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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의 쟁점과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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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3월03일 10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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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1-3월호-6](2021.3.2.)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지난 수년 간 한미동맹의 거북스러운 현안이 되어 왔던 방위비분담 문제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한미 협상팀은 25일 그동안 중단되었던 방위비분담 협상을 화상으로 개최했고,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한미 동맹과 연합 방위 태세 강화를 위해 방위비분담 협정을 조속히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훼손된 동맹 관계의 복원을 강조해 온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우선 순위가 방위비분담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중국과의 전략 경쟁이라는 큰 그림을 고려할 때 비용 문제를 갖고 임기 초반부터 동맹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방위비분담 협상에 대해 우리가 유의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다. 총액뿐 아니라 협정 기간, 세부 항목과 관련한 논란 등 그간 한미 간에 존재했던 쟁점들이 어떻게 결론을 맺을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한미 간 방위비분담 협상이 그동안 어떻게 전개되어 왔고 무엇이 핵심 쟁점과 과제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방위비 분담 협상의 경과와 현황

 

한미는 제11차 방위비분담 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 체결을 위해 지난 20197월 이후 7차례에 걸쳐 공식 협상을 진행했고, 20203월에는 협상팀 간에 실무적인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1) 

2019SMA에 비해 13%를 인상한 합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협상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400% 이상 증액을 요구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불승인했고, 이후 한미 간에 접점을 찾지 못해 왔다. 원래 2020년부터의 방위비분담을 위해서는 제11SMA 협정이 이미 체결되었어야 하나, 한미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현재까지 일 년 넘게 방위비 분담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1SMA 협상 타결 지연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낳고 있다. 작년 4월에 미측은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근무 중인 한국인 근로자 약 4천 명에 대해 무급휴직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방위비분담금 총액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인건비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다행히 이 문제는 우리 국회가 신속하게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지원 특별법을 통과시켜 무급휴직이 종료됨에 따라 해결되었지만,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인건비 외에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집행에서도 마찬가지의 애로가 있다. 주한미군사령부가 2021년 정부 예산에 담겨 있는 SMA 예산 중 일부를 선()지원 해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구한 것은 미측이 그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한미 간 합의된 협정도 없고 국회의 비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방위비 분담금을 지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한미 간 협상의 토대가 되는 것은 지난 2019년 트럼프 행정부와 합의했던 제10SMA 결과다. 10SMA 협정은 총 1389억에 유효기간 1년으로 되어 있다. 9SMA와 비교하여 8.2% 증가한 규모로서 이는 2019년 한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을 반영한 조치였다. 세부 구성은 3가지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주한미군사령부가 고용한 한국인 고용원에 대한 인건비 지원으로 5,005억 원이 책정되어 있다. 인건비는 전체 방위비분담금의 약 48.2%를 차지한다. 둘째, 군사건설비로서 막사, 창고, 훈련장, 작전시설 등 군사시설 건설에 지원되는 비용이다. 2019년에는 3,710억 원이었으며 전체의 35.7%에 해당한다. 마지막 항목은 군수지원비다. 탄약저장, 정비, 수송, 시설유지 등에 소요되는 경비로써 1,674억 원이며 전체 분담금 중 16.1%를 차지한다.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 분담금 총액 문제

 

방위비분담 협상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총액 문제다. 한미 양국 모두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어느 수준을 공정하다고 볼 것인지는 쉽지 않다. 적정한 방위비 분담에 대한 판단은 동맹의 능력과 여타 기여, 주둔미군의 규모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그럼 우리가 미국에 부담하는 분담금은 어느 정도이고 다른 나라에 비해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SMA 협정은 1991년부터 시작하여 2019년까지 총 10차에 이르고 있다. 앞서 밝혔듯이 가장 최근의 SMA는 총액이 1389억 원(9.4억 달러)이다. 1991년 최초 방위비분담을 시작할 때 지원금 규모인 1.5억 불과 비교하면 약 6.2배 증가한 셈이다. 참고로 동 기간에 주한미군 규모는 4만 명에서 지속 감소하여 현재 28,5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다른 동맹국과 비교한다면 한국의 분담 정도는 실질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2018년 기준으로 일본은 18.6억 달러, 한국은 8.5억 달러, 독일은 5.9억 달러를 분담하고 있다. 절대 규모 면에서는 일본, 한국, 독일 순이다. 그러나 경제 규모(GDP) 대비 분담금 비중으로 보면 한국이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0.052%로서 일본의 0.037%, 독일의 0.015%보다 크게 앞서고 있다. GDP 대비 국방비 수준에서도 한국이 가장 높다. 한국은 경제 규모 대비 국방비에 대한 투자가 2.4%에 이르고 있어 1%대 수준인 일본과 독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물론 북한이라는 실체적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독일과는 다른 상황이지만, 한국이 미국에게 안보를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은 적어도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지원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총 주둔비용의 약 4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방위비분담 기여율을 공개하지 않아서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미 의회가 매년 주한미군에 배정한 세출예산을 보면 이 정도의 추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비용의 거의 절반을 한국이 부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작년 한미 협상단이 실무적으로 합의했다는 13% 인상안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1991년부터 진행되어 온 역대 방위비분담금 협정과 비교해 보면 13% 인상안은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 90년대 초반 두 차례의 협정을 제외하면 그간 SMA 협정은 대부분 5~6% 수준의 인상률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이미 실무 협상단이 공감을 이룬 13% 인상안을 다시 낮춰 협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방위비분담의 조속한 타결을 희망하는 바이든 행정부라 하더라도 미국이 대폭 양보하는 선례를 남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을 압박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국제질서 유지를 위한 공공재 비용을 미국이 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공화, 민주를 막론한 미국 정부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위비 분담금 총액은 지난 실무 타결을 기초로 하여 체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방위비분담 협상의 여타 쟁점

 

방위비분담금 총액과 아울러 협상 타결 시 유의해야 하는 핵심 쟁점들이 존재한다.

 

첫째, ‘작전지원’(operational support)이라는 새로운 항목의 인정 문제가 있다.

미측은 지난 제10차 협상 과정부터 소위 작전지원이라는 개념의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한반도 방위공약 이행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소요를 폭 넓게 잡아 방위비 분담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한미 연합 훈련에 소요되는 병력과 자산의 수송 및 운용 비용이 이에 해당한다. 또 한반도에 전개되는 각종 미 전략자산의 전개 비용도 포함될 수 있다. 미군이 전략폭격기나 항모전단을 한반도에 파견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측 논리대로 작전지원 비용도 폭 넓게 해석하면 모두 한반도 방위를 위한 비용 지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는 이 같은 새로운 비용 개념 인정에 신중해야 한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분담이라는 당초 방위비분담의 취지를 넘어서 한반도 방위공약이라는 미국의 동맹 커미트먼트 유지를 위한 비용까지 분담해 달라는 요청이기 때문이다.

 

둘째, 역외 미군 정비 지원도 쟁점 사항이다.

주한미군이 아니라 한반도 밖에 있는 미군 자산을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을 활용해 정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증원이 계획되어 있는 주일미군사령부 소속의 미군 항공기가 이에 해당한다. 현재도 F-15, KC-130J 등 주한미군에 속하지 않는 항공기를 방위비분담금으로 창정비하고 있다. 지원 규모는 매년 일정하지 않으나, 연 평균 200억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역외 미군 장비 정비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한반도 외에 주둔하는 미군 자산을 한국 비용으로 정비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지원이라는 방위비분담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미군 자산이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되는 전력이다. 또한 정비 활동이 한국 업체에 의해 국내에서 이루어지므로 모두 우리 국가 경제에 환류된다는 측면도 존재한다. 그러나 한반도 역외에 주둔하는 미군 자산을 우리 SMA 예산으로 지원하는 관행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을 분담한다는 당초 SMA의 취지를 분명히 넘어설 뿐 아니라 한반도 내 배치되지 않은 전력까지 정비지원을 할 경우 그 경계가 모호하여 방위비분담의 끊임 없는 증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방위비분담 협상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협정의 유효 기간이다.

방위비분담을 둘러싼 잦은 논란을 피하고 동맹 관계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협정을 다년도로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 협정의 유효기간을 일 년 단위가 아니라 3~5년 등 다년으로 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방위비분담 문제가 계속 시끄러웠던 것은 2019년에 일 년 유효기간의 단년도 SMA 협정을 맺었던 데서도 연유한다. 그 때 다년 유효기간의 협정을 맺었다면 트럼프 시대의 방위비 압박을 한 차례만 치르며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2019년 제10SMA 협정을 제외하고는 1991년 이래 체결한 9차례 협정이 모두 다년도 협정이었다. 다년도 협정의 경우 협정 유효 기간 중 방위비 분담 증액은 통상 전전년도 물가상승률로 해 왔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 않았다. 따라서 바이든 신 행정부와 체결할 제11SMA 협정에서는 분담 총액 못지않게 협정의 유효기간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비용 분담을 넘어

 

방위비분담 협상은 양국 정부의 의지가 있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타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지난 일년 간 양국 정부가 치밀하게 협상에 임해 왔고 양측 쟁점과 입장이 충분히 정리되어 있으므로 어찌 보면 정책적 판단과 정치적 결단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앞서 살펴 본 세부적인 협상 쟁점에 대한 최종 입장 정리와 아울러 바이든 신 행정부와의 첫 관계 구축이라는 차원에서 방위비분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미 동맹이 함께 풀어가야 할 중차대한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북핵 협상의 불씨를 되살려야 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멈추지 않도록 여타 대북 정책의 조율도 서둘러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 하에서 동맹의 역할, 한국 외교의 선택이라는 도전도 계속될 것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완성이 불투명해진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에 대해서도 바이든 행정부와 빨리 처리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은 우리 국민이 납득 할 만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앞서 살핀 쟁점별 입장과 논리를 바탕으로 우리의 국익을 지켜가며 협상에 임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한 비용 분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한미 동맹이 공통으로 당면하고 있는 중대한 도전들을 함께 풀어가는 첫 출발이 되기를 기대한다. 상황을 관리하는 동맹에 머무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동맹이 될 때 방위비분담의 의의가 있고 국내적 수용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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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미 간 방위비분담 합의를 통칭 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이라고 하는 이유는 1967년에 한미가 체결한 한미 주둔군지원협정(SOFA)의 예외 규정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SOFA 5조에 따르면 한측은 시설과 부지만을 제공하고 미측이 그 외 제반 주둔 경비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는데, 우리의 국력이 신장함에 따라 미측이 비용 분담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1991년부터 SMA 협정을 맺어 방위비분담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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