가냘픈 모습의 하얀 꽃을 수줍게 피웁니다. 이맘때쯤 그 자리에 제법 단단한 열매를 매다는데 실망스럽게도 가장 맛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영어 이름 raspberry 열매들은 노르웨이의 예처럼 미국, 프랑스 어디서나 제법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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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17일 분당 율동공원의 산딸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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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9일 청계천변의 산딸기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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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2일 청계산에서 만난 산딸기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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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3일 영장산에서 꼿꼿이 선 산딸기

 

산딸기보다 조금 더 일찍 (4월 중순부터) 꽃을 피우는 녀석이 줄딸기입니다. 이 녀석도 어디서나 자라는 종류인데 그 이름에서 주는 이미지처럼 줄기가 가늘어서 스스로 서지 못하고 땅을 기거나 혹은 다른 식물들을 휘감으면서 자라는 덩굴식물 특성을 보입니다. 잎 모이 아까시나무 잎처럼 복엽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작은 잎들은 타원형이지만 끝이 뾰족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 종류 중에 가장 예쁜 모의 분홍색 계통의 꽃을 피워서 야생화 사진을 올리는 분들의 단골 사진 모델이 되어주곤 하지요. 이맘때보다 일주일 정도 전에 맺히기 시작한 열매들은 제법 상큼한 맛을 주어서 한번 따먹은 분들은 다시 따먹고 싶어 하지요. 이 녀석은 아직 미국이나 유럽에는 전이되지 않아서 그런지 학명만 있을 뿐 영어 이름은 지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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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30일 판교 태봉산 기슭 줄딸기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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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7일 남한산성에 열린 줄딸기 열매들

 

네 종류 중에서 산딸기 맛을 가장 상큼하게 느낄 수 있었던 녀석은 곰딸기입니다. 아마도 꽃봉오리 상태의 모습이 마치 곰의 털을 연상시켜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습니다. 그 색깔도 갈색이니 더욱 이해가 갑니다. 이 녀석은 꽃봉오리가 열리자마자 수정이 이루어진 후 열매화가 진행되기 시작해서 좀처럼 꽃이 활짝 핀 모습을 관찰하기가 어렵습니다. 위의 산딸기와 줄딸기의 중간 정도의 성질을 가져서 제법 강한 줄기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자신 스스로 꼿꼿이 서지는 못하고, 기댈 곳이 없으면 자라면서 줄기가 심하게 휘어지는 경향을 보여줍니다. 잎은 대체로 세 개의 동글동글한 모의 잎이 한 단위씩을 이루어 긴 줄기 위에 줄줄이 달립니다. 이 녀석은 영어 이름도 있어서 구글에 의하면 Japanese wineberry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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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3일 영장산에서 개화한 곰딸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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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29일 영장산 법면에서 자라는 곰딸기가 긴 줄기를 벋은 모습과 꽃 한송이가 개화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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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28일 판교 나생저수지의 곰딸기 꽃봉오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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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3일 용인 낙생저수지변의 곰딸기 꽃과 열매

 

마지막으로 조금 높은 산에서는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는 멍석딸기를 소개합니다. 이 녀석도 동그란 잎 세 개를 한 단위로 하는 복엽구조의 잎을 달고 있는데, 곰딸기보다는 잎의 크기가 작고 잎의 표면이 오톨도톨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꽃은 매우 짙은 홍자색을 띠어서 예쁜 편인데 언제나 활짝 피지 않고 꽃잎을 안으로 접은 모을 하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꽃이 가장 늦게 피는 만큼 열매화도 늦게 진행되어 7월에나 익은 열매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녀석 이름이 주는 이미지대로 멍석딸기도 줄딸기처럼 비교적 땅으로 기면서 자라는 특성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영어 이름은 thimbleberry 또는 redcaps라고 구글이 알려주는데, 꽃잎을 완전히 펴지 않고 피는 모습이 어딘지 모자 모을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녀석의 맛은 네 종류 중 중간 정도라고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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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1일 남한산성의 멍석딸기 꽃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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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28일 낙생저수지 둑에 핀 멍석딸기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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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3일 용인 고기리 낙생저수지 둑에 핀 멍석딸기 열매

 

이렇게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나무들이 (혹은 덩굴들이) 공통적으로 산딸기로 불리는 열매를 달게 되는데 사람들은 의식도 없이 그 열매를 산딸기라고 알고 따먹어 보는 셈이지요. 아마도 한 가지 기억은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산딸기 종류들이 자신들의 열매를 보호하기 위해 갖추고 있는 가시들을 귀찮아했던 기억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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