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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계륵인가? 황금거위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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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3월01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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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근
  •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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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정산하고 나니 13월의 봉급이 아니라 2월 봉급이 통째로 날아갔다. 말로만 듣던 무봉급을 겪게 되니 월급쟁이 월급봉투가 유리지갑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래도 코로나시대에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이름이라도 존재하는 월급이라도 받을 수 있어 다행인 편일 것이다. 이번 달을 어떻게 넘길지 가슴은 답답하지만 이러한 세금은 국가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은 머리로는 이해한다. 다만 요즘 같은 힘든 시기일수록 국가는 국민의 피와 땀이 담긴 세금을 더욱 신중히 사용하였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 

 

국가의 세금은 복지, 행정,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지만 중대한 사용처 중 하나는 국가적인 영향을 주는 SOC(사회간접시설)의 건설일 것이다. 공항이나 댐의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되는데 개인이나 어지간한 기업의 경제력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 따라서 국가가 세금을 통하여 이를 실행하여야 한다. 이러한 SOC는 조(兆)단위의 비용이 청구될 수도 있지만 필요성이 명확하다면 국가의 이름으로 마땅히 지어져야 할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이 과연 이정도의 필요성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숙고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수도권의 중앙집중화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의 육성은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의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건이 이러한 시도의 일환이었고, 이번 가덕도 공항 역시 그 시도의 연장인 셈이다. 수도권에 투자하는 만큼 지방에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사회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뉘는 경직된 사회로 퇴보할 것이다. 이렇게 이원화된 사회는 이후 시행되는 정책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수도권에 제 2순환도로나 GTX 한 라인을 만드는데도 10조는 거뜬히 소모하는 것을 고려하였을 때 이번 가덕도 신공항의 건축 예상비용은 어느 정도 합리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성공할 수 있는가? 가덕도 신공항의 성공을 위해서는 균형발전, 접근성, 국민적 동의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덕도는 지리적으로 남동쪽에 지나치게 치우쳐진 곳에 위치해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발전 양상을 고려하였을 때에는 남부지방의 중앙 쪽에 위치한 함양 정도의 위치가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더욱 나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어느 정도 발전이 이루어진 대구, 부산, 울산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덕도는 메리트가 있지만, 이는 본래의 목적인 지역 균형 발전에 부합하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접근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가덕도가 대구, 울산 등의 광역시와 지리적으로는 가까우나 교통로가 확보 되어있지 않아 심리적 거리는 멀다. 이들 광역시는 KTX로 인천공항과 이미 연결되어 있어 두 시간 내로 공항으로의 이동이 가능한 상태인데 이들 도시에서 가덕도로 가는 시간은 현재 상태에서는 두시간 이상은 족히 걸린다. 오히려 가덕도 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시간적 거리는 손해가 될 수도 있다. 가덕도 공항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고속도로는 물론 전철과의 연결이 필수적이다. 즉, 가덕도 공항의 설치 문제는 단지 활주로를 하나 둘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교통대책이 요구되는 복합적인 문제다. 

 

마지막으로,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언론사 별로 존재하고 있지만 이들은 통일된 의견을 보이고 있지 않다. 여론조사라는 것은 가변적일 수 있지만 통합되지 않은 국민 여론을 업고 가덕도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해서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국민이 찬성하지 않더라도 행해져야 하는 국가사업도 존재한다. NIMBY(Not In My Back Yard)현상으로 대표되는 송신탑, 발전소, 장애특수학교 등이 이러한 예에 속한다. 이들은 불편하지만 사회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요소라는 점에서 특이사항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가덕도 공항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요소이다. 그럼에도 과연 국민 여론을 통합하지 않은 채로 건설이 이루어져도 괜찮은 것일까? 이는 국내 여객 이용자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신공항을 통한 균형발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조건들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신공항이 지어지는 지역만큼의 혜택을 다른 지방에도 베풀어, 수도권의 기득권으로부터 지방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타지역민의 편의성을 위해 다양한 운송수단이 요구되고, 경제성 확보를 위해 큐수와 연결하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도 불가피하다. 그리고 부산신항과의 연계를 통한 물류의 허브로 육상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녹산, 명지 일대를 수출자유지역으로 지정해 외국인들도 자유롭게 경제행위를 할 수 있게 해야할 것이다. 

 

신공항이 국민들에게 계륵이 되지 않으면 포퓰리즘적인 선거공약만으로는 안된다.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대한민국 제2 도시인 부산을, 그리고 여타 지방의 몰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가덕도 신공항이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세금은 공짜가 아니다. 나라님이 내는 것도 아니다. 모두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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