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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수출 호조와 산업경쟁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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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2월22일 17시10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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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국내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 줄기 단비처럼 수출 호조의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2021년 1월 중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4% 늘어나서 2020년 11월 이후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작년 12월 이후 수출이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이러한 수출 호조는 2월 초에도 이어져서 관세청이 15일자로 발표한 2월 1~10일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9.1%나 늘어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2월중 호조세는 조업일수의 차이에도 기인하고 있겠지만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수출 호조는 국내외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우리 산업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라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수출 호조를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돌아보는 시각에서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 산업경쟁력의 시각에서 본다면 긍정적인 요소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많기 때문이다.

 

우선 긍정적인 면에서 살펴보자.

 

첫째, 최근의 수출 호조가 세계 경제, 특히 미국, EU 등 선진국 경제가 아직도 코로나19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룬 결과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우리의 주력시장인 미국, EU 등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다소 주춤해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우려할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영향을 받아서 경제회복이 더뎌지고 있다. 미국에서 작년 4/4분기부터 수입이 소폭의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EU는 여전히 수입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1월 우리나라의 두 지역으로의 수출이 각각 46.1%, 23.9% 늘어난 것을 보면 우리 산업의 저력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우리 산업구조의 경쟁력 상태를 반영하는 수출구조도 상당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우리나라 주력산업으로 파악하고 있는 15대 품목 중에서 12개가 작년 1월에 비해 증가하였고,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동안 10개 이상의 품목들이 증가하는 호조를 보였다. 감소한 품목들은 섬유, 일반기계, 석유제품 등 3개에 그쳤다. 그 중에서도 정부가 강조하듯이 이른바 신(新)성장 품목으로 기대를 모아온 3대 품목인 시스템반도체 (16.0%), 바이오헬스 (66.5%), 전기차 (81.0%) 등이 호조를 보였고, 새로운 유망품목으로 지목된 OLED (52.1%), 농수산식품 (12.8%), 화장품 (62.6%) 등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기 때문에 우리 산업구조의 고도화 현상이 잘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셋째,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수입 증가세도 주목할 만하다. 1월 중 수입은 작년 1월 대비 3.6% 증가에 그쳤지만, 2월 1-10일 사이의 수입 증가율은 71.9% 이르러 수출 증가세를 넘어서는 호조를 보였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수입 중에서도 우리 산업의 향후 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기계 및 장비 등의 자본재 수입 상황인데, 1월 중 제조용 장비가 작년 1월 대비 무려 322.8% 증가하였고, 기계도 9.0% 늘어남으로써 우리 산업들이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추세는 2월 초순 (1~10일) 수입 상황에서도 드러나고 있는데, 기계류가 57.4%, 정밀기기가 40.8% 늘어나는 호조를 보였다. 이를 반영하여 1월 중 자본재 전체의 수입 역시 작년 대비 29.6% 늘어나 기대감을 높였다.

 

이상과 같이 전반적으로 최근의 우리나라 수출과 수입은 현재 우리 주력 산업들의 건강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의 수출 호조에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측면이 보인다.

 

첫째, 현재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분야는 역시 IT 관련 6개 품목인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가전, 이차전지, 컴퓨터) 셈인데 이들 품목들은 모두 3개월 연속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다른 산업들의 경쟁력 회복은 이들 산업에 비하면 상당히 더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의 전통적 주력산업들이 지난해 12월까지의 감소세를 1월에야 만회하여 겨우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우리 산업구조가 좀더 심화되어 가려면 이들 전통 주력산업들도 IT 산업들의 호조에 발맞추어 빠른 회복세를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현재 우리 수출 호조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중국에 대한 미국과 EU의 견제가 두드러지면서 얻어진 측면이 크다는 사실이다. 위에서 언급한 무선통신기기(스마트폰 중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호조는 역시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시작으로 한 중국 첨단제품에 대한 견제의 반사이익을 우리 산업들이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선통신기기는 1월 중 58.0%, 2월 초 88.0%의 호조를 보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경제의 급부상이라는 요인도 있지만, 중국 제품들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진 영향도 매우 컸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중반부터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의 경우도 한창 박차를 가하고 있던 중국의 반도체 산업 진흥 노력이 선진국들의 견제 속에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호조에 안주하지 말고 향후 중국의 재등장에 대비한 산업전략을 생각할 때라고 판단된다.

 

셋째, 앞서 지적한 내용과도 연결된 점이지만 선진국들에서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역점을 두기 시작한 개도국 시장에서 우리 산업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점도 마음에 걸린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미국, EU 시장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고 심지어는 그동안 대단히 부진했던 일본 시장에도 2월부터 수출이 늘어나기 시작한 점은 반가운 일이지만, 우리 정부가 신남방정책 등으로 역점을 두어온 새로운 주력시장인 ASEAN 시장에서 지난 1월 중 수출이 15.2% 감소한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중동 지역과 CIS 국가들에 대한 수출도 각각 13.2%, 19.9% 감소하였는데, 이러한 결과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우리의 경쟁국으로 떠오른 중국이 이들 국가들에 대한 통상 증진에 역점을 두고 있는 점을 비추어볼 때 그 반작용이라고도 판단되는 것이다. 우리 산업은 지금까지 선진국에 의존해 오던 수출시장을 이들 지역들로 다변화해 오는 추세를 이어 왔으나 그러한 노력이 국제통상 환경의 변화와 함께 역전 현상이 나타난 셈이라서 주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종합해 본다면, 현재 수출입의 동반 호조 현상은 우리 산업경쟁력의 건강 상태를 높게 평가하게 만들고 있지만, 정부가 이러한 수출 호조와 수출구조의 고도화에 만족하여 이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하게 만드는 요인도 강하다는 점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즉, 산업과 기업들의 선전(善戰)을 정부가 국제통상정책을 적절히 전개하여 보완해 주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중국의 재부상에 대한 대응 노력과 함께 우리 산업의 장래 시장으로 여겨져 왔던 개도국 시장에 (ASEAN, 중동, CIS 및 인도 등) 대한 적극적인 시장 확보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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