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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로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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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2월04일 17시10분

작성자

  • 이덕환
  •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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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2.1GW 규모의 삼척석탄화력발전소의 공사를 기어이 중단시킬 모양이다. 4조 9천억 원 규모의 이 공사는 이미 30%나 진척된 상황이다. 정부가 산술적으로 1조 원 이상의 피해를 기업에게 떠넘기기로 결정했다는 뜻이다. 정부가 이런 일을 처음 저지르는 것도 아니다. 신한울3・4호기의 갑작스러운 공사 중단으로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감수한 피해가 7.9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지・대진 원전 4기를 위해 부지를 매각했던 주민들의 입장도 난처하다.

 

  이제부터 피해 기업들에게 보상을 해줄 법적 근거를 마련해보겠다는 것이 정부의 배부른 구상이다. 당장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가 없다. 부지 매입비, 공사비, 용역비는 물론 해당 지역에 대한 지원 비용까지 모두 보상하겠다는데, 보상에 필요한 비용은 다른 화력발전소로부터 갹출하거나 환경 관련 기금으로 충당하겠다고 한다. 결국은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정책 실패의 비용을 보상해주겠다는 뜻이다. 소비자의 주머니는 끊임없이 돈이 쏟아져 나오는 ‘화수분’이 아니다.

 

탈(脫)원전・탈(脫)​석탄으로 변질된 탄소중립

 

  청와대가 지난해 11월 느닷없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기후변화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황당한 일이다. 이미 유럽연합과 일본 등 120여 개 국가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했거나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중국도 마지못해 ‘206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우리도 탄소중립의 실천 의지를 밝히고, 이행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가 올해 서울에서 개최하게 된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의 정상회의가 더 절박한 이유였다.

 

  ‘더 늦기 전에’라는 철지난 유행가를 앞세워 대통령의 연설을 흑백으로 송출하는 어설픈 이벤트로 전락해버린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서는 최소한의 진정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정부의 기술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비롯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연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정부의 갈팡질팡하는 에너지 정책은 국가 경제를 망치고, 국민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떠안기고 있다는 확실한 인식이 필요하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전 지구적 당위다. 2016년에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당사국인 우리도 마찬가지다. 당장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의 구체적인 전략을 담은 ‘2050년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UN에 제출해야만 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이 난감하다. 우리는 이미 2030년까지 배출량 전망치(BAU)의 37%를 감축하겠다는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화려했던 ‘녹색 성장’의 꿈은 화려한 정치적 수사(修辭)로 오염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현 정부가 아무 준비 없이 선언한 탄소중립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위험한 원전과 더러운 석탄을 포기하겠다는 ‘탈원전・탈석탄’으로는 탄소중립의 꿈은 불가능하다. 태양광·풍력의 간헐성 보완을 위한 LNG 설비의 폭발적 증가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UN환경계획(UNEP)은 우리의 2030년 예상 배출량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목표 대비 15%나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으로 알려지게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이브에 허겁지겁 공청회를 열어서 확정한 엉터리 제9차 전력수급계획의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34년까지 석탄화력은 6.8GW가 줄어드는데, LNG화력은 2.6배나 많은 17.8GW나 늘어난다. 석탄화력 감축이 온실가스 배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2034년까지 노후화된 석탄 발전기 30기는 차례로 폐쇄되고 그 자리는 24기의 LNG 발전기로 전환된다.

 

불안정한 LNG 수급 전망

 

  제9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2034년에 우리가 사용하게 될 125.0GW의 전력 중에서 안정적인 기저(基底)전원인 원자력과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38.2%에 지나지 않는다. 엄청난 비용과 황당할 정도의 환경 파괴를 무릅쓰고 확장하겠다는 77.8GW의 신재생(태양광・풍력)이 실제로 생산하는 전력은 고작 10.8GW에 지나지 않는다. 신재생의 발전효율은 기껏해야 13.9%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력공급의 47.3%를 차지하는 LNG의 가격이 종잡을 수 없다. 지난 1월 15일 LNG의 스팟 가격은 MMbtu(열량단위) 당 26.99달러였다. 5개월 전인 작년 8월 15일의 3.88달러보다 7배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물론 연초에 찾아온 한파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동북아시아의 LNG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 2020년 세계 최대의 LNG 수입국이 모두 동북아시아에 있다. 일본이 1,020억 ㎥로 가장 많은 양을 수입하고, 중국과 한국이 각각 840억 ㎥와 540억 ㎥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정부가 승인해준 연료비 연동제 덕분에 LNG발전사들이 걱정할 일은 없어졌다. 문제는 전기를 쓸 수밖에 없는 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이다. LNG의 수요가 늘어나서 가격이 치솟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겨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맹목적으로 탈원전・탈석탄을 외치던 현 정부에게는 아무 부담이 없는 일이다. 1년 3개월 후에 임기가 끝나고 나면 더 이상 걱정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일을 살아야 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심각한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직 있는 가장 값싸고, 깨끗한 원전을 포기한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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