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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의 한미연합군사훈련 비난 담화와 한미의 대응 방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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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3월19일 14시00분

작성자

  • 정성장
  •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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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세종논평 No.2021-08](2021.3.19)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16일자 로동신문을 통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한국정부가 연합훈련의 규모를 축소해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북한의 ‘유연한 판단’과 ‘이해’를 바라고 있는 것 같은데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 아닐 수 없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또다시 온 민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이미 3월 8일 시작되었는데 종료일을 이틀 앞두고 북한이 뒤늦게 이같은 김여정의 담화를 발표한 것은 다분히 3월 17일의 한미 외교장관회담과 국방장관회담 그리고 18일의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2+2회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김여정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도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북한의 첫 공식 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여정이 담화에서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에 대해 언급한 점에 비추어볼 때 북한은 한미 2+2회담이 끝난 후 이를 비난하면서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언급한 신형무기 테스트나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김여정의 담화는 이에 대해 미국이 과도하게 반응하면 북미 간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것임을 경고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여정은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면서 대남 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정리,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남북교류협력 관련 기구의 폐지, 더 나아가 남북군사분야합의서 파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리고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한국 정부에 대한 북한의 적대행동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악화시키고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해 그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 명백하다. 만약 북한이 한반도에서 계속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한다면 이는 그들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김여정은 이번 담화에서 문재인 정부와의 대화 거부 입장을 명확히 밝혔는데, 이는 북한이 중국과의 협력만으로도 경제 회복과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거부하는 남북대화 재개에 계속 집착할 것이 아니라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불러올 필요가 있다.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 문제를 미국과 중국, 북한과 남한이 참가하는 4자 실무회담과 정상회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이 미국의 회담 제안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경제의 회복과 발전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중국의 회담 참가 요구는 계속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 북핵 4자회담이 개최되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및 대북제재 완화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북․미 관계 정상화와 북한인권 문제 등 관련국들의 모든 관심사가 포괄적으로 논의될 수 있으므로 북․미 양자 회담에서보다 실질적인 진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핵 4자회담이 필요한 두 번째 이유는 북핵이 미국과 북한 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핵은 미국의 비확산체제에 도전이 되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안보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그리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로 인해 한국에 미군의 사드가 배치된 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북핵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증대시켜 중국의 안보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핵 4자회담이 필요한 세 번째 이유는 북미 간의 뿌리 깊은 상호불신과 적대의식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협상 의지에 강한 불신을 하고 있고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이 양자 협상을 재개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설령 회담이 개최되어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이행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과 중국이 협상에 참가해 미국과 북한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절충안 또는 대안을 마련해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 핵시설에 대한 검증과 핵무기 폐기 과정에서도 중국이 참여해 그 과정이 보다 순조롭게 진행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여정의 이번 담화를 통해 남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 문제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합의에 도달하지 않으면 남북대화 재개도 어렵다는 점이 재확인되었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어떠한 조건에서, 즉 비핵화의 어느 단계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잠정 또는 전면 중단할 수 있는지 한미 간에 먼저 긴밀하게 협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 문제에 대해 한국정부가 분명하게 정책을 결정해서 제시하지 않고 연합훈련과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불분명한 ‘종전선언’에 대해서만 계속 이야기하면 이것은 동문서답이 될 수 있다. 그 결과 북한은 남한이 그들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그들의 요구가 계속 무시당하고 있다고 판단해 더욱 강경한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요구사항에 대해 한미 공동의 입장을 신속하게 정리해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여정의 직책이 올해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한 단계 낮아졌지만, 그의 담화가 노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의 2면 상단에 게재된 점과 그가 예고한 행동의 수준에 비추어볼 때 그의 위상에는 전혀 변화가 없음이 재확인되었다. 그리고 김여정의 이번 담화를 통해 그가 계속 북한의 대남 및 대미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현재 미국과 북한 모두 정상회담 개최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북한 안보의 핵심인 핵무기의 포기 문제를 실무회담에서 논의하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향후 한미는 북미 대화의 진전을 위해 북한의 실질적인 2인자인 김여정과 미국의 공식적인 2인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간의 고위급 회담 추진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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