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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가계부채 관리방안, 경제충격 예방할 수 있을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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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5월05일 17시10분

작성자

  • 이창선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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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9일 정책당국은 새로운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중기적 차원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마련하여 이를 순차적으로 실행해 나간다는 것이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크게 높아진 가계부채 증가율을 차츰 낮춰 나감으로써 코로나 19 이전의 4%대 수준을 2022년까지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은행권에 대해서는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하여 추가 자본을 적립토록 하고 예금보험료를 차등하여 부과할 예정이다. 상환능력(DSR) 중심의 대출 관행을 단계별로 확대해 나가 차주 단위의 DSR 적용이 2023년 7월에 전면 실행된다. 즉 전세자금대출, 예적금 담보대출, 보험계약대출 등을 제외한 모든 주택담보 및 신용 대출에 대해 차주별로 DSR 40%가 적용되도록 한다. 

 

또한 그 동안 관리 취약부문으로 지적되어 왔던 토지, 오피스텔, 상가 등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한도 규제가 5월 17일부터 모든 금융권에 일괄 도입된다. 전반적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과는 달리 서민, 청년층에게는 DSR 산정 시 미래소득을 인정해 주거나 40년의 초장기 정책 모기지를 도입함으로써 대출여건을 완화해 준다는 계획이다.

 

LTV, DSR 활용한 대출규제 체제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구축


앞으로 세부 실행방안이 제시되고 보완사항이 추가될 것이지만,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어 근 20년간 이어져 온 가계부채 대책이 이제 거의 완성단계에 이른 모습이다. 

 

현재 가계대출 억제 및 건전화 방안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는 지난 2002년 처음 도입되었고 2004년부터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1년부터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려는 양적 규제와 함께 일시상환 방식의 변동금리 대출을 줄이고 분할상환 방식의 고정금리 대출을 늘려 나가는 질적 규제가 병행되었다. 이후 2014~2016년 중에는 주택시장 침체에 대응하여 LTV와 DTI가 각각 70%, 60%로 일괄 완화되기도 했으나, 2017년부터는 다시 LTV, DTI 규제가 강화되는 것으로 전환되었다.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의 경우 LTV, DTI 비율 모두 40%로 하향 조정되었다. 또한 총체적 상환능력비율(DSR)이 2017년 처음으로 참고지표로 도입되어 2019년부터는 DTI를 대신하여 적용되기 시작했다. 소득대비 대출 원리금을 산정하는데 있어 DTI는 해당대출의 원리금과 기타대출의 이자상환액을 포함시키는데 비해 DSR은 해당대출과 기타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모두 합하는 것으로 보다 강화된 방식이다. DSR이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금융기관별로 관리되었으나 이를 이제는 차주별로 전 금융기관의 대출 원리금을 소득 대비 40% 수준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과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에 집중되었던 대출 규제가 이른바 풍선 효과로 비은행권 및 기타 가계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자 이제는 비은행권과 비주택 관련 대출에 대해서도 규제가 강화된 상태이다. 여러 금융기관에 대해 담보 및 상환능력을 감안하여 가계대출이 가능해지도록 비교적 촘촘한 대출규제 체제가 구축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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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가계부채대책의 성과와 한계


그 동안 이어져 온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표면적으로는 성과를 거둔 부분도 있다. 10% 수준에 불과했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49.7% 수준으로 높아졌고 분할상환 대출 비중도 지난해 말 54.2% 수준으로 높아졌다. 여러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분할상환 및 고정금리 방식의 대출로 유도한 결과로서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규제는 부동산 가격안정대책의 일환으로서 추진되어 온 측면이 크다. 결과적으로 강력한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아파트 가격의 급등을 막지는 못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LTV, DTI 규제의 존재가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한 주택 투자를 제어하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평균 LTV는 2020년 2분기말 47% 정도로서 2016년말의 53.5%에 비해 낮아졌다. 주택 대출 급증과 함께 자산가격이 급등하여 형성된 버블이 붕괴되면서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위험성을 LTV 규제가 어느 정도 차단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양적 규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편이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시기에 따라 등락을 나타내 왔지만, 늘 소득 증가율을 웃돌면서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또는 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꾸준히 높아져 왔다. 특히 2017~2019년 동안 하향세를 나타내던 가계부채 증가율이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8% 수준으로 빠르게 높아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번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미국 등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각국 통화당국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금리가 낮아진 데다, 경기침체에도 주식 및 주택 등의 자산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주요국 중에서 코로나19 이후 가계부채가 늘어난 폭은 우리나라가 상위권에 속한다. 또한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디레버리징 과정을 거치면서 가계부채가 줄어든 상황에서 다시 늘어난 반면, 우리나라는 디레버리징 과정 없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져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말 이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30%p 이상 높아지고, 현재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몇 안 되는 나라에 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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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계대출 부실화 징후는 약한 편


다행히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가계부채 부실화 징후는 약한 편이다. 우선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말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0.3%였으나 2021년 2월에는 0.2%로 다소 낮아졌다. 신용카드 대출의 경우 연체율이 2019년말 1.4%에서 2020년 5월 1.8%로 높아지기도 했으나 2021년 2월에는 다시 1.5% 수준으로 낮아졌다.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와 아울러 정책금리 인하로 대출이자 부담이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DB를 통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체 차주의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DSR은 2018년말 39.6%에서 2019년말 36.5%로 떨어진 데 이어 2020년 3분기말에는 35.7%로 하락했다. 대출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과 주책담보대출의 만기가 장기화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가계 및 비영리단체 전체로는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이다. BIS 통계에 따르면 가계의 DSR이 2015년말의 10.6%에서 지속적으로 높아져 2019년말 12.4%를 기록한 데 이어 2020년 3분기말에는 12.8%를 나타냈다.

 

또한 가계의 부채상환능력 측면에서 주요한 지표로 활용되는 소득 대비 부채 규모는 상승했지만, 자산 대비 부채 규모는 하락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규모는 2015년 2분기말의 43.8%에서 2019년말 47.2%로 높아지기도 했으나 2020년 4분기말에는 45.2%로 하락했다. 부동산까지 포함한 전체 가계의 자산 규모에 비해서는 가계의 금융부채 규모가 훨씬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늘어난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이 실물 및 금융자산 구입에 사용되었고, 주식 및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2020년 중 급등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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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관련 위험성 높아질 가능성에 유의


가계부채 안고 있는 폭발성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은 가계대출 부실로 야기될 위험이 비교적 잘 제어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 와중에서도 가계부채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것은 그 동안 강도 높은 규제로 최대한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해 온 데다, 취약 가구에 대한 적절한 금융 지원이 효과를 발휘한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표면상 가계부채 문제가 현실화되지 않고 있을 뿐, 가계부채 누적에 따른 잠재적 위험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태이다. 향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경제가 점차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자칫 가계부채의 부실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자산가격의 움직임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늘어난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은 주택 구입 및 사업자금으로 사용되었다. 가계부채에 대응하는 자산이 존재하고 그 자산의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는 한, 가계부채의 부실 문제가 야기될 우려는 크지 않다. 또는 차입을 통해 투자한 사업이 성공적일 경우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이 야기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자산가격은 변동성에 노출되어 있고 사업 역시 경기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자산가격이 급락하거나 사업이 어려워질 경우, 부채상환능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이후 늘어난 가계부채 중에는 가격 변동성이 큰 주식 및 주식관련 금융상품에 투자되거나 가상화폐 구입자금으로 쓰인 경우도 적지 않다는 추정이다. 향후 자산가격 변화에 따라 가계부채가 부실화되거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는 가계가 많아질 수 있는 것이다.

 

향후 자산가격의 변화를 좌우할 주요한 변수는 금리의 움직임이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나라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주식시장이 일시에 폭락한 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각국의 저금리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경기침체 와중에서도 주식 및 부동산 가격은 강도 높은 금융완화 정책을 배경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올 들어 각국이 최악의 경기침체 상황에서 벗어나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그 동안 풀린 통화로 인한 인플레 우려가 대두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장기 금리가 급등하고 주식시장이 조정을 겪기도 했다. 

 

미연준이 인플레 우려와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노력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세를 되찾은 분위기이지만 앞으로도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이라도 높아지면서 장기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통화당국의 금융시장 변화에 대한 관리 능력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향후 금리 상승은 자산가격 하락을 유발하는 것과 함께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미연준이 섣부르게 긴축전환의 신호를 보내기보다는 충분히 확인한 후에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거둬들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통화당국도 향후 미연준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정책 변화의 시점을 모색하겠지만, 빠른 긴축 전환으로 인한 실수 위험보다는 다소 늦은 긴축 전환으로 야기될 실수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경제가 코로나 19 충격에서 벗어나 점차 정상화되면서 그 동안 유예되어 온 자영업자 등에 대한 원리금 상환이 다시 개시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유예되었던 원리금의 분할상환을 적용하는 등 일시에 대출만기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하는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 


대출 규제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필요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지적된 지 20여년이 되었지만, 지난 2000년대 초반의 카드 사태를 제외하고는 가계대출의 부실화 문제가 직접 불거진 적은 아직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가계부채 문제가 괜찮으리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여전히 경계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와 함께 현재의 대출 규제가 합리적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강력한 대출 규제는 가계부채로 인한 위험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그 대가로서 경제주체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옥죄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채는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미래의 소득을 근거로 부채를 통해 현재 소비를 늘리거나 자산 구입에 나섬으로써 경제주체의 신축적인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다. 대출 규제는 이러한 부채의 순기능을 제약하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미래 소득이 늘어날 여지가 큰 청년층에 대한 대출완화를 모색하는 등 대출 규제에 있어 유연성을 발휘하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가계부채는 부동산과 밀접하게 얽혀 있을 수밖에 없지만, LTV, DSR 규제를 부동산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 현재 9억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LTV 한도가 낮아지고 15억 이상의 주택에 대해서는 아예 주택구매용 대출이 가능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매년 물가는 점차 높아지고 집값은 최근 몇 년간 급등했는데 대출 관련 기준 집값을 특정 수준으로 고정시켜 놓는 것이 합리적인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그 동안 수많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막지 못했듯이, 수많은 가계부채 대책에도 가계부채는 증가세는 지속되어 왔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유발하는 원천적인 요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막을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부동산 수급 안정을 통해 부동산 가격의 상승 심리를 잡고 장기적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저성장 탈피와 좋은 일자리를 늘려 나가는 것이 부동산 구입과 자영업 목적의 대출 수요를 근본적으로 줄여 나가는 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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