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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Janet Yellen)의 죽비(竹篦)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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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5월12일 17시10분

작성자

  • 강태수
  •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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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가 어느 정도 오를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4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의 갑작스런 발언이다. 미국 경제 과열을 걱정한 거다.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7%대다. 1984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금리 인상에 대비하라는 신호탄 격이다.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쳤다.


□ 금리 인상은 달아오른 글로벌 자산시장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파괴력을 지닌다. 옐런 장관 발언 이틀 후인 5월 6일 미 연준 ‘금융안정보고서’는 자산가격 거품붕괴 가능성을 예고했다. 투자자의 위험 감내 성향이 위축되면 자산가격이 ‘상당 폭’ 하락할 거라는 예고다. (Looking ahead, asset prices may be vulnerable to significant decline should risk appetite fall.) 투자자 위험 감내 성향은 금리가 오를 때 떨어진다.  

□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 수준이 급등하고 있다. 2020년 8월 0.51%에서 2021년 5월 10일 1.59%로 세 배 이상 올랐다. 쉽게 말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300% 이상 증폭됐다는 의미다. 역대급 재정집행 계획이 인플레 기대심리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7년 만에 가장 높다. 종래 물가목표 2%를 훌쩍 넘겼다. 금리상승 핵심요소다.

□ 바이든 행정부는 3단계 ‘미국재건정책’(Build Back America)을 추진중이다. America Rescue Plan($1.9조달러), America Jobs Plan(2.25조달러), Anerica Family Plan($1.8조달러). 총 6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지출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쏟아 부은 전쟁비용을 크게 상회한다. “결국 두 자릿수 인플레를 보게 될 거다.” 서머스 전(前) 미국 재무장관이 발동한 주의보다. 1970~80년대 인플레이션으로 돌아갈 거라는 지적이다. 1980년 인플레는 13.5%다.

□ ​미​ 장기금리 인상은 신흥국에서 자본유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5월 발간된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안정보고서’ 지적이다. 브라질·러시아·터키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는 이유다.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가 직면한 리스크는 뭘까?

1. 통화정책 운신 폭이 좁혀질 리스크가 크다.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경기가 폭발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제활동에 제약이 여전하다. 백신접종 속도 지연 때문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 우리는 오히려 내려야 하는 상황일 수 있다. 가계부채 관리문제도 골칫거리다. 가계부채(1726조원)는 GDP 대비 100% 규모다.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섣부른 금리 인상은 자칫 부동산시장 경착륙 위기를 부를 수 있다.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어정쩡한 상태. 한국은행이 ‘금리정책 우리’에 갇혀 고민만 하는 신세가 될까 걱정이다.  

2. 자영업자 어려움이 배가될 우려가 크다.

  은행대출 총계는 1,000조원이다. 대기업 173조원, 중소기업 827조원이다. 중소기업 대출 중 자영업자(개인사업) 대출이 396조원이다. 은행 기업대출의 40%가 자영업자 차입분인 거다. 문제는 자영업자 LTI (소득대비 부채비율)가 2020.3월 196%에서 12월말 238%로 급증한 데 있다. 코로나19로 탈진한 자영업자에게는 소폭의 금리 인상도 큰 충격이다. 
 
3. 2030세대 자산거품이 심각하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빛투(빚내서 투자), 부동산 패닉 바잉. 젊은 세대 투자패턴을 요약한 단어다. 2021년 1분기 서울 아파트, 오피스텔 매입자 중 20대, 30대가 37%다. 동학개미, 비트코인 가상화폐 주요 투자자가 2030세대다. 자산시장 거품이 꺼질 때 최대 피해자가 2030세대가 된다는 의미다.

4. 과도한 재정집행이 초래할 리스크도 걱정이다.  

  금년은 정치 계절(대선정국)이다. 대선주자 간에 과도한 돈 풀기 경쟁이 우려되는 시기다. 코앞에 닥친 인플레이션 위기를 무시한 채 재정지출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 마당에 한은은 “국채 매입을 통해 신규 발행 국채에 대한 금융기관의 매입 여력을 확충”하겠다고 화답한다. ‘일부 금융통화위원’은 “재정과 통화정책의 공조 필요성이 커진 것이 사실”임을 강조한다. 재정행위를 통화정책이 부담하면 안 된다. 독일 하이퍼인플레이션은 통화당국이 재정지출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와 있다.  

5. 과거와 다른 형태의 외화유출이 우려된다.

  우리나라 거주자 해외증권투자는 586억 달러 순(純)투자다. 외국인 국내투자액보다 내국인 해외자산투자가 많다는 뜻이다. 미국 금리인상이 우리나라에서 급격한 자본유출로 이어진다는 스토리는 옛날 이야기다. 이 보다는 ‘2020년 3월 타입’의 위기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시 글로벌 주가 폭락으로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위기에 처했다. S&P주가지수 하락은 국내 ELS가격 폭락을 초래하는 구조다. ELS가격이 떨어지면 ‘마진 콜’(margin call) 사태가 발생한다.
  문제는 증권사가 부담할 ‘마진 콜’은 달러화로 메꾸어야 하는 데 있다. 증권사는 평소 대량의 달러화를 갖고 있지 않다. 국내 금융시장 외환시장에서 급하게 빌려야 한다. 국내 외환시장이 갑자기 위기에 처하게 된다. ELS 취급규모는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앞으로 유사한 유형의 위기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엘런 장관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은 죽비(竹篦) 같은 경고다. 정책당국이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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