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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영국과 미국의 반엘리트 현상으로 생각해본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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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1월27일 16시17분

작성자

  • 전완식
  • 한성대 ICT디자인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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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아야할 가을하늘이 사라졌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은 황사에 뒤덮여 케케한 하늘이 되고 있다. 맑은 하늘처럼 공정사회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4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기꺼이 지켜보겠다고 국민의 70%가 찬성한 김영란법에 기대어 기원했었다. 그렇게 믿음이 커지고 있는 사이 한쪽에서는 국민의 믿음에 반하는 일들이 있었고 그 일들로 국민은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최순실게이트로 만들어진 국민의 상처는 국가전반에 불신의 정서가 생기는 계기가 되었고 특히 정치권과 기득권에 대한 깊은 불신의 벽을 세우는 듯하다. 

동기와 방식은 다르지만 일부 선진국에서 불고 있는 ‘반엘리트 현상’은 지금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심각한 반엘리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생긴다. 미국의 대선과정과 영국의 브렉시트를 통해 어떤 현상이 있었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본다.

 

불신의 늪, 소득불균형

작년 봄 미국의 소득불균형과 중산층의 위기는 핵심정치이슈로 떠올랐으며 미국 정책의 지각변동을 예고했었다. 이를 지켜보는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오바마대통령은 보란 듯이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고 2015년 중산층의 가계소득은 5.2%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발표에 의하면 1967년 이후 최대 상승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런 경이로운 발전은 오바마의 정책을 이은 힐러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미국인들은 트럼프의 “Make America Great Again”을 선택하였다.

선거 당일에도 미국의 언론들과 대체적인 국가의 정보통들은 힐러리의 압승을 예고했었기에 결과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단계로 나타났다. 미국인들 중에서 상당수는 현재도 트럼프의 승리에 반감을 가지고 시위를 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기간동안 오락가락하는 공약을 발표한 부분도 있고 인종차별적이며 편파적인 공약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도 있다. 많은 우려 속에서도 트럼프가 승리하게 된 배경은 20여 년간 쌓여온 중산층의 몰락이다. 단기간의 소득 상승은 있었지만 20여 년간 쌓인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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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브렉시트도 주도 세력은 중산층이다. 이들의 소득불균형으로 생긴 불만과 기득권에 대한 반감은 반엘리트 정서의 표출로 나타났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혁신적이며 진보적인 성향의 정서가 많이 나타나는 나라이다. 예술이 그렇고 종교가 그렇다. 영국인들의 50%정도는 무교이다. 또한 종교가 있는 사람중에서 56%는 예배를 드리지 않는 무늬만 종교인으로 나타난다. 1983년 이후 지속적인 종교인 감소로 전체인구의 75%가 무교 또는 무교에 가깝게 되었다. 영국인들의 정서에는 절대적인 진리라는 것으로 포장되어진 것에 의구심을 갖는 심리가 있다. 이런 정서가 세계주의를 추구하는 기득권층을 표적으로 하게 되었으며 사회적으로 외면을 받아온 계층의 반감은 ‘반엘리트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정치체제, 정당, 언론, 전문가의 말에 불신하며 ‘일부 영국인들은 엘리트로 간주되는 사람의 말은 아예 믿지 않는다.’는 영국 여론조사기관 우고브 트위만의 책임자의 말이 직접적인 설명이라 생각한다. 브렉시트 찬성 진영의 주장에서 눈에 띄는 구호는 “전문가 의견에 귀 기울이지 말자”, “EU 잔류파들은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잔류 하고 싶어 하지만 그들은 인구의 1%도 되지 않는다” 이런 구호는 소득불균형과 지속적인 중산층의 쇠퇴가 만들어낸 결과로 보인다. 그들은 국가에 대한 자부심 쇠퇴,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있으며 지방에 거주하는 고령층들은 기득권에 대한 분노가 심하게 나타났다.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진영의 목소리도 높았다. 영국 재무부는 EU 탈퇴시, 각 가정이 매년 4,300파운드(약 688만원)의 비용을 치르게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투자의 대가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 회장)는 브렉시트의 악영향이 ’08년 금융위기 수준에 준할 것이라 경고하였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엘리트 집단에 대한 반감이 브렉시트를 결정하게 됐다.

 

영국과 미국의 공통점은 상위 1%가 소득증가분 95%를 독식. 非 1% 인들의 반감.

브렉시트로 생긴 문제가 미국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보고는 없다. 그러나 20여년간 지속되어온 전세계적인 소득불균형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국가들에게서 예측 불가능한 결과들을 만들고 있다. 리더그룹에 대한 불신은 국가의 장래도 바꿀 수 있다. 최근 미국대선의 과정에서 보면 가짜 뉴스 제작자인 폴 호너는 17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은 사실 확인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든 것을 게시하고, 아무것이나 믿을 것"이라며 "트럼프 캠프의 선대본부장도 한 (트럼프 반대) 시위자가 3천500달러를 받았다는 나의 가짜 뉴스를 사실로 여겨 게시했다"고 꼬집었다. 이런 내용이 현실에 반영되는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득권이나 엘리트집단에 대한 반감이 강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기존의 메이저 언론이나 학자들의 얘기보다 친구나 주변의 말을 더 신뢰하고 확인도 없이 맹신한다는 것이다. 브렉시트도 비슷한 문제로 이루어졌다. 엘리트들이 말하는 수치적인 근거나 사례들을 믿어봐야 그들을 위한 수치라는 인식이다. 반엘리트 정서를 가진 사람들은 감정적인 구호나 현상에 몰입한다. 근거나 통계보다 주변의 말들에 더 많은 신뢰를 갖는다. 

 

신뢰를 잃을 수 있는 조건의 증가

우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몇 년간 급증한 가계부채는 1300조에 달하며 우리와 비슷한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 중에서 제일 높다. 기업부채나 국가부채가 아닌 국민이 감당해야하는 고단함이다. 이는 돈을 벌어도 빚을 우선 갚아야하기 때문에 쓸 돈이 없다는 것이고 살림살이는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소득불균형과 가계부채 그리고 트럼프발 금리인상은 내년부터 발생할 많은 우려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될 것 같다.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는 조건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국가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여야하고 국민은 힘을 모아야한다. 

신뢰가 없는 사회에서는 결국 유언비어만 남게 된다. 예측 불가능한 방향은 우리사회가 가지 말아야할 길이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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